"중국서 사업하기 힘들지? 짐 싸들고 와"… 인구 1억의 손짓

입력 2019.08.23 03:00

기업 유치에 사활 건 베트남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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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65층 규모 베트남 하노이 롯데센터에서 내려다본 하노이 전경(위 사진). 아래 사진은 2018년 9월 차량과 오토바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베트남 하노이 도심을 메우고 있는 모습. / 블룸버그
"중앙 정부가 지원하는 혜택 외에 대중매체 광고비, 부지 정리 관련 서류 경비 등을 100% 지원하고 애로사항 해결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기업이 인력을 채용해 교육하면 과정별로 1인당 100만동씩 지원하겠습니다."

지난달 31일, 베트남 하노이시(市)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빈푹성에서 열린 '한국-베트남 무역투자 촉진 세미나'. 베트남에서 회사를 운영 중이거나 베트남 투자를 고민 중인 180여명이 모였다. 빈푹성장(長)과 외국인투자 담당 국장은 직접 질문을 받고 그 자리에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빈푹성은 영어·중국어·일본어·프랑스어·한국어 등으로 된 투자 유치 팸플릿을 만들고, 국가별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투자 설명회를 열었다.

자동차·오토바이·전자제품·봉제 공장 등을 유치한 빈푹성은 1997~2017년 20년 동안 연평균 15%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지역 주민의 1인당 GDP는 같은 기간 130달러에서 4300달러까지 뛰었다. 응우옌 반 찌 빈푹성 인민위원회 성장은 "어느 나라의 기업이든 상관없다. 기업들이 투자만 해준다면, 우리 성의 인민이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혜택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빈푹성뿐 아니다. 베트남 꽝응아이성·하이퐁 등 산업단지들의 당 서기장과 투자 담당자들은 직접 해외를 방문해 투자 설명회를 연다. 법인세 감면, 파격적인 인센티브 등을 내세워 기업 유치전(戰)을 벌인 덕에 베트남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의 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베트남 통계청과 기획투자부에 따르면 외국인 직접 투자 건수(FDI)는 2013년 1530건에서 2015년 3038건, 2016년 3975건, 2018년 4215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기업 유치에 사활 건 베트남 정부
한국 기업이 가장 많이 투자

IMF는 지난 16일 베트남이 2019년과 2020년 각각 6.5%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쟁력 있는 인건비와 다양한 무역 구조 등 튼튼한 펀더멘탈(기초체력)에 힘입어 강한 경제성장의 모멘텀(추동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을 달았다. 베트남의 기초체력은 낮은 인건비, 평균 연령 30세의 젊은 나라, 1억 명에 가까운 인구가 받쳐주는 내수시장 등이다. 최근 미·중 무역 전쟁으로 시작된 글로벌 기업들의 탈(脫)중국 기조가 해외 자본의 베트남 투자를 가속하면서 베트남은 '포스트 차이나'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에서 유입된 자본은 연평균 6%대의 경제성장률을 견인했다.

기업 유치에 사활 건 베트남 정부
베트남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한국이다. 베트남 투자청에 따르면 1988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누적 투자액 기준 한국이 645억5120만달러, 7950건을 투자했다. 이어 일본(578억9980만달러), 싱가포르(491억6150만달러), 대만(319억2730만달러), 홍콩(213억60만달러) 순이었다.

지난 2008년 베트남에 진출한 삼성전자는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3억대)의 절반가량인 1억6000만 대를 베트남에서 생산한다. 베트남 삼성전자 생산법인 4곳의 작년 총 매출은 660억달러 규모로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27.6%를 차지했다. 베트남 공장에 근무하는 직원만 약 10만 명에 이른다. LG전자는 지난 4월 경기 평택에 있는 스마트폰 생산 라인을 베트남 하이퐁으로 옮긴다고 밝혔다. 베트남 이전 효과로 연간 500억~1000억원의 생산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年 6%대 성장하는 황금시장

베트남 투자청에 따르면 1988년부터 올해 상반기 누계 기준 한국은 7950건에 645억5120만달러를 투자했다. 제조업이 전체 투자의 58.3%를 차지하고, 부동산경영(16.5%), 전기·가스·용수 제조업(6.7%), 호텔요식업(3.5%) 순이었다. 매출 증가율도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5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대(對)중국 투자 기업의 매출액은 2010~2013년 7451억달러에서 2014~2017년 8290억달러로 11.3%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베트남 투자 기업의 매출액은 473억달러에서 1176억달러로 148.4% 증가했다.

한국 기업의 엑소더스는 베트남의 낮은 인건비와 투자 혜택, 인구 1억명의 내수시장, 6%대의 경제성장률 때문에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베트남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3년 17.5%, 2014년 14.9%, 2015년 14.8%, 2016년 12.4%로 두 자릿수를 유지하다가 2017년 7.3%로 낮아졌다. 작년과 올해에는 각각 6.5%, 5.3%였다. 베트남 국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5.5% 안을 통과시켰다. 지역별로 1~4급지를 나눠 차등 지급하는 것을 고려하면 월 307만~442만동(16만~23만1600원)이다. 한국의 내년도 최저임금(월 179만5310원)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해외 투자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친(親)기업 정책도 매력적인 요소이다. 제조업·관광업 등 업종별로 다양한 법인세 혜택을 제공한다. 해외 하이테크 기업이 베트남에 투자할 경우 첫 4년 동안은 법인세를 면제해주고, 이후 9년간은 50%를 깎아준다. 베트남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인터플렉스비나 이근배 대표는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높은 25%의 법인세를 부과하는데 베트남은 법인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데다가 인건비는 한국의 10분의 1 수준, 전기료·용수료는 한국의 70% 수준에 불과하다"며 "향후 5년간 베트남에 1조500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기업 유치에 사활 건 베트남 정부
중국 기업들도 베트남행

중국에 생산 거점을 둔 글로벌 기업들도 베트남 진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내 생산 제품의 대미(對美) 수출 관세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중 무역 전쟁이 제조업체들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가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을 기반으로 한 가구업체 만와홀딩스는 작년 베트남 가구 공장을 인수하고 "2020년까지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제품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샤프는 이달부터 베트남에 공기청정기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고, 닌텐도는 중국에서 생산하던 주력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의 일부 물량을 올여름부터 베트남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애플의 에어팟 이어폰을 생산하는 중국 회사 고어테크도 베트남 북부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기로 했다.

'본 기사는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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