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화면 쓱 넘겨 300억 쌍 짝지었다… 데이팅앱 '틴더'

입력 2019.08.23 03:00 | 수정 2019.08.25 19:03

[Cover Story] 밀레니얼 세대를 잡아라
밀레니얼 세대 공략해 대박난 기업들, 그들만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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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그래픽=김현국
누적 다운로드 건수만 3억회를 웃도는 세계 최대 온라인 데이팅 앱(app) 틴더(Tinder). 스마트폰에서 틴더를 가동하면 화면에 간단한 프로필을 적은 남녀 사진이 뜬다. 맘에 들면 오른쪽(Yes), 아니면 왼쪽(No)으로 화면을 '쓱 넘기면(swipe)' 끝이다. 물론 상대방도 이쪽 사진을 보고 있다. 그래서 서로 오른쪽으로 함께 화면을 넘겨야 인연을 맞출 수 있다. 틴더가 2012년 창업 후 7년간 스마트폰 상에서 짝을 지어준 횟수는 300억 건 이상. 현재 월 9.99달러에서 조건에 따라 수십달러씩 내는 유료 회원도 520만명(올 상반기)에 달한다. 게임을 제외하면 올 1분기 앱 매출 1위다. 틴더에서 화면을 넘기는 횟수만 하루 20억회에 이른다.

온라인 데이팅 시장에서 경쟁자 매치닷컴(1995년)이나 e하모니(2000년)와 비교해 출발이 늦은 틴더가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스마트폰에 익숙한 밀레니얼(millenial) 세대 공략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아직은 PC 기반 온라인 데이팅이 더 활성화되어 있던 시점에서 처음부터 스마트폰 앱을 핵심 타깃으로 삼아 글자 대신 사진 위주 사용 방법에 집중했고, 대학생들을 위주로 서비스를 홍보했던 게 주효했다. 틴더보다 165년 앞서 창업한 덴마크 맥주 회사 칼스버그(Carlsberg)는 3~4년 전부터 밀레니얼 세대 대상 마케팅 전략을 하나둘 쇄신하고 있다. 30년 넘게 써온 '아마 세계 최고 맥주일 것'이란 광고 문구가 밀레니얼 세대에게 냉소나 풍자의 대상이 되자 과감히 폐기했다. 대신 100년 역사 브랜드 스토리를 강조하면서 친환경·한정판·스포츠 마케팅까지 다채로운 공세를 펼치고 있다.

全 인류의 25%… 한국서만 1098만명

틴더나 칼스버그뿐 아니라 세계 굴지 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밀레니얼 세대를 연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1981년부터 1995년 사이 출생자를 가리킨다. 베이비붐 세대(1945~1960년생)의 메아리(자녀)란 의미에서 '에코(Echo) 세대'로 불렸고, X세대(1961~1980년생)와 구분하기 위해 Y세대로 통하기도 했다. 밀레니얼 세대 인구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18억명. 한국만 해도 1098만명에 이른다. 전체 인구 중 비중 역시 밀레니얼 세대가 25%로 베이비붐 세대(15%), X세대(20%)를 이미 앞지른 상태다. 기업엔 외부적으론 연간 지출이 2조달러를 넘는 '역사상 가장 크고 강력한 소비자층'이면서, 내부적으론 이전 세대와 다른 행동 양식을 보이며 과거 조직 문법을 파괴하는 미래 인력이란 양면성을 지닌 집단이다.

밀레니얼 세대를 보는 시선은 각양각색이지만 공통적으로 꼽는 특징이 있다. ①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이자 ②모든 일에서 의미를 찾는 참여형이면서 ③상사로부터 즉각적인 피드백은 물론, 일을 잘 마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사전에 알려주는 피드포워드(feedfoward)를 기대한다. 더불어 ④면식 없는 전문가보다는 아는 친구(또는 페이스북 친구)나 유명 인플루언서를 더 신뢰하는 경향도 지닌다. ⑤소비를 할 때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한다는 특징도 있다.

문화분석가 린 랭커스터, 데이비드 스틸먼은 밀레니얼 세대가 보이는 동향을 'M팩터(factor)'라는 단어로 이름 붙이고, 이를 부모 의존(parents), 자부심(entitlement), 의미 추구(meaning), 높은 기대감(expectations), 속도 집착(speed), 소셜 네트워킹(social networking), 합작(collaboration)으로 설명했다.

역멘토링·애슬레저룩… 공략법 다양

밀레니얼 세대는 기업에 새로운 조류를 이해하는 척도이자, 더 투명하고 극단적인 Z세대(1996~2010년생)의 소비 동향을 알게 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는 세대교체라는 흐름을 포착하지 못해 고전하다 30세 이하 직원들을 모아 '그림자위원회'를 만든 뒤 구세대가 신세대에게 한 수 배우는 '역(逆)멘토링'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 감각에 안착했다. 고급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 감수성을 운동복 같은 일상복 '애슬래저룩'으로 풀어냈다. 음원 기업 스포티파이는 더 이상 노래를 CD나 MP3로 저장(소유)하지 않고 스트리밍으로 듣는 것(경험)에 만족하는 밀레니얼 세대 취향을 잘 포착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어떻게 밀레니얼 세대에 대응하고 시장을 개척하는지 분석했다.

'본 기사는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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