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시간에 폰 톡톡 쳤더니 택시가 대령했다, 기사도 없이…

입력 2019.08.09 10:38 | 수정 2019.08.15 22:40

창업 3년… 中 자율주행차 '포니아이' 돌풍

중국의 신생 자율주행차 업체인 포니아이의 자율주행차들이 중국 광저우 시내를 무리지어 달리고 있다. 포니아이는 미국의 자율주행차 업체인 웨이모를 추격 중이다.
중국의 신생 자율주행차 업체인 포니아이의 자율주행차들이 중국 광저우 시내를 무리지어 달리고 있다. 포니아이는 미국의 자율주행차 업체인 웨이모를 추격 중이다. / 게티 이미지
지난해 12월 구글 계열사 웨이모(Waymo)는 전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택시를 공개했다. 그런데 바로 한 달 뒤에 중국에서도 자율주행 택시가 등장했다. '중국의 웨이모'라 불리는 포니아이(Pony.ai)가 주인공이다. 웨이모는 2009년, 포니아이는 2016년 창업했다. 3년 된 신생 업체가 10년 된 세계 1위 업체를 맹추격하고 있는 것이다.

포니아이는 올해 초부터 중국 남부 광저우 난사(南沙)지구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이 일대에선 포니아이 직원들이 스마트폰 앱으로 자율주행 택시를 불러 출퇴근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포니아이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년 전 중국 기업 최초로 미 캘리포니아에서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에 성공하면서부터다. 창업한 지 반년 만에 미국에서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중국 최초로 일반 시민을 태우고 광저우 시내 도로에서 진행한 자율주행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 6월에는 웨이모의 뒤를 이어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운행 허가를 받았다.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바이두, 구글 같은 테크 공룡들과 치열하게 경쟁 하고 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전문가가 창업

포니아이가 미·중 거대 기술 기업의 뒤를 바짝 추격할 수 있는 것은 경영진 상당수가 이미 많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 경험을 쌓아온 덕분이다. 포니아이의 창업자인 펑쥔(彭軍) 대표(CEO)는 구글에서 약 7년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중국 IT 기업 바이두의 자율주행차 개발 부문 최고설계자를 역임했다. 포니아이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러우톈청(樓天城) 역시 웨이모의 전신인 구글엑스(X)와 바이두에서 자율주행차 개발을 담당했었다.

포니아이(Pony.ai·小馬智行) 개요
포니아이의 가장 큰 특징은 중국 광저우는 물론,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에도 제2 본사를 두고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펑 대표는 최근 WEEKLY BIZ와 만나 두 개 본사를 운영하는 배경에 대해 "미국이 인공지능 이론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앞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 최대 인공지능 소비 시장인 중국에선 인공지능을 그 어느 나라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실생활에 응용하려 한다"며 "우리는 세계 최고 인공지능 인재를 찾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고 말했다. 포니아이는 최근 바이두, 우버, 페이스북, 퀄컴 등 주요 경쟁 테크 기업에서 엔지니어를 영입하는 등 인재 영입에 공격적이다.

전 세계 주요국의 자율주행차 상용화 기술 수준은 이미 대부분 레벨 2(부분 자율)와 레벨3(조건부 수준)를 넘어 운전자 개입 없이도 정해진 구역 내에서 전적으로 AI에 운전을 맡기는 레벨4 초입에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자동차로 사람을 운송하는 것은 물론, 공장·창고·병원 등 산업 현장에서 물류를 담당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될 수 있어 테크 기업들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주목을 받고 있다.

포니아이 역시 최근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자율주행 트럭, 자율주행 물류 배달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웨이모나 바이두처럼 완성차를 만드는 대신, 전기차 기업 BYD와 광저우자동차 등 자동차 기업과 제휴를 맺고 자율주행에 필요한 프로그램이나 소프트웨어 등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만 집중하는 것도 포니아이의 특징이다.

미국과 다른 중국 특유 데이터 축적 중

물론 포니아이와 세계 1위 웨이모의 기술 격차는 아직 뚜렷하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의 기술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는 인공지능이 보조 인간 운전자에게 통제권을 넘기는 순간(disengagement)까지 거리인데, 웨이모는 이 거리가 1만7846㎞에 달한다. 이에 비해 포니아이는 아직 1635㎞에 그친다. 웨이모의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또 광저우 시내 자율주행 서비스도 아직은 운행 가능한 구역이 고해상도 매핑 작업을 마친 50㎢ 구역으로 한정돼 있다.

그러다보니 시청·호텔·관공서·도서관 등 일부 상업지구 내 주요 거점과 주택 지역에서만 자율주행차를 탈 수 있고, 아직까지 보조 운전자의 역할도 상당하다. 한계가 있는 만큼 포니아이는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 중이다. 이와 관련, 펑 대표는 "무료로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는 대신 우리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며 "혁신은 실험실이나 골방에 처박혀 있기보다는 현장에서 어렵고 힘든 실험과 실패가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현재 포니아이는 20대의 자율주행차를 운행 중인데 연말까지 100대로 늘릴 계획이다.

펑 대표는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웨이모와 같은 최첨단 미국 자율주행차가 반드시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앞서고 있으나, 미국 자율주행차라고 해서 중국에서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중국은 미국과 다른 교통 환경을 갖고 있어 우리는 중국에선 미국과 다른 행동 데이터를 쌓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중국은 도로에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데다 도보에 사람도 많은 편이라 미국과는 현격히 다른 사용자·운전자·보행자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게 펑 대표의 설명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핵심 성장동력"

펑 대표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또한 자율주행차 시장 성장의 핵심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의 핵심 목표 산업 중 하나는 자율주행차다. '10년 안에 자율주행차 3000만대를 공급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넣어 규제 정비와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자율주행차 관련 연구·개발(R&D)에 막대한 예산 투입과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 현재의 교통 신호와 운행 중인 차량, CCTV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활용할 수 있는 길을 기업에 열어줬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주요 대도시 인근에는 자율주행 스마트도시를 건설해 지금도 수많은 자율주행차 기업이 주행 실적을 쌓고 있다.

펑 대표는 "미국 기업들이 선발 주자로 우위를 갖고 있는 건 맞지만, 장기적으로 승자가 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면서 "지금 추세라면 미국의 기술력을 따라잡고 3~5년 뒤 수만 대의 자율주행차가 중국 도로 위를 달리는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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