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의견 100% 청취 시스템

입력 2019.07.19 03:00

[Cover Story] 이것이 진정한 고객만족 경영 ④ 가오

일본의 생활용품 기업 가오는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가정 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소비자가 설거지 세제 등을 쓰는 현장을 직접 관찰하고 의견도 청취한다.
일본의 생활용품 기업 가오는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가정 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소비자가 설거지 세제 등을 쓰는 현장을 직접 관찰하고 의견도 청취한다. / 가오
85년 전인 1934년 회사에 고객상담센터를 세운 기업이 있다. '가네보' 화장품과 '메리즈' 기저귀로 친숙한 일본의 생활용품 기업 '가오(花王)'다. 가오는 일본 내 1위 생활용품 기업이다.

가오는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을 만들자"는 기업 이념을 갖고 있다. 이를 그대로 실천한 게 '가사과학연구소'라는 고객상담센터였다.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을 만들려면 먼저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지금은 '생활자(소비자) 커뮤니케이션 센터'로 운영 중이다. 가오는 커뮤니케이션 센터의 활동보고서를 매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지난해 접수된 소비자 의견은 21만6000건에 달했다.

가오는 여기에 접수된 소비자 의견을 한데 모아 모든 부서가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고객의 의견과 제품 개발이 선순환을 이룬다는 뜻에서 '가오에코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야마네 유스케 유연제 개발연구원은 "개발 힌트를 얻기 위해 에코시스템을 자주 들여다본다"고 말했다. 가오는 소비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제품을 꾸준히 개선해 나가고 있다. 고객 만족을 표방하며 상담센터를 연 기업은 많지만 가오가 특별히 다른 점이다.

가오(花王·Kao) 개요 / 가오 경영 실적
손 떨리는 고객 위해 거품 치약도 개발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제품을 개선한 사례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658건에 달한다. 이 중 흥미로운 사례도 많다. 손이 떨려 치약을 짜기 어렵다는 소비자를 위해 한 손으로 눌러 쓸 수 있는 치약을 개발했다. 치약을 거품 형태로 만들어 힘이 덜 들도록 한 것이다. 리필용(보충용) 욕실 제품의 용기 표면이 매끄러워 통에 옮겨 담을 때 자꾸 제품을 쏟는다는 의견이 자주 나오자 용기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만든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2016년 출시 6개월 만에 420만 개가 팔린 스프레이형 설거지 세제 '큐큐토'도 소비자가 낸 의견에서 힌트를 얻었다. 큐큐토는 스펀지가 닿지 않는 구석까지 닦기 쉽도록 스프레이형으로 만든 것이다. 가오는 지난해 '제품을 비행기에 실어 보낼 수 있느냐'는 질문이 4600건에 이르자 바로 제품 카탈로그를 개정해 비행기로 보낼 수 있는 제품인지 여부를 표시하기도 했다. 가오의 사와다 미치타카 사장은 "고객이 깜짝 놀랄 정도로 감동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우리 목표"라고 강조한다.

소비자 중심 경영은 신기술 개발과 상승 작용을 하고 있다. 소비자의 의견이 실제 제품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탄탄한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가오는 이를 위해 연구센터도 제품 용기와 향료, 거품 등 부문별로 특화했다. 그 결과, 히트 상품이 연달아 탄생하고 있다. 향기가 12시간 지속되는 섬유 유연제 '플레어'는 출시되자마자 최고 섬유 유연제(닛케이마케팅저널)로 선정됐다. 이 제품은 체온과 땀에 반응해 땀 냄새가 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더 진한 향기를 내 땀 냄새를 감춰준다.

가오는 인구 감소로 인한 생활용품 시장의 침체에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가오의 지난해 매출은 1조5080억엔(약 16조5000억원). 지난 10년간 2000억엔(약 2조2000억원)이 늘었다. 순이익은 2014년 796억엔에서 지난해 1537억엔으로 4년간 배가 됐다. 신생 IT(정보기술) 기업도 아니고 전통 생활용품 기업이 올린 수익이라서 더 놀랍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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