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페이스북의 암호 화폐 사업을 중단시켜야 한다

    •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입력 2019.07.19 03:00

[WEEKLY BIZ Column]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페이스북이 파트너 기업과 함께 만든 암호 화폐 '리브라'를 공개했다. 페이스북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한 새로운 플랫폼도 출시했다. 여러 반대에 밀려 일단 발행을 당분간 유보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이 암호 화폐에 드러난 페이스북의 야심은 21세기 미국 자본주의의 오류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우선 시점에 의구심이 든다. 전통 화폐가 불만의 대상이 된 것은 주로 급격하고 불안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발생할 때였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화폐의 실질 가치가 하락해 가치 저장 수단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러화, 유로화, 엔화 등 주요 통화의 가치는 그동안 매우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왔다. 오히려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금융 논리에 안 맞는 암호 화폐

전 세계 주요국은 재정 투명성 측면에서도 진전을 이뤘다. 기존 은행 시스템이 돈세탁이나 범죄행위에 악용되는 일은 더 어려워졌다. 기술은 더 효율적인 거래를 가능하게 했다. 금융권에선 소비자들의 계좌에서 소매업체 계좌로 돈이 수만분의 1초 단위로 움직이는 것은 물론, 사기·위조를 방지하는 시스템도 구축하는 등 많은 기술 진보를 이뤘다. 반면 암호 화폐는 지금껏 그래 왔듯 불법 행위와 돈세탁을 조장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현 금융 시스템에도 문제는 있다. 결제 산업의 경우 내부 경쟁이 부족하다. 또 무수한 금융 거래를 처리하는 기업들에 대한 규제 시스템도 부족한 편이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 특히 미국인들은 필요한 비용보다 몇 배는 많은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지갑 안에 든 여러 장의 신용카드와 은행에 맡겨둔 막대한 예금 등 여러 결제 수단이 얽혀 있어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도드-프랭크법의 일부인 더빈 개정법은 체크카드의 지나친 수수료를 제한했지만 더 큰 문제인 신용카드의 과도한 수수료는 막지 못했다.

이런 측면에서 호주는 좋은 선례다. 호주는 신용카드 업체들이 계약서에 경쟁을 막는 조항을 넣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 대법원의 몇몇 판결에서 보듯, 미국은 버젓이 반(反)경쟁 조항들에 눈을 감고 있다. 경쟁을 우대하는 유럽과 다른 나라들은 미국의 이러한 반경쟁 조항들을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범죄 은닉 부채질하는 수단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이며 왜 많은 업체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가. 거래 플랫폼을 빌려 쓰는 비용을 줄이면서 생기는 이득 때문일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 스스로 시장권력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도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은 두려운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금융 부문에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기관이 반드시 나서야 한다. 세계 어디든 반경쟁적 행위를 일삼는 미국 첨단기업이 장악한다고 하면 환호는 적어질 수밖에 없다.

아마도 리브라의 가치는 순전히 달러·유로 같은 주요 통화 바스켓 안에서 작동할 것이다. 국채 등 정부 자산과 연동될 수도 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의 예금에는 이자를 지불하지 않으면서 리브라로 교환된 막대한 전통 통화예금에서 얻는 이자를 차익으로 가로챌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나 금융회사의 펀드를 두고 굳이 이자도 없는 페이스북에 돈을 예치해둘 필요가 있을까. 리브라가 화폐로 거래되면 거래 때마다 자본손익이 발생할 것이다. 이때 세금 문제가 중요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세금 제도쯤은 무시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이것은 중요한 문제다.

페이스북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묻는다면 두 가지는 확실하다. 범죄 행위에 가담한 사람들은 부패와 탈세, 마약 거래와 테러가 수사 당국의 추적을 받지 않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그동안 범죄를 부채질하는 금융시스템을 막기 위해 그렇게 많은 진전을 이뤘으면서 왜 우리는 굳이 반대로 가는 도구를 용납하는가. 테크 기업이라는 꼬리표 때문인가.

전통 금융상품만큼 규제해야

정부는 페이스북의 리브라 사업을 즉시 막아야 한다. 적어도 다른 금융 상품들만큼 투명성이 보장되도록 규제해야 한다. 불행히도 암호 화폐에 대해 규제하지 못할 것 같다. 만약 정부가 규제하지 못하면 과거처럼 리브라 거래에 따라 페이스북에 저장되는 데이터가 페이스북의 손아귀로 흘러들어 갈 것이다. 이는 곧 페이스북의 시장 권력과 이득만 강화할 뿐 우리의 보안과 사생활 보호는 지금보다 더 무시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페이스북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약속하겠지만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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