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캐비어를 원한다면 헬기를 타고 가서라도 구해야죠"

입력 2019.07.19 03:00 | 수정 2019.08.05 10:13

[Cover Story] 아만 리조트 회장 인터뷰


'고객만족경영 끝판왕' 아만 리조트의 블라디슬라프 도로닌 회장

럭셔리 리조트 체인 '아만(Aman)'의 부탄 호텔 '아만코라'에 묵던 한 고객이 기념일 식사 때 캐비아 1㎏을 먹고 싶다고 호텔에 요청했다. 호텔 지배인이 급하게 물량을 발주했지만, 수입에 2주가 걸린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아만코라 직원은 비행기를 타고 1700㎞를 날아가 태국 방콕에서 캐비아를 구해 제공했다. 아만 스리랑카 호텔 '아만갈라'의 한 고객은 일본인 셰프가 만드는 신선한 초밥을 매일 먹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수도 콜롬보에서 헬기로 공수한 초밥을 투숙 기간 내내 제공받았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에피소드들이 아만 리조트 내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아만에서 고객은 왕처럼 휴가를 즐길 수 있다. 말만 하면 뭐든지 이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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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있는 ‘아만 베네치아’의 루프탑(옥상) 전경. / 아만. 그래픽= 김현국
고객이 원하면 뭐든지 해준다

아만은 인도네시아 언론인 출신 사업가 아드리안 제차(Zecha)가 1988년 세운 고급 호텔·리조트 업체. 연예인 혹은 세계적인 부호들이 즐겨 찾는 장소라고 소문이 퍼지며 명품 이미지를 구축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할리우드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이 아만 열성 팬으로 알려져 있다. 배우 조지 클루니 부부는 아만 베네치아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은 스스로를 아만 정키(Junkie·중독자)라고 부른다.

유명인들이 아만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황당한 요청일지라도 고객이 원하는 것은 반드시 들어주기 때문이다. 아만은 럭셔리 숙박 업체 중에서도 최고의 고객만족경영을 추구하는 업체로 정평이 났다. 심지어 고객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치껏 서비스를 제공한다. 필리핀 '아만풀로'에 투숙한 고객은 여행 중 다리를 다쳐 휠체어에서 지내야 했다. 그가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리조트 직원들은 밤새 객실에서 해변 끝 물이 닿는 곳까지 경사로를 설치했다.

훌륭한 서비스만큼 객실료는 일반 호텔보다 비싸다. 가장 저렴한 객실이 하룻밤에 150만~200만원 선이다. 다른 럭셔리 리조트인 반얀트리와 비교해도 두 배가 넘는다. 아만과 반얀트리는 태국 푸껫의 첫 리조트를 시작으로 아시아에서 성장, 세계적인 호텔·리조트가 됐다는 점에서 경쟁 업체로 꼽힌다.

커피숍·화장품·음식점… 고객 만족 극대화 경영

아만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블라디슬라프 도로닌 아만 회장 겸 CEO는 "아만을 최고의 고객만족기업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아만 같은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일생이 걸리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도로닌 회장은 '러시아의 도널드 트럼프'라고 불리는 부동산 개발업자다. 그는 한적한 휴양지를 넘어 뉴욕 도심에서도 아만의 고객만족경영을 펼칠 계획이다. 지금까지 아만이 '수평적 아만(Horizontal Aman)'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면, 동일한 양질의 서비스를 도심 내 고층 건물 속에서도 재현해 '수직 확장(Vertical Aman)'한다는 전략이다.

'고객 만족 극대화' 전략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회사는 아만뿐이 아니다. 카타르항공은 1등석 같은 비즈니스석으로 에미리트항공 등 중동의 강호들을 제치고 올해 세계 최고 항공사(스카이트랙스 선정)에 올랐다. 좌석을 움직여 4인 가족이 함께 앉아 갈 수 있는 'Q스위트'와 기내식 메뉴를 원하는 때 골라 먹을 수 있는 '아 라 카르트'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세계 최대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는 스마트폰으로 미리 주문·결제해 매장에서 줄을 설 필요가 없는 '사이렌오더' 등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가네보' 화장품 등을 만드는 일본의 생활용품 기업 가오는 85년 전부터 고객상담센터를 세워 상담 내용을 공유하고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갔다. 그 덕택에 생활용품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난 5년간 순이익을 2배로 불렸다. 중국의 훠궈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에 가면 대기하는 동안 손톱 정리나 구두닦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경영 전문가들은 "고객의 상황과 욕구를 기업이 먼저 고민해 맞춤 상품과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내놓으니 고객의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깊은 감동을 받은 고객이 단골이 되면서 기업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고객 만족 극대화 전략으로 경영 혁신을 하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를 심층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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