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한번 돼 보고 싶은가? 그럼 아만 리조트로 오라"

입력 2019.07.19 03:00

[Cover story] 블라디슬라프 도로닌 아만 리조트 회장 인터뷰

블라디슬라프 도로닌(오른쪽) 아만 회장이 2010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포럼에서 당시 여자 친구였던 모델 나오미 캠벨(왼쪽)과 할리우드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아만 리조트는 고객만족경영의 대명사로 통한다. 예컨대 태국 '아만푸리'에 머물던 고객이 분홍색 오픈카를 구해달라고 하자, 지배인이 인맥을 총동원해 하루 만에 손님 앞에 차를 대령한 일화는 유명하다. 아만푸리는 해당 손님이 재방문했을 때 미리 분홍색 오토바이를 준비해두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했다. 중국 항저우 '아만파윤' 내부에 위치한 사찰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는 고객 요구에 지배인이 수도승을 열 번 넘게 찾아뵙고, 4개월을 기다린 후에야 겨우 승낙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고객만족경영을 총지휘하는 아만 리조트의 블라디슬라프 도로닌 회장을 만나기 위해 영국 런던의 아만 제2 본사를 찾았다. 에르메스, 위블로, IWC, 반클리프아르펠, 그라프 등 화려한 명품 매장이 즐비한 본드 스트리트를 지나 왼쪽으로 방향을 트니 아만 사무실이 보였다. 도로닌 회장은 "이제 아만을 세계적인 호텔로 확장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아만 서비스에 감동해 인수 결심

―원래 아만 정키(중독자)였다고 하던데.

"그렇다. 1990년 홍콩에서 원자재 트레이더로 근무할 때 처음 태국 푸껫 '아만푸리'를 방문했다. 리조트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이 나의 이름을 기억해 부르고, 번거로운 체크인, 체크아웃 과정도 없는 점에 깜짝 놀랐다. 마치 친구 집에 머물며 진정한 휴식을 취하는 느낌이었다. 이후 아만에 흠뻑 빠져 전 세계 아만을 하나씩 방문했다. 그러다 2014년 아만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에 매우 가슴이 뛰었다. 부동산 개발업자로서 호텔은 포트폴리오에 좋은 일이었다. 아만이 럭셔리 여행 업계의 보석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아만의 일부 리조트는 공항에서 차로 몇 시간 떨어져 있기 때문에 예약률이 30%밖에 되지 않는데 수익성 우려는 없나.

"저렴한 가격에 다수의 고객을 유치하는 건 쉬운 일이다. 아만처럼 고가에 적은 고객을 모으는 게 훨씬 어렵다. 극소수 부유층이 아만을 꾸준히 방문하는 이유는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최상위 서비스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가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얼마나 디테일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인도네시아 사업가 아드리안 제차가 1988년 태국 푸껫에 만든 첫 아만 리조트 ‘아만푸리’(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중국 베이징에 있는 ‘아만 서머팰리스’. 1750년 건설된 중국 황실의 여름 별궁 이화원 동문 쪽에 지어졌다. /아만
경험 중시하는 젊은 고객 점점 늘어

―아만의 평균 객실 수는 30~50개로 매우 적은 편이다. 심지어 인도 리조트는 객실 수가 10개밖에 되지 않던데.

"아만은 넓은 부지에 적은 수의 객실을 제공한다. 투숙객이 충분한 사생활 보호를 누려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명 인사라 해도 아만에 머무는 동안 다른 투숙객을 마주치거나, 사인 요청 세례를 받는 일은 거의 없다. 아울러 투숙객 한 명당 평균 6~8명의 스태프가 상주하기 때문에 필요한 일은 언제나 요청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쇼핑을 나가면서 서너 명의 직원과 동행해도 된다는 얘긴가.

"그건 너무 단순한 요청 아닌가. 더 어려운 일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인근 산 정상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싶다고 하면 헬기를 미리 대기시켜 둔다. 투숙객은 원하는 시간에 헬기를 타고 산에 올라 차려진 밥상을 즐기면 된다. 머무는 도시에서 구할 수 없는 식재료가 먹고 싶다고 할 경우 미리 얘기만 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공수해 준다. 말만 하면 뭐든지 이뤄지는 마법 같은 공간이다."

―초고가 전략을 고수하면 타깃 고객층이 지나치게 한정되지 않나.

"여행과 특별한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부상으로 잠재 고객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아만 리조트를 찾는 고객의 평균 연령은 매년 어려지고 있다. 현재 투숙객의 평균 나이는 44세 정도다. 평소 열심히 일하다가 재충전의 시간을 찾고자 아만을 방문하는 중산층이 대부분이다."

―아만의 객실료는 이미 고가인데, 가격을 더 올린다고 들었다.

"도쿄 아만 같은 경우는 예약률이 이미 100%다. 도심에서 아만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여행객이 많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수요가 많을 때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만은 1988년 태국 푸껫 판시 해변에 첫 리조트 '아만푸리'를 선보이며 시작돼 현재 전 세계 21개 도시에 34개의 럭셔리 리조트·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태국, 부탄,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스리랑카,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휴양지를 중심으로 성장하다가 터키, 이탈리아, 모로코, 미국까지 진출했다. 리조트 부지 중 9곳이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문화유산'일 정도로 자연경관이 아름답다.

도로닌 CEO는 아만을 인수한 첫해인 2014년 도쿄에 처음으로 도심 호텔을 오픈했다. 도쿄역 인근에 지어진 오테마치타워에 자리 잡고 있으며 80여 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도심 호텔이지만 다른 아만 리조트처럼 현지 문화와 전통을 디자인에 반영했다.

그가 현재 가장 공들이는 신규 호텔은 바로 뉴욕이다. 지금까지 아만은 휴양지, 도심에서 최소 두 시간 이상 떨어진 한적한 곳에 주로 위치했는데, 이제 보다 접근성이 용이한 도시에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2015년 뉴욕 4대 랜드마크 중 하나인 크라운빌딩의 4층부터 24층까지 20개 층을 5억달러(약 5895억원)에 사들였다. 내년에 개장할 예정이다.

―고층 건물 속으로 들어가면 아만 고유의 지역 특색을 살린 건축물, 휴양지의 매력이 사라지지 않을까.

"도시로 수직(vertical) 확장하더라도 아만의 DNA는 동일하게 가져갈 계획이다. 인테리어의 미적인 부분, 고객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양질의 서비스 등 아만 특유의 문화는 놓칠 수 없다. 아울러 장소의 역사적, 상징적인 부분도 중요하다. 아만 호텔은 아무 곳에나 지을 수 없다. 장소를 선택함에 있어 타협할 생각은 없다.

그래서 뉴욕 호텔의 위치를 결정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맨해튼에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4개 있는데, 크라이슬러 빌딩,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록펠러센터, 그리고 크라운 빌딩이다. 이 중 앞서 말한 세 건물은 인수가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57번가에 위치해 센트럴파크가 내려다보이는 크라운 빌딩을 선택했다."

―서울에도 아만을 지을 계획이 있나.

"물론이다. 가장 열정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도시 중 하나다. 다만 역사적 가치, 자연환경, 부대 시설 등 다양한 면모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부지 선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아만의 장소는 분명 특색(unique)이 있어야 한다. 현재 런던, 파리, 밀라노, 홍콩, 싱가포르 등에도 도심 호텔을 지을 계획이 있다."

샴푸·린스도 직접 개발

―아만 내에서 사용되는 샴푸·린스 등을 직접 개발했다고 하던데.

"아만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고의 제품을 제공하고 싶었다. 나는 완벽주의자다. 대충 괜찮은 상품에는 절대 만족을 할 수 없다. 유기농 오일 개발에만 2년이 넘게 걸렸다. 제품을 완성한 뒤에는 일본 디자이너가 직접 용기를 디자인했고, 용기 생산은 한국 기업에서 하고 있다."

―휴가를 어떻게 보내나.

"딸이 두 명이기 때문에 가족 여행을 즐긴다. 여유가 된다면 필리핀 '아만풀로'에 방문해 섬 주변에서 카이트서핑(서핑과 패러글라이딩을 접목한 레저스포츠)을 즐긴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가지 않는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에 이곳을 좋아한다. 그리고 정신적으로 지쳤을 때는 부탄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티베트 요가를 배우며 수도원 생활을 한다. 내 몸의 배터리가 완전히 재충전되는 느낌을 받는다."

'러시아의 트럼프'

도로닌 회장은 누구

“처음 소련(러시아)을 떠날 때는 주머니에 담긴 250달러(약 30만원)가 전 재산이었습니다.”

도로닌 회장은 1985년 대학을 갓 졸업한 24세에 세계 여행에 나섰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서유럽, 미국, 특히 아시아의 티베트 등 세계 모든 도시를 여행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도착한 곳은 프랑스 파리였는데, 루브르 박물관에 가보고, 센강에서 보트도 탔다”며 “이후 로마, 피렌체, 뉴욕을 방문하고, 심지어 인도의 히말라야산에서 요가 수업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이후 도로닌 회장은 영화 ‘더 킹 오브 오일’의 실제 주인공인 세기의 억만장자 마크 리치 밑에서 원자재 트레이더로 근무했다.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1991년 러시아에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인 캐피털그룹을 창립했다. 이 회사는 3년 뒤 부동산개발업에 뛰어들었고, 모스크바에 총 71개의 고급 거주 단지를 개발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그가 2015년 완공한 OKO타워는 354m 높이로, 모스크바의 대표 고층 건물로 꼽힌다.

도로닌 회장은 수퍼모델 나오미 캠벨 등과 교제하면서 할리우드 가십지에 종종 등장했다. ‘러시아의 도널드 트럼프’라는 별명과 함께 세계적 유명세를 치렀다. 그러던 중 2014년 럭셔리 리조트·호텔 체인 아만그룹을 인수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당시 인수전에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블랙스톤 등 ‘큰손’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가는 3억5800만달러(약 3544억원)였다.

도로닌 회장은 아만을 인수하기 전부터 아만의 새로운 호텔은 가장 먼저 방문하는 대표적인 ‘아만 정키(중독자)’였다. 그는 “홍콩에서 근무하던 1990년 처음으로 태국 ‘아만푸리’를 방문했고, 여행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아만은 지금까지 경험했던 어떤 호텔과도 차원이 다른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만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 당연히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며 “이제 뉴욕, 파리, 런던 등의 세계 주요 도시로 아만을 확장하는 일만 남았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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