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뉴욕, 제2의 실리콘밸리로 변신… 4차 산업혁명 연구소·인재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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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7.05 03:00

      [Cover Story] 기술혁신 전쟁… 美·中 현장을 가다
      미국의 기술 혁신 현장

      뉴욕의 실리콘 앨리에 있는 코넬텍 전경. 인구 862만명이 밀집해 있는 미국 최대 도시 뉴욕에는 약 20만 개의 기술 개발 일자리와 1만4000여 개의 스타트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뉴욕의 실리콘 앨리에 있는 코넬텍 전경. 인구 862만명이 밀집해 있는 미국 최대 도시 뉴욕에는 약 20만 개의 기술 개발 일자리와 1만4000여 개의 스타트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 코넬텍
      뉴욕시 맨해튼 동쪽의 작은 섬 루스벨트 아일랜드. 롱아일랜드시티와 이스트리버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이곳의 코넬텍(Cornell Tech·코넬대 공대)은 금융 도시 뉴욕을 '제2 실리콘밸리'로 바꿔줄 비밀을 안고 있다.

      맨해튼에서 지하철을 타고 루스벨트 아일랜드역에서 내려 남쪽으로 3분쯤 걸으니 첨단 기술로 무장한 '에마 조지나 블룸버그 센터'가 눈에 들어왔다. 2011년 사비 1억달러(약 1156억원)를 지원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의 두 딸 이름을 딴 건물이다.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1400개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에너지가 소비되는 만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로비에서 아이패드에 방문자 등록을 한 뒤 내부로 들어서니 칸막이 없는 알록달록한 사무실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을 연상시켰다. 일반 대학과 다르게 교수 연구실을 없애고 모든 강의실과 건물을 개방형 공간으로 설계해 자유롭게 소통하는 최적 공간을 만들었다. 그레그 패스 트위터 전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실무 경험이 있는 인재들이 교수로 재직 중이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실리콘밸리와 스탠퍼드대의 산학 시너지를 뉴욕에서도 구현하기 위해 코넬텍을 유치했다"며 "230억달러의 경제성장과 8000여 일자리 창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넬텍이 단순히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기관은 아니다. 대너얼 허텐로처 코넬텍 학장은 "우리는 스타트업 양성소가 아니라 인류를 중심으로 디지털 미래를 만들어가는 곳"이라며 "미래는 디지털 기술과 혁신, 기업 성장이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도시 뉴욕에서 IT 창업 붐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에 빗대 뉴욕의 기술 스타트업 생태계를 실리콘앨리라고 부른다. 뉴욕 맨해튼의 첼시, 미드타운, 유니언 스퀘어 일대를 일컫는다. 1990년대 IT(정보 기술) 기업들이 자리를 잡으며 형성된 실리콘앨리는 현재 퀸즈와 브루클린까지 확장됐다.

      뉴욕이 미국의 '제2의 기술 혁신 도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10년 전에도 나왔지만, 2008년 금융 위기를 겪으며 주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뉴욕시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새롭게 기대를 모으고 있다. 블룸버그 이후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도 기술 기반 경쟁력을 갖춘 도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때맞춰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뉴욕에 글로벌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열었다.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에 본사를 둔 사진 공유 회사 셔터스톡의 창업자 존 오린저는 실리콘앨리에서 탄생한 첫 억만장자로 꼽힌다. 최근 WEEKLY BIZ와 만난 그는 "뉴욕 본사에서 개발한 기술을 통해 AI를 이용한 검색 엔진을 상용화했다"며 "뉴욕은 금융 및 인재 접근성, 다양성 면에서 세계 어떤 도시보다 뛰어나다"고 예찬했다.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등에서 운행 중인 구글 계열사 웨이모의 자율주행차.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등에서 운행 중인 구글 계열사 웨이모의 자율주행차. / 웨이모
      국방혁신단, 실리콘밸리 전문가 영입

      수십 년간 미국의 첨단 기술 개발을 이끈 원동력 중 하나는 미국 정부다. 언뜻 민간에서 개발된 것처럼 보이는 기술도 미국 정부가 주도한 프로젝트가 많다. 대표적으로 애플의 아이폰 터치스크린 기술은 실리콘밸리가 아닌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탄생한 것이다. 아이폰의 음성 비서 '시리(Siri)'도 마찬가지다. DARPA는 처음에 병사들의 정보 습득을 돕기 위해 AI를 활용한 소통 기술인 칼로(CALO)를 개발했다. 이후 CALO는 2007년 음성 개인 비서로 변형됐고, 이 기술이 애플에 인수되면서 시리가 탄생했다.

      인터넷, 마우스, 위치 정보 시스템(GPS) 등 현재 우리 생활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핵심 기술이 DARPA의 산물이다. 미국의 대표적 로봇 개발 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방문해보면 자율주행 험비부터 로봇 병사와 로봇 군견(軍犬) 등 인공지능 기술이 군 분야에서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DARPA는 미국이 옛 소련과 한창 냉전을 벌이던 1957년 '예상되는 전략적 문제를 미리 발굴하고 해결책을 찾아서 증명'하기 위해 탄생했다. DARPA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AI, 블록체인,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등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는 4년 전엔 자율주행, 5G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선점을 위해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국방혁신단(DIU·Defense Innovation Unit)을 설립했다. 신기술을 가장 빨리, 효율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실리콘밸리 민간 기업과 소통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DIU는 군 출신을 배제하고 세계적인 사이버 보안 기업 시만텍 최고경영자(CEO)였던 마이클 브라운을 수장으로 영입했다.

      텍사스에선 셰일오일 기술 혁명

      미국은 전통적으로 해외 의존도가 높았던 에너지 시장에서도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은 지난 40여 년간 석유 순수입국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이란 등에 에너지를 의존했다. 그러나 셰일오일 혁명으로 세계 최대 셰일원유 생산 국가로 거듭났다. 오랜 세월 쌓이고 쌓인 진흙으로 형성된 퇴적암 사이사이에는 원유가 숨어 있었지만 생산이 어렵고, 비용이 높아 외면받아왔다. 하지만 수압 파쇄, 수평 시추 공법이 개발돼 채굴이 가능해졌고 기술 진화로 생산 원가가 낮아지면서 셰일원유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2016년에 890만 배럴에 불과했는데 2017년 940만 배럴, 지난해는 1090만 배럴까지 늘어났다. 올해 생산량은 하루 1200만 배럴을 웃돌 전망이다.

      전통 원유 자원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을 주도하던 글로벌 기업들도 이제는 셰일원유 생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미국 석유 회사 엑손모빌(ExxonMobil)은 2017년에 56억달러를 들여 미 남부 텍사스주의 페르미안 분지 셰일원유 생산 업체를 인수했다. 엑손모빌은 특히 향후 원유 생산 증가 대부분을 미국 페르미안 분지에서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통해 대규모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페르미안 분지에서 생산되는 셰일원유의 수송 능력 확대를 위해 송유관 건설에도 투자하고 있다. 영국 석유 회사인 BP 역시 페르미안 셰일원유 자산 인수를 위해 지난해 105억달러를 투자하면서 최대 규모 인수·합병(M&A) 거래를 기록했다. 미국 석유회사 셰브론은 올해 투자 예산의 18%에 해당되는 36억달러를 페르미안 분지에 투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