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FA와 BATH의 미래기술 전쟁

입력 2019.07.05 03:00

[Cover Story]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구글 리서치를 '구글 AI'로… 미래 승부수

구글
구글은 지난해 자사의 모든 역량의 중심을 인공지능(AI)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단순히 제품, 서비스에 AI를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 구글 내 모든 연구, 개발의 중심을 AI에 두려고 한다. 이에 구글은 자사 내 선행 기술 개발을 담당해 온 핵심 연구 조직인 '구글 리서치'를 '구글 AI'로 개편했다.

구글이 선보인 AI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몇 년 안에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구글 이메일인 지메일의 '스마트 컴포즈'의 경우 사용자가 이메일을 보낼 때 AI가 수신자와 주고받은 이메일을 분석한 뒤 답변을 예측해 미리 작성한다. 대화형 AI 기술인 '듀플렉스'는 미용실 혹은 식당에 전화를 걸어 사용자 대신 예약을 진행할 수 있다. AI의 전화를 받은 사람은 전화를 건 상대가 AI인지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정도다.

구글은 또 AI 구현에 최적화된 자체 하드웨어 TPU(Tensorflow Process Unit)를 개발했다. TPU는 구글이 주도하는 AI 분야의 오픈소스인 텐서플로(Tensorflow) 구동에 최적화된 컴퓨팅 칩. 구글의 AI가 TPU를 통해 실행될 경우 엔비디아, AMD의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통해 실행될 때보다 빠르게 구동된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그룹 산하의 자율주행차 부문인 웨이모는 구글의 AI 기술을 접목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중이다. 웨이모는 보행자 인식 기술에 딥러닝을 적용해 인식 오류를 100배 개선했다고 밝혔다. 웨이모는 현재 차량 약 600대를 통해 자사의 자율주행 기술을 실제 도로에서 검증하고 있다. 특히 웨이모에 적용되고 있는 AI 기술은 단순한 장애물 인식 수준을 넘어 자동차가 상황을 예측하고 사고 방지를 위한 의사 결정을 스스로 하는 단계까지 왔다.

애플, 음성인식 '시리'와 AR에 역량 총집결

애플
애플은 혁신적인 신기술을 발표하기보다는 자신들의 독자 생태계를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애플은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시리(Siri)를 통한 애플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2011년 출시 이후로 시리는 아마존과 구글의 AI 서비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애플은 시리의 문제를 개선하고 사용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앞으로 시리는 사용자의 일상생활 패턴을 학습하고 예측해 행동한다. 예컨대 사용자가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실 경우 시리가 대신 커피를 주문할 수 있다. 극장 또는 회의실에 들어서면 스스로를 진동 모드로 변경한다. 아울러, 퇴근길에 차량에 탑승 후 내비게이션을 실행하고, 음악을 틀고, 도착 예정 시각을 가족에게 알리고, 집 안의 온도·조명 등을 제어하는 등 여러 작업을 사용자 한마디로 실행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이 구글의 AI보다 기술적으로 뛰어나다고 할 순 없지만, 스마트폰 사용자의 니즈를 잘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증강현실(AR) 분야에서 애플은 콘텐츠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AR은 게임 등 일부 영역에서만 활성화됐을 뿐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애플은 더 많은 개발자가 AR 콘텐츠 생성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예컨대 애플은 AR 콘텐츠를 쉽게 만들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다.

애플워치의 경우 사용자의 건강 정보 수집을 통해 헬스케어·피트니스 생태계를 구축한다. 애플 내 '피트니스 랩'에서는 약 6TB(테라바이트)에 달하는 사용자 개인의 생체 정보를 분석한다. 아울러 애플은 피트니스 관련 개발자에게 개발 도구를 제공하고 운동 기구 제조사와 협업해 애플워치의 활용 기반을 넓히고 있다.

페이스북, 소셜미디어에 VR·AR 입히기

페이스북

페이스북 본사 벽에 걸린 '빠르게 움직이고 틀을 깨라(Move Fast and Break Things)'란 문구는 페이스북 혁신 철학을 상징한다. 그 밑바탕에는 '해커톤(Hackathon)'으로 요약되는 기업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해커와 마라톤을 합성한 이 단어는 창의적으로 실패하는 게 핵심이다.

한 달에 1회 이상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사용자는 지난해 말 기준 23억2000만명. 페이스북은 이 막대한 사용자를 기반으로 다채로운 서비스를 실험하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운 페이스북은 2014년 인수한 VR(가상현실) 기기 업체 오큘러스를 통해 차세대 VR·AR(증강현실) 기술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글이나 사진, 동영상 공유에 국한됐던 소셜미디어 사용 경험이 좀 더 입체적인 VR과 AR로 진전해갈 것으로 판단한 결과다. 친구가 이탈리아 여행을 가서 찍은 사진을 마치 같이 가서 본 것처럼 360도 동영상으로 체험하거나, 메이저리그 또는 NBA 경기를 어깨너머에서 관전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더 나아가 지구 반대편에서 하버드대 강의실에 앉아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할 수도 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가공의 체험을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진행하고 있다. AI(인공지능) 서비스 역시 또 다른 핵심 축이다. 동영상이나 사진을 AI가 읽고 시각장애인들에게 음성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인터넷오알지(Internet.org) 프로젝트는 기술의 사회적 공헌 차원에서 추진한다. 인터넷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고 있는 아프리카·남미 오지나 북한 같은 지역에 '아퀼라'로 이름 붙인 초대형 비행선을 띄워 레이저 통신시스템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아퀼라는 로마어로 독수리라는 뜻이다.

책에서 신선식품까지… 아마존, 세계정복 야심

아마존

아마존을 온라인 상점으로 국한해서 생각하면 오해다. 서점에서 출발, 의류와 식품, 가전을 거쳐 디지털 콘텐츠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오프라인 상점까지 보유한 '만물상(Everything Store)'으로 변신하고 있다.

특히 물류 서비스에서 아마존이 밟아온 혁신 질주는 신선 식품을 바로 다음 날 배달하는 '아마존프레시', 주문 후 최대 1시간 이내 배달하는 '프라임나우'로 발전하면서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트럭에서 항공기, 드론까지 더 빨리, 더 많이 배송하기 위한 첨단 기술 동원도 점입가경 수준이다.

아마존 혁신의 원동력은 끊임없는 아이디어 실험에 있다. 창업자·CEO인 제프 베이조스는 1개월 후 달성할 것과 5년 후, 10년 후 달성할 것을 지속적으로 고민한다. "1시간 안에 칠판에 아이디어 100개를 채울 수 있다"고 자랑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물론 그중에선 쓸모없는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도 있다. 다만 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실험하고(Experiment constantly), 실패하면 빠르게 단념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Fail Fast, Move Fast) 문화가 아마존 내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PDCA(Plan, Do, Check, Action) 4단계를 가장 빠르고 끈기 있게 실천하는 조직이 아마존이란 얘기다.

아마존은 현재 AI 음성인식 서비스 알렉사를 신무기로 새로운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알렉사를 자동차에서 가전, 조명까지 생활환경을 둘러싼 모든 제품에 탑재, 기존 아마존 서비스와 결합한다는 구상이다. 결제 서비스 아마존페이는 앞으로 기존 거래를 통해 쌓인 막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수표 발행, 대출, 현금 서비스, 직불카드까지 전통 금융회사 영토를 잠식하기 위해 진격할 전망이다.

바이두 "구글 덤벼라"… 자율주행차까지

바이두

지난해 구글이 8년 만에 중국 시장 재진출을 검토 중이라는 소문이 돌자, 바이두(百度) 창업자 리옌훙(李彦宏)은 SNS(소셜미디어) 위챗 계정에 "만약 구글이 중 국에 다시 돌아온다면 우리는 다시 한 번 이겨줄 자신이 있다"고 했다. 구글을 향해 거침없는 도발을 하는 바이두는 '중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중국의 최대 포털 회사다. 중국 정부의 엄격한 인터넷 검열 정책 탓에 해외 검색 엔진 회사들이 줄줄이 철수해버리는 바람에 무주공산에서 시장 점유율 70~80%를 차지하며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바이두는 창업 초기 '구글의 카피캣'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2~3년 새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일부 신기술 사업 분야에서 미국 IT 기업을 매섭게 추격하고 있다. 출발점은 2014년 인공지능 개발 프로그램인 '바이두다나오(百度大腦)'의 출범이었다. 인공지능에 학습 능력을 배양해 빅데이터를 분석·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율주행차는 리 회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인공지능 사업이다. 바이두는 지난해 완전 자율주행 버스를 시범 운행하는 등 구글 계열사 웨이모와 함께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아마존과 구글이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AI 스피커 시장에서도 바짝 추격 중이다. 1년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이 0.1%에 불과했으나, 올해 1분기 15.8%까지 끌어올렸다. 바이두는 2030년까지 '인공지능 대국'이 되겠다는 중국 국가 목표의 선두에 서서 달리고 있다. 상하이, 충칭 등 대도시에선 스마트 시티 사업을 추진 중이고, 허베이성 슝안신구(雄安新區) 등 신도시 개발 땐 자율주행차, 원격 진료, 간편 결제 등의 첨단 기술을 대거 제공할 예정이다.

알리바바 총알배송… '아마존 넘었다'

알리바바

알리바바를 상징하는 혁신 전략은 '뉴테일(新小賣)'이라 불리는 온·오프라인 융합 사업 모델이다. 이 전략의 최전선인 신선 식품 매장 허마셴성(盒馬鮮生)을 방문해보면 알리바바의 혁신 전략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가령, 매장 인근 3㎞ 지역 내의 가정에는 30분 안에 '총알배송'을 해준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한 물건이 당장 필요하지 않으면, QR코드를 활용해 배달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나중에 집으로 배달받을 수 있다. 온라인에서 구입한 식재료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조리할 수도 있다. 온라인의 편리성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적절하게 섞어 개선점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거대한 유통망을 책임지는 것은 '차이냐오(菜鳥)'라 불리는 물류 자회사다. 354개 도시에는 당일 배송, 전 세계 어디든지 72시간 내 배달 가능한 물류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등을 활용, 아마존 이상의 자동 물류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알리바바는 2020년까지 알리바바의 유통 총액을 1조달러까지 높이고, 1000만개의 중소기업을 알리바바 경제권에 편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또 다른 핵심 축은 핀테크다. 중국에서는 걸인이 알리페이 등 스마트폰으로 돈을 구걸할 정도로 간편 송금·결제가 보편화됐다. 알리페이 사용자가 언제든지 자금을 꺼내 쓸 수 있도록 만들어둔 금융 장치인 위어바오(餘額寶)의 예금 자산액은 약 211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보유한 단기자금인 MMF(머니마켓펀드)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상품 유통망뿐 아니라 금융 결제 등 핀테크 분야까지 선점, 미국 경쟁 업체인 아마존을 앞서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게임업체 텐센트, 원격의료업 진출

텐센트

1998년 중국 선전에서 마화텅 회장이 창업한 텐센트의 최대 무기는 10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SNS 메신저 위챗(중국명 웨이신)이다. 텐센트는 창업 초기 미국 실리콘밸리의 인기 서비스를 중국에 맞게 출시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키웠다. 차츰 기술력을 쌓아나가면서 지금은 '위챗'을 중심축으로 게임, 동영상, 음악 등 '콘텐츠 백화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 페이스북과 종종 비교 대상이 된다. 사업 확장의 핵심 재원은 위챗, QQ 등 소셜미디어 부문의 수익(65%)과 온라인 광고 수입(20%)이다.

텐센트는 중국 IT 공룡 중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기업이다. 게임 사업에 뛰어들 땐 액티비전블리자드, 에픽게임즈, 라이엇게임즈, 수퍼셀 등 서구 기업은 물론 한국의 넷마블, 카카오 등에도 투자한 적이 있다. 스타트업 중에서는 중국 배달 사업인 메이퇀의 최대 주주이자 공유 자전거 업체인 모바이크의 주요 주주다. 미국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의 지분도 5%를 보유 중이다.

신기술 분야에서는 핀테크, 자율주행차, 원격 의료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6년에는 자율 주행차 개발을 위해 독일 지도 기업인 HERE와 제휴를 맺었는데, 이 회사는 구글에 버금가는 정밀한 지도 측정 기술을 갖고 있다. 지난해엔 광저우치처(廣州汽車)와 함께 'AI in Car'라 불리는 기술을 공개했다.

신기술 개발 과정에서 알리바바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가령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의 대항마로 위챗 페이를 출시했고, 알리바바의 뉴테일에 맞서 스마트 리테일 전략을 출범했다. 지난해엔 알리페이가 정저우의 약국과 손을 잡고 의료 사업에 뛰어들자, 불과 3개월 뒤 광저우에서 약국 체인들과 함께 의료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화웨이 5G, 미·중 기술전쟁의 첨병으로

화웨이

중국 선전 화웨이 본사 내 런정페이 창업자의 집무실 앞에는 거대한 연못이 있다. 운동장 크기의 연못엔 검은 백조 두 마리가 둥둥 떠다닌다. 금융계에서 검은 백조(black swan)는 예기치 못한 위기를 뜻한다. 런 회장이 직원들에게 항상 위기감을 갖고 근무하라는 뜻에서 호주에서 공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988년 창업 이래 매년 승승장구하던 화웨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라는 블랙스완에 직면해 기로에 섰다. 화웨이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은 5G(세대) 통신 기술의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5G는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기술을 구현할 때 필요한 기본 인프라로, 상당수 기업과 국가들이 5G 통신망을 구축할 때 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화웨이에 의존하고 있다.

화웨이의 실력은 특허 건수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화웨이의 특허출원 건수는 5405건으로 2위인 미쓰비시전기(2812건), 3위인 인텔(2499건), 6위인 삼성전자(1997건) 등 경쟁사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화웨이는 18만명의 직원 중 8만명이 엔지니어이고,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화웨이의 독특한 기업 지배 구조도 혁신의 동력이다. 화웨이는 창업 이후 비상장 기업 형태를 유지한 채 주식을 직원들에게 골고루 나눠 주는 제도를 운용 중이다. 그 결과 현재 지분 98%를 직원 조합이 보유하고 있고, 런정페이의 지분율은 1.4% 불과하다. 회사 이익을 직원과 공유함으로써 동기 부여를 하겠다는 취지다.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를 각기 다른 사업부 부회장 3명이 6개월마다 순번대로 맡는 제도는 '원맨 경영자'의 독주를 막고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흡수하는 데 기여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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