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에 디지털 입혔더니… 9년만에 매출 2.4배, 주가 40배

    • 최재원 EY한영 M&A 전략 파트너

입력 2019.07.05 03:00

'미래 먹거리' 디지털 전략 어떻게 짤까

30대 국내 대기업 최근 3년 디지털투자 5배 이상 늘어나
디지털 투자의 3단계 교두보→덧붙이기→함께 엮기 順으로
구글의 홈 IoT 사업진출서 잘 드러나
필요하면 적과도 손잡고, 사모펀드와 힘 합쳐 빅딜할 수도

구글이 인수한 네스트의 요키 마츠오카 CTO가 지난 2017년 10월 자사 기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구글이 인수한 네스트의 요키 마츠오카 CTO가 지난 2017년 10월 자사 기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블룸버그
기업들에 미래 먹거리 찾기는 필수다. 20세기 중반 90년에 달했던 기업 평균 수명은 최근 15년(2015년 기준)까지 급격히 감소했다. 과거 잘나갔더라도 미래 먹거리를 찾지 못하는 기업은 15년 이상 살아남기 어렵다는 얘기다. 급변하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 국내외 대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국내 상위 30대 대기업의 지난 5년간 신사업 관련 투자 500여건을 분석한 결과 등을 토대로 짚어봤다.

Q1 디지털 투자는 디지털 인접 산업에서만 필수적일까?

모든 산업 영역에서 디지털과 융합이 일어나고 있다. EY글로벌 M&A 전략조직 EY파르테논 분석 결과, 최근 5년간 기업 신사업 동향 중 두드러진 키워드는 '디지털'이었다. 국내 30대 대기업 디지털 투자는 2015년 5000억원에서 2018년 2조7000억원으로 3년 만에 5배 이상 커졌다. 삼성전자, KT, 롯데 등 제조·통신·유통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자율주행,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등 다양한 영역에서 투자를 진행 중이다.

해외에선 도미노 피자를 주목할 만하다. 도미노 피자는 업계 최초로 2010년에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내세워 이제 전체 주문량의 80%가 AI 스피커를 포함한 디지털 주문에서 들어온다. 2018년 매출은 2009년 대비 2.4배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4%에서 17%로 3%포인트 개선됐다. 주가는 2009년 1주당 6.6달러에서 2019년 266.1달러로 40배나 올랐다. 국내에선 현대차가 최근 2년간 건수로 20여건 이상, 규모로는 3000억원 이상 디지털 투자를 집행했다. 2023년까지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에 약 14조7000억원 투자를 계획하며 앞서가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해 2월 평창올림픽에서 선보인 자율주행 전기차
현대차가 지난해 2월 평창올림픽에서 선보인 자율주행 전기차 /블룸버그

Q2 디지털 투자는 기존 투자와 방식이 어떻게 다른가?

디지털 투자는 '조합식(Combinatorial) 투자' 기법이 효율적이다. 과거에는 한 차례 대규모 인수로 부족한 역량을 채워 신사업에 진출하려는 시도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지나치게 비싼 금액으로 기업을 인수해 '승자의 저주'에 빠지기도 했다. 반면 디지털 투자는 인수만 고집해선 안 되고, 지분 투자, 제휴 등 다양한 수단을 총동원해 퍼즐 맞추듯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조합식 투자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앵커(anchor)', 영역을 넓히는 '애드온(add-on)', 앞선 투자를 한데 엮는 '캐털리스트(Catalyst)' 등으로 단계를 나눠볼 수 있다.

미국 구글은 홈(home) IoT(사물인터넷) 사업에 진입하면서 조합식 투자를 구현했다. '앵커'는 2014년 약 32억달러에 인수한 스마트 온도 조절계 제조업체 '네스트(Nest)'. 네스트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인터넷 서비스 등 홈 IoT에 필수적인 요소를 모두 만들던 곳으로, 교두보로 삼기에 적합했다. 구글은 이후 '드롭캠(Dropcam)'을 인수해 방범·육아 목적 실시간 모니터링을 붙였다. 대표적인 '애드온' 사례다. '캐털리스트'는 2018년 인수한 '자이블리(Xively)'였다. 자이블리는 '기기 간 동시통역자'라 부를 수 있는 서비스로, 홈 IoT 기기를 서로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국내에서는 LG전자가 최근 로보스타(Robostar) 인수, 로보티스(Robotis) 지분 투자, 에이크릴(Acryl) 지분 투자, 네이버랩스와의 제휴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로봇 사업을 그려가고 있다

하랄드 크루거(왼쪽) BMW 회장과 디터 체체 다임러AG 회장이 지난 2월 독일 베를린에서 차랑 공유 사업 협력을 위해 손을 잡고 있다.
하랄드 크루거(왼쪽) BMW 회장과 디터 체체 다임러AG 회장이 지난 2월 독일 베를린에서 차랑 공유 사업 협력을 위해 손을 잡고 있다. /블룸버그
Q3 대기업의 디지털 투자에는 조직 전문성이 필수적인가?

디지털 투자의 중심에는 벤처가 있고, 그 생태계에 편입하려면 벤처 투자 조직을 갖추는 것이 필수다. 국내 30대 대기업의 87%는 이미 그런 조직을 보유하거나 설립을 준비 중이다. 초기에는 인큐베이터 또는 벤처투자사(VC)를 통한 간접투자로부터 출발하는 게 바람직하다. 벤처 투자 조직 내에 액셀러레이터 기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대기업 투자 조직에서는 시너지를 내기 위해 3대7 정도로 액셀러레이터 기능에 더 초점을 두는 게 유리하다.

벤처 투자 조직을 투자 대상 기술, 투자 시기, 지역 등에 따라 특화해 운영하면서 전문성을 높이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소니는 벤처 투자 조직 '소니 이노베이션 펀드'를 통해 전 세계 유망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핀테크 특화 투자 조직으로 '소니 파이낸셜 벤처스'를 별도 운영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은 지주사법 규제를 받지 않는 해외 전용 VC를 설립해 특정 지역에 특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신생 벤처의 메카로 성장하는 동남아시아가 주목할 만한 지역이다.

지난 10년간 국내 30대 그룹 벤처 스타트업 투자 규모 추이
Q4 디지털 등 신사업 투자 위한 조력자는 어떻게 구할까?

EY한영 분석 결과, 지난 5년간 국내 30대 대기업 투자 중 10~15%는 사모펀드(PE)와 공동 투자를 통해 이뤄졌다. 투자 자금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서이다. 한국콜마는 1조3000억원에 CJ헬스케어를 인수하면서 H&Q코리아, 미래에셋PE, 스틱인베스트먼트와 공동 투자했다. 사모펀드의 역할은 자금 조달 이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KCC·원익이 사모펀드 SJL과 공동 투자해 미국 모멘티브(Momentive)를 인수한 건이 대표적이다. 모멘티브는 사업부가 2개였는데, 실리콘 사업은 KCC, 세라믹은 원익과 시너지가 있었다. 따라서 두 사업부를 분리한 후에 각각 KCC, 원익과 통합해야 했으나, KCC와 원익이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거래였다. SJL은 이 상황에 맞는 투자 구조를 만들어 3조4000억원 규모 빅딜을 성사시켰다.

Q5 디지털 세계에선 업계 라이벌끼리의 협업 사례도 자주 나타나나?

프레너미(Frenemy)는 친구(friend)와 적(enemy)의 합성어다. 동종업계 라이벌끼리 업계 바깥의 적과 대응하기 위해 협업에 나서는 모습이 많이 나타난다. 그 이유는 공동의 적에게 신속 대응하기 위해서다. 프레너미의 대표 사례는 다임러와 BMW의 모빌리티 사업 협업이다. 두 회사는 각각 사내 모빌리티 부서를 운영 중이었으나, 모빌리티 플랫폼인 우버(Uber)나 그랩(Grab) 등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열세가 지속되자 양 사는 모빌리티 사업부를 떼어내 합작법인(JV)을 만들고, 약 1조3000억원을 투자해 카셰어링, 카풀, 결제 등 종합 모빌리티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또 다른 이유는 데이터 축적이다. 자동차 제조사 BMW, 포드, 르노, GM 등 4개사는 자율주행, 차량 공유 등 차량 기반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이 커지자, 2018년 5월 블록체인 기반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개별 회사가 데이터를 모을 때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9배 더 많은 데이터를 모을 수 있을 걸로 기대하고 있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5 Questions

더보기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