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국경은 곧 다시 닫혔다

    • 채승우 사진가

입력 2019.07.05 03:00

채승우의 Photographic (10) '한 장의 사진'은 과연 세상을 바꿀 수 있나

채승우 사진가
종종 '한 장의 사진'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작품이 있다. 반향이 남다른 사진을 말할 때 사용하고 그 사진의 영향력이 클 것이라 기대될 때 사용한다. 정말, '한 장의 사진'은 힘이 셀까?

지난주에 또 '한 장의 사진'이 등장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다. 마르티네스 라미레스의 가족은 엘살바도르를 떠나 3개월 만에 미국 국경에 도착했다. 리오그란데강이 가로 놓여 있었고, 다리는 폐쇄됐다. 이 가족은 강을 헤엄쳐 건너기로 결정했다. 25세 아빠는 23개월 된 딸아이를 먼저 건너편에 옮겨다 놓고 아내를 건네기 위해 다시 강으로 들어갔다. 한데, 아이가 아빠를 따라 물로 들어왔고, 아이를 구하려던 아빠와 함께 급류에 휩쓸리고 만다. 아내 바네사 아발로스는 이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민법 논란 부른 '제2 쿠르디' 사진

멕시코 일간지 라호르나다의 훌리아 레두크 기자가 찍은 사진 속에서 아빠는 아이를 셔츠 속에 품어서 보호하고 있었고, 아이는 아빠의 목을 감싸 안고 있었다. 세계로 전송된 이 사진은 다양한 반응을 일으켰다.

사람들은 이들의 죽음을 애도했고, 이런 일이 벌어지는 현실에 분노를 표했다. 정치인들도 반응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비판하는가 하면, 트럼프 측은 더 강력한 이민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상대 진영을 공격했다.

사람들은 이 사진을 '제2의 쿠르디' 사진이라고 불렀다. 쿠르디는 2015년 9월 시리아를 떠나 유럽으로 건너가려다가 익사해 터키 해변에서 발견된 3세 아이를 말한다. 쿠르디의 사진이 등장한 직후 유럽 국가들은 국경의 문을 여는 듯 보였고, 사람들은 이를 '쿠르디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당시 쿠르디의 사진이 그랬듯이 이 멕시코 국경의 사진도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기를 기대하는 듯하다. 정말 한 장의 사진은 세상을 바꿀 힘이 있는 것일까?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6월24일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 국경지대 마타모로스 리오그란데 강변에서 엘살바도르 국적 오스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와 그의 딸 발레리아가 미국으로 불법 입국하기 위해 강을 건너다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왼쪽). 지난 2015년 9월 2일 터키 남서부 해변에 시리아 난민인 세 살짜리 아기 아일란 쿠르디가 숨진 채 엎어져 있다. /AP
'사진 공유', 일시적 행사인 경우 많아

사진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많은 연구자는 사진이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 대해서 의문을 품는다. 그중에 빌렘 플루서라는 미디어 학자가 있다. 그는 1983년에 쓴 책 '사진 철학을 위하여'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누군가 레바논 전쟁 사진을 신문에서 보고, 그것을 자르고 보관한다. 또 코멘트를 달아 친구에게 보낸다. 그는 그 전쟁에 적극적으로 반응했다고 생각한다. 물질적 흔적은 우리가 역사적으로 행동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실제로는 그 행동은 의례·의식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인터넷 시대인 지금 그의 말은 더 쉽게 들어맞는다. 우리는 휴대폰으로 '한 장의 사진'을 보고 그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코멘트를 달아 자신의 친구들과 '공유'한다. 사진을 변형해 패러디 이미지를 만들기도 한다.

빌렘 플루서는 여기서 질문을 한다. "사람들은 그것으로 자신이 뭔가 했다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관심을 끝내도록 만드는 것 아닐까? 결국 사진을 공유하는 일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거나 지속시키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더 쉽게 사라지도록 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질문한다.

세상 바꾸는 행동으로 이어져야

2015년 쿠르디 때를 생각해보자. 쿠르디의 사진과 함께 끓어올랐던 여론으로 유럽 정부들이 국경을 열겠다고 발표했지만, 그 기간은 아주 짧았다. 국경은 곧 다시 닫혔고, 난민들의 힘든 여행은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유럽은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사진에 대한 글로 유명한 수전 손태그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2004년에 쓴 '타인의 고통'이라는 책에서 그녀는 사람들이 비참한 사진을 보는 일에 대해서 말한다. 사진은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느낄 기회를 주고, '기껏해야' 얼마간의 기부금을 내도록 만든다. 그리고 그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좋으니 '한 장의 사진'은 필요할까? 사진은 이미 충분하게 있다. 쿠르디의 사고 전부터 비슷한 일들은 있었다. 사고를 담은 사진들도 그전부터 있었다. 그중에서 쿠르디의 사진만 널리 알려진 이유는 뭘까? 혹시 잠자는 것처럼 누워 있는 모습이 우리가 받아들일 만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사진은 이미 너무 많다. 정말 마음 아픈 사진들이다. 그리고 이런 사진이 만들어지는 세상은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장의 사진'을 소비하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관심은 얼마나 깊게 오래 지속될까.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Arts

더보기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