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앞으론 너희들 세상 될거야

입력 2019.07.05 03:00

"밀레니얼 세대를 잡아라" 청소년 마케팅 비상 걸린 IOC

방송 시청자 감소 젊은층서 두드러져
2020 도쿄올림픽 스케이트보드 도입에 이어
2024 파리부터는 브레이크댄스도 메달 종목으로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지난달 24~26일 총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브레이킹'을 2024년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잠정 승인했다. 최종 결정은 2020년 내려지지만 사실상 채택된 거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비보잉' '브레이크댄스' 등으로도 불리는 브레이킹은 힙합 음악에 맞춰 추는 길거리 춤. 선수들은 '배틀' 형태로 승부를 겨룬다. 올림픽에선 기술의 난이도, 창의성 등을 놓고 우열이 가려질 전망이다. 당장 종주국인 미국과 K팝의 한국, 일본, 러시아, 프랑스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브레이킹이) 올림픽과 젊은 세대를 연결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미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선 2030 밀레니얼 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스케이트보딩이 처음 메달 종목으로 선보인다.

①②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처음 메달 종목이 된 스케이트보딩에 도전장을 낸 영국의 11세 ‘스케이트보드 신동’ 스카이 브라운. ③⑤지난해 부에노스아이레스 청소년 올림픽에서 처음 선보인 브레이킹 종목. ④스노보드 대신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맹훈련 중인 미국의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
①②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처음 메달 종목이 된 스케이트보딩에 도전장을 낸 영국의 11세 ‘스케이트보드 신동’ 스카이 브라운. ③⑤지난해 부에노스아이레스 청소년 올림픽에서 처음 선보인 브레이킹 종목. ④스노보드 대신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맹훈련 중인 미국의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 /스카이 브라운·숀 화이트 SNS, IOC
4년새 젊은 시청자 30% 감소

스케이트보딩과 브레이킹은 차세대 고객인 밀레니얼 세대를 붙잡겠다는 IOC의 몸부림이다. '인류 최대의 축제'라는 올림픽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의 관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미국 NBC 등에 따르면, 미국 내 올림픽 방송 시청자(하루 평균)는 2012년(런던 올림픽) 3110만명에서 2016년(리우 올림픽) 2450만명으로 21% 줄었다. 이는 2000년(2150만명)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시청자 감소는 젊은 층에서 두드러진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18~34세 시청자는 같은 기간 30% 줄었다. 그 탓에 올림픽 중계를 보는 시청자의 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2012년 49.5세였던 중위 연령은 2016년 52.4세가 됐다. IOC는 전체 수입의 73%를 방송 중계권료에 의존하고 있는데 주 소비자인 젊은 층이 중계를 외면하면서 수입원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들은 "요즘 젊은 층은 TV보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거나 SNS(소셜미디어)에 몰입한다"며 "스포츠만 해도 프리미어리그 축구나 NBA 농구처럼 더 흥미진진한 종목이 많아 올림픽이 주는 매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림픽에도 우사인 볼트나 김연아 같은 수퍼스타가 등장해야 관심이 더 집중되는데 점점 그런 대형 스타가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내 올림픽 시청자 수
브라운, 인스타 친구만 38만명 넘어

스케이트보딩은 그런 점에서 흥미를 자아낼 요소가 있다. 경력이 남다른 두 선수가 화제를 모으고 있기 때문. 10대 '스케이트보드 신동'인 영국의 스카이 브라운(11)과 미국의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33)가 주인공이다. 세 살 때부터 스케이트보드를 탄 브라운은 지난 3월 아버지의 고국인 영국 국가대표가 됐다. 한 달 뒤 영국 스케이트보드 선수권에서는 20대 언니들을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브라운은 "여자 아이도 올림픽에서 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브라운이 올림픽에 출전하면 역대 최연소 금메달 기록에 도전할 수 있다. 역대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여자 다이빙에 출전한 미국의 마조리 게스트링으로 14세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브라운은 인스타그램 친구가 38만8000명이 넘는 소셜미디어 스타이기도 하다.

숀 화이트는 스노보드를 타고 묘기를 부리는 동계올림픽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금메달 3개를 따낸 세계적인 선수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눈 위를 날아다니는 그이지만 땅에서는 넘어지고 다치기 일쑤. 겨울 스타의 여름 올림픽 도전은 그래서 더 젊은 세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가 소셜미디어에 연습 동영상을 올리면 조회 수가 최대 60만회에 이른다.

청소년 마케팅 비상 걸린 IOC
스마트폰·태블릿으로 게임 볼 수 있게

IOC는 올림픽을 열 때마다 젊은 층에 인기 있는 스포츠를 정식 종목으로 추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로 하는 'e스포츠' 도입도 검토 중이다. "땀을 흘리지 않는 컴퓨터 게임이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느냐"는 논란이 있지만 이미 공식 검토에 착수했다. 게임업계에서는 "거액의 후원을 제안하는 게임 업체가 나오면 도입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10년부터 시작한 청소년(Youth) 올림픽은 새로운 종목의 시험 무대 역할을 하고 있다. 브레이킹도 지난해 부에노스아이레스 청소년 올림픽에 처음 선보여 반응을 살핀 다음, 이번에 정식 종목으로 전격 도입했다.

IOC는 중계 플랫폼도 기존 TV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IOC는 2016년 리우 올림픽 직후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올림픽 채널'을 선보였다. 스포츠 뉴스, 스타들의 이야기 등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올려 1년 내내 소비자를 잡아두려는 것이다. 콘텐츠는 소셜미디어에서 쉽게 공유할 수 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과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을 비교해보면, TV 중계 시청 규모가 38% 늘어난 반면, 스마트폰 등 디지털 플랫폼은 62% 증가했다.

IOC의 밀레니얼 세대 잡기 노력은 도쿄에서도 이어진다. 도쿄 시내 길거리에 '어반 스포츠 파크'란 경기장을 만들어 밀레니얼 세대의 발길을 붙잡을 예정이다. 여기에서는 3대3 농구, 스포츠클라이밍, BMX 자전거 프리스타일 등 젊은 층이 좋아하는 종목 경기가 시범적으로 열린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017년부터 올림픽 교육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현재 1만7000개 이상 학교가 참여하고 있다. 올림픽 마스코트는 초등학생 650만명을 대상으로 인기투표를 해 선정했다.

마사 다카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대변인은 "도쿄 올림픽의 주요 목표가 '미래로의 연결'"이라며 "도쿄 올림픽이 젊은 세대에 영감을 주고 올림픽 운동을 더 촉진하는 계기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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