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한 고객 1명이 스타트업의 출발점

    • 전창록 경북경제진흥원장

입력 2019.06.21 03:00

[On the Marketing]

전창록 경북경제진흥원장
국내 안경업계에 '프레임 몬타나'라는 신생 안경테업체가 있다. 급변하는 트렌드를 뒤쫓기보단, 창조적인 빈티지(고전풍) 재해석을 통해 미국과 프랑스의 빈티지 프레임이 갖는 단순하면서도 클래식한 매력을 추구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로만 시작한 프레임 몬타나는 작년 8월 개업 첫날 3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9개월 만에 인터넷 면세점에 진출했다. 클래식 안경 마니아층 사이에서 단기간 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성장하고 있다. 프레임 몬타나의 성공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일컬어지는 초연결성 시대에 스타트업 마케팅 전문가들이 눈여겨볼 만한 몇 가지 요소가 들어 있다.

'나음'< '다름'< '다움'

첫째는 '다움'이다. 원래 마케팅에서는 나음(better)보다 다름(different)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요즘은 여기서 더 나아가 다름보다는 다움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초연결성으로 정보가 많아지고 위대한 제품이 일상적으로 쏟아지는 오늘날, 고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authenticity)이라는 것이다. 브랜드에 그 진정성은 '안과 밖이 같은 나다움'이다.

프레임 몬타나는 처음부터 자기다움에 집중했다. 이 회사 대표는 빈티지 안경테를 300~350개 정도 가지고 있다. 본인이 좋아하고 확신하는 디자인을 상품으로 내놓은 것이다. 소비자 각각의 다양한 개성이 존중받는 롱테일의 시대에 나의 취향이 다른 사람들과 너무 동떨어져 있지나 않은지, 호응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초연결성 시대에 나의 독특한 관심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결집할 수 있다.

둘째는 '커뮤니티'이다. 연결성 시대는 연결되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하나의 목적을 가진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어떻게 만들 것인가? 시간, 참여, 지속적인 이야깃거리의 제공이 필요하다. 프레임 몬타나의 대표는 오래전부터 빈티지 안경테에 관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개업 2년 전부터 안경테 제작 및 제품 출시에 대한 계획을 공표하고, 디자인 등 여러 부문에 고객들의 참여를 활성화했다. 실제 그때 고객 중 몇 명은 프레임 몬타나의 디자인 실장 등으로 지금 일하고 있다. 또 1주일에 2~3차례씩 지속적으로 빈티지 패션에 대한 사진과 본인의 생각을 올렸다. 이런 시간, 참여, 이야깃거리의 제공을 통해 만들어진 8만명 이상의 인스타 팔로어들이 프레임 몬타나의 초기 성공을 이끌었다.

셋째, '한 명'이다. 프레임 몬타나 사례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마케팅 전문가들은 세상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고객은 한 명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유명한 강연 프로그램인 테드(TED)에서 기립 박수를 받기 위해서는 몇 명이 필요할까? 3명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는 15명이 필요하다고 한다. 마케팅의 대가 세스 고딘은 이를 최소 유효 고객이라고 정의했다. 초연결성의 시대에 세상을 움직이는 데는 3명, 15명도 많다. 한 명의 감동한 고객이면 충분하다. 감동한 한 명의 이야기가 빛의 속도로 퍼져 나가면서 커뮤니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래서 미국의 온라인 신발 쇼핑몰인 자포스는 콜센터를 고객접촉센터(Contact Center)란 이름으로 운영한다. 창업자인 토니 세이는 "전화는 최고의 브랜딩 도구이다. 그곳에서는 다른 방해를 받지 않고 오롯이 고객과 5~10분 얘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포스에 많은 고객 감동 스토리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

초연결 시대의 마케팅은 '다움' '커뮤니티' '한 명의 감동한 고객'이면 충분하다. 꼭 기업 규모가 크거나 자원을 많이 동원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오롯이 고객 한 명에 집중해 감동을 만들어내는 일은 스타트업이 더 잘할 수 있다. 스타트업 마케팅에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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