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위기' 열 가지 이유, 하나만 빼고 모두 유효하다

    • 누리엘 루비니뉴욕대 교수

입력 2019.06.21 03:00

[WEEKLY BIZ Column]

누리엘 루비니뉴욕대 교수
작년 여름 경제학자 브루넬로 로사와 함께 2020년에 미국을 포함해 세계 경제가 침체할 수밖에 없는 열 가지 이유를 발표했다. 그중 아홉 가지는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선진국 경제 전반적으로 통화 및 재정 정책 입안자는 다음 번 금융 위기에 대응해 경기 부양책을 사용할 여력이 부족하다.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면서 세계 경제는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미 중앙은행의 매파적 태도를 더 이상 걱정하지 않고 안심하고 있지만, 사실 더 큰 문제를 목전에 두고 있다.

성장률 둔화되고 주식 시장엔 거품

문제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나온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와 벌이고 있는 무역 전쟁뿐 아니라 이민·해외투자·기술이전 제한은 세계 경제 공급망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쳐 불황 속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아울러 미국의 2017년 세금 인하 정책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가 감소하면서 미국 경제성장률은 둔화하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 주식 시장의 거품은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신흥국을 비롯해 외화 부채에 대한 경고음이 나오고 있음에도 미국 다우지수는 여전히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다. 이 때문에 금융 시장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취약한 상태다.

위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문에 촉발될 수 있다. 그는 이란과의 갈등 등 잘못된 외교 정책으로 경제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트럼프가 선동적인 언행 덕분에 유권자의 표를 얻을진 몰라도 그는 오일 쇼크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만이 문제는 아니다. 엄청난 부채를 기반으로 성장한 중국 등 신흥국의 문제도 상당하다. 유럽도 정치 혼란이 지속되면서 경제 회복세가 여전히 더디다. 설상가상으로 선진국 정부가 위기 시 사용할 수 있는 정책적 도구는 극도로 제한적이다. 그들은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통화·재정적으로 개입했던 것처럼 또다시 경제 위기에 개입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긍정적으로 볼 만한 사실이 하나 있다. 지난해 지적했던 열 가지 경기 침체 이유 중에서 미국 연준의 리스크는 사라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 부양에 대한 요구에 따라 연준은 지난 1월부터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미국 연준뿐 아니라 각국 중앙은행들은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을 선제 관리하기 위해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미·중 무역 기술 전쟁이 뇌관

그러나 추가로 발견된 경기 침체 이유도 있다. 무역 전쟁과 유가 상승은 공급 측면의 위험을 높일 뿐만 아니라 총수요와 소비 심리도 위축시키고 있다. 관세와 유가 상승이 가처분소득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재정 측면에서도 비관적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2008년 이전보다 더 큰 공공부채를 안고 있다. 경기를 부양할 여지가 적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도 지적했지만, 포퓰리즘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외화 부족 국가에서 구제 금융은 견디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2020년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위험 요소 중에서 미·중 무역·기술 전쟁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 갈등이 더 커질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중 간 관세 경쟁뿐 아니라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미국 기업이 생산하는 부품 공급을 금지할 경우 엄청난 반(反)세계화가 촉발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중국은 애플 등 미국 기업의 중국 내 영업을 금지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보복할 수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주식 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세계적인 위기가 반드시 오게 된다. 현재의 긴장감은 이미 기업·소비자·투자자의 전망을 어둡게 하며, 세계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있다.

트럼프·시진핑, 타협점 찾아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경제 위기를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를 위해 몇 달 내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쪽 모두 국가주의적인 언행을 일삼으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마치 트럼프와 시진핑은 상대를 굴복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만약 상대가 먼저 굽히기 전에는 태도를 바꾸지 않겠다는 고집을 부린다면 경기 침체에 대한 위험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이달 28일부터 29일까지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이 회동할 가능성이 있다. 이 만남은 올해 세계 경제의 향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다. 만약 협상이 결렬된다면, 경제 위기에 대한 리스크는 엄청나게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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