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주입식 광고 효과 갈수록 줄어… 소수라도 팬 끌어모으는 마케팅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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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6.21 03:00

      [Cover Story]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의 모든 것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 인터뷰

      세스 고딘이 사무실에서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하며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세스 고딘이 사무실에서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하며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 세스 고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Godin·58)의 대표작 '보랏빛 소가 온다(Purple cow)'는 2000년대 세계에 가장 널리 알려진 경영 서적 가운데 하나이다. 또 고딘의 블로그는 마케팅 담당자라면 필수로 즐겨찾기에 넣어야 할 유명 사이트다. 고딘은 신간 '마케팅이다(This is marketing)'를 포함해 19권에 달하는 저서를 썼지만, 책 속에서 좀처럼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풀어내지 않는다. 가끔 하는 인터넷 라이브 방송에 간간이 사무실 한쪽 벽이 비칠 뿐이다.

      직접 찾은 고딘의 사무실은 어린이집처럼 다채로운 장난감으로 가득했다. 색이 바래고 손때 묻은 만화 캐릭터 카드부터 희귀한 인형, 그가 받은 무수한 상패와 표창장이 벽면과 책장을 가득 메웠다. 그는 자신을 본뜬 손바닥만 한 피겨를 꺼내 명함 대신 선물하며 "뻔한 명함 대신 무엇을 주면 나를 잊지 않을까 고민하다 아예 나처럼 생긴 피겨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마케팅은 팬을 모으는 것

      ―광고가 쓸모없다고 주장했다. 상당히 공격적으로 들리는데.

      "일단 광고(advertisement)와 마케팅(marketing)이라는 개념을 구분해서 사용하자. 광고가 어떻게든 물건을 팔기 위한 행위라면, 마케팅은 '시장을 만든다'는 말 그대로 '팬을 모은다'는 개념에 가깝다.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없거나 적었던 시절에는 기업이 물건을 사라고 유인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라고 압박하거나 종용하는 일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거의 모든 시장에서 무한한 선택지와 끝없는 대안을 손에 쥐었다. 이런 상태에서 이전처럼 일방적이고 주입식으로 '이 제품을 사라'고 강요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세상에 시끄러운 소리가 많아지면 사람들은 귀를 막는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사지 않고 등을 돌리게 된다. 무의미한 광고를 피하기 위해 유튜브에서 광고를 없애주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신청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마케팅 전략을 어느 지점부터 다시 세워야 하나.

      "결혼을 예로 들어보자. 결혼하는 첫 번째 방법은 겉보기에 깔끔한 옷을 차려입고 싱글들이 즐겨 찾는 호텔 바나 클럽에 가서 거기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프러포즈를 하는 것이다. 단박에 상대방이 결혼하자고 할 때까지 시도해야 한다. 두 번째 방법은 내가 속한 집단이나 모임에서 만난 마음에 드는 사람과 데이트를 잡고, 또 한 번 더 만나면서 인연을 이어가는 것이다. 한 세 번쯤 만나다보면 서로 취향을 알게 될 테고 열 번째 데이트에서는 상대방에게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스무 번쯤 보면 결혼을 꿈꿀지도 모른다. 보통 이 두 방법 중에 하나를 고르라 하면 대부분 두 번째를 고른다. 그런데 기업들은 마케팅 부문에서 첫 번째 방법을 아무렇지 않게 시도하고 있다."

      '팬 기반 마케팅' 작동 메커니즘
      ―이윤과 효율성에 가장 민감한 집단인 기업이 왜 이런 비효율적인 방법을 수십 년째 고수하는 것인가.

      "기업은 인구 분포 곡선의 가운데 부분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에 익숙하다. 무난한 제품을 적당히 다듬어서 최대한 많은 인구를 겨냥한다. 문제는 이제 TV 같은 전통 마케팅 수단이 힘을 잃고 있다는 데 있다. 이전과 똑같은 방법으로 불특정 다수를 향해 보내는 메시지는 가볍게 무시하는 대신, 자신들이 애착을 가진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었다."

      고딘은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만 한 생크림 케이크 한 조각을 들고 왔다. 같이 일하는 여직원이 케이크 마니아인데, 어제 저녁 뉴욕 맨해튼에 새로 생긴 유명 과자점에서 40분 넘게 기다려 사온 것이라고 했다.

      "앞에서 사람들이 더 이상 광고를 안 본다고 했지만, 이런 새로운 취향을 가진 소비자층은 오히려 광고를 찾아 듣습니다. 그중에는 프로암(pro-am·전문가적인 수준으로 활동하는 아마추어)급 지식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도 많은데, 이들은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동료와 집단에 빠르게 새 소식을 전파합니다. 어떤 조직이나 기업과도 상관이 없으니 신뢰도도 높지요."

      혁신적 마케팅은 반감도 불러온다

      고딘은 책장을 뒤적거리더니 지면 광고가 빼곡히 끼워진 파일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가구업체 이케아의 잡지 지면 광고를 보여줬다. 이케아는 저렴하고 대중적인 가구 브랜드로 어느 한 소비층을 겨냥한 마케팅을 지향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잡지에 오로지 임산부만을 겨냥한 아기 침대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면서 다소 파격적인 시도에 나섰다. 평범한 침대 광고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하단에 임신 테스트기에 사용하는 시약 종이를 첨부했다는 것. 이 종이는 아이를 가진 소비자의 체액에 반응하는데, 이케아는 임신 여부를 판가름한 소비자가 이 광고지를 들고 오면 특별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이 광고로 이케아는 칸 광고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미국 내 임산부들을 이케아의 팬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세스 고딘이 명함을 대신해 직접 만든 본인의 모습 피겨.
      세스 고딘이 명함을 대신해 직접 만든 본인의 모습 피겨. / 유진우 기자
      그다음은 나이키 광고를 보여줬다. 나이키 역시 대중적인 제품을 만드는 대기업이지만, 지난해 백인 경찰관의 흑인 사살 사건에 항의하는 취지로 국민의례를 거부한 흑인 미식축구 선수 콜린 캐퍼닉을 모델로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캠페인을 펼쳐 호평을 받았다. 나이키는 이 광고가 나간 이후 일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불매운동을 당했다. 그러나 반대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소비자층을 사로잡았다. 고딘은 "마케팅을 보면서 누군가 불편해한다는 건 흠이 아니다. 오히려 아무도 불편해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마케팅이 현상을 바꾸는 데 실패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 코너 리뷰를 읽어본 적 있나요? 누구나 좋아할 법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도 리뷰 2만1000개 중 12%가 별 1개 혹은 2개짜리입니다. 대다수 기업이라면 이 책을 좋아하는 88%에 몰두하겠지만, 반대로 이 책을 싫어한 나머지 12%에 집중하는 것은 어떨까요. 통계적으로 이런 별종 부족(tribe)은 자기 취향을 분명히 알고 주체적인 선택을 즐깁니다. 모두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을 수 없다면 다수의 미지근한 지지와 소수의 열성적 지지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거죠."

      SNS 시대에도 마케팅 본질은 불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이용한 소셜미디어가 마케팅 업계를 뒤바꿀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마케팅이 발전하기 시작한 1950년 이후 70년간 제품과 서비스에는 엄청난 변화가 왔다. 그런데 정작 마케팅이라는 것, 즉 '내 물건을 사랑해줄 사람을 찾는다'는 마케팅의 본질은 변한 게 없다. 한두 번은 느슨한 끈으로 묶인 누군가가 '좋아요'를 눌렀기 때문에 '나도 사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그럴싸해도 결국 들통 나는 제품으로 소비자를 속일 수는 없다. 든든한 소속감이나 신뢰가 없다면, 한 번이라도 소셜미디어 마케팅에 실망하거나 속은 사람은 그 이후 결코 해당 인플루언서가 권하거나 팬페이지에 올라온 제품을 사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