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다! 이스라엘 방산기업의 힘

입력 2019.06.07 03:00

[유용원의 Defenomics] <9> 이스라엘 최대 방산업체 'IAI'

식기 세척기 크기 사상 첫 민간 탐사선 지난 2월, 달로 쏘아
F-35 스텔스기 날개 탄도요격 '애로우 2·3' 아이언 돔 레이더… 공포의 무기 줄이어
해외 수출이 80%… 무인기·레이더 등 한국 수출도 많아

지난 2월 21일 이스라엘 최초의 달 탐사선 '베레시트(Beresheet·히브리어로 창세기)'가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사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베레시트는 남아공 태생의 이스라엘 억만장자 기업가 모리스 칸 등의 기부금 1억달러가 투입돼 만들어진 사상 첫 민간 달 탐사선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1억달러는 역대 달 탐사선 중 가장 적은 비용이다. 이 탐사선은 무게 585㎏, 폭 2m, 높이 1.5m의 식기세척기 크기로, 역대 달 탐사선 가운데 가장 작은 것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텔아비브 인근 관제센터에서 직접 발사 장면을 지켜봤고, 이스라엘 전역에 생방송됐다.

1. 지난 2월 미 케이프커내버럴에서 스페이스X 로켓에 탑재돼 발사되는 이스라엘 최초의 달 탐사선 베레시트. 2. 자폭용 무인기 하롭. 3. 한국군이 도입해 서북도서 감시 등에 활용하고 있는 헤론 무인 정찰기.
1. 지난 2월 미 케이프커내버럴에서 스페이스X 로켓에 탑재돼 발사되는 이스라엘 최초의 달 탐사선 베레시트. 2. 자폭용 무인기 하롭. 3. 한국군이 도입해 서북도서 감시 등에 활용하고 있는 헤론 무인 정찰기.
성공적으로 발사된 달 탐사선은 47일 동안 지구를 수차례 회전하면서 달의 중력을 이용해 달에 접근, 4월 11일 착륙을 시도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실패했다.

비록 실패했지만 이스라엘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이 달 탐사선을 주도적으로 만든 곳이 이스라엘 최대 국영 방산 업체인 IAI(Israel Aerospace Industries)다. 1953년 설립된 IAI는 매출액 58억달러(2017년)에 임직원 1만6000여 명을 거느리고 있다. 항공우주 분야는 물론 지상, 해상, 사이버, 정보·감시·정찰 등 광범위한 분야의 사업을 하고 있다. 고수익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항공기 MRO(유지정비) 및 개조 사업에서도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절박감과 실패 두려워 않는 정신

IAI는 세계 방산 100대 기업 중 30위권에 속하지만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임직원 중 엔지니어만 6000여 명(37.5%)에 이르고 R&D(연구개발) 투자액도 지난 7년간 12억달러에 달했다. 이 기업을 계속 혁신하도록 하는 동력은 무엇일까.

지난 5월 초 이스라엘에서 만난 IAI사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끊임없는 주변국의 위협과 생존을 위한 절박감이 오늘의 이스라엘과 IAI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당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간의 교전으로 5월 4~5일 이틀간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이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 로켓탄 700여 발을 발사했다. 이스라엘은 요격미사일 '아이언 돔'으로 173발을 격추했지만 30여 발이 인구 밀집 지역에 떨어져 4명이 사망했다.

4. 한국군도 도입해 북한 미사일 발사 탐지에 활용하고 있는 그린파인 레이더. /IAI
4. 한국군도 도입해 북한 미사일 발사 탐지에 활용하고 있는 그린파인 레이더. /IAI
지난 5월 5일 엘타 시스템스를 방문했을 때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의 로켓 공격으로 갑자기 공습경보가 올렸다. 당시 점심 식사 중이었던 직원들은 차분하게 대피용 방으로 이동해 공습경보가 해제될 때까지 대기했다. 엘타 시스템스 관계자는 "공습경보가 울리면 40초 내에 방공호나 대피용 방으로 신속하게 대피해야 한다"며 "의무적으로 빌딩마다 두께 10㎝ 이상의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공습 대비용 방을 만들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엘타사에서 불과 200여m 떨어진 곳에 팔레스타인 로켓이 떨어져 민간인 1명이 사망했다. 적의 공격을 막지 못하면 국민들이 죽거나 다치는 '실전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도 IAI를 혁신 기업으로 만들어주는 요소다. 지난 4월 첫 달 탐사선이 실패로 끝난 뒤에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다시 도전할 의지를 밝히는 등 불굴의 자세를 보인 이스라엘인들의 태도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IAI사 관계자는 "달 탐사선이 비록 실패했지만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배웠고 이미 제2의 도전 준비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6개 그룹을 4개 그룹으로 통폐합

IAI는 지난해 12월 말 종전 6개 부문으로 나뉘어 있던 그룹 계열사들을 4개 부문으로 통폐합했다. 무기 시스템이 복잡해지면서 의사 결정과 행동도 통합적이고 복합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종전에 IAI는 미사일 우주 부문, 군용기 부문, '베덱'이라고 불리는 MRO 부문, 상용기 부문, 레이더 등을 만드는 엘타 시스템스, 기술 지원 부문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를 항공 그룹, 군용 항공기, 엘타 시스템스, 미사일 및 우주 시스템스 등 4개 부문으로 이합집산했다. 항공 그룹은 항공기 개조 및 MRO, 헬기·전투기 등 성능 개량, 비즈니스 제트기 제작, F-35 스텔스전투기 날개 생산 등을 맡고 있다. 군용 항공기 부문은 군용 무인기를 주로 제작한다. 요격미사일 '아이언 돔' 레이더로 유명한 엘타 시스템스는 지상·해상·공중 레이더, 항공전자 장비, 지상감시 정찰기 등 특수 임무 항공기, 사이버전 장비 등을 담당한다. 미사일 및 우주 시스템스는 정찰위성 등 각종 위성과 우주 발사체(SLV), 애로우 2·3 등 탄도탄요격미사일, '하피' 등 자폭형 소형 무인기, 항법 및 광학 장비 등을 맡고 있다. 특히 3개 그룹을 하나로 묶은 항공 그룹의 출범은 세계 시장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는 IAI의 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90개국에 제품 수출

글로벌 기업인 IAI는 지금까지 세계 90개국에 각종 제품을 수출했다. 특히 수출액이 매출액의 80%에 달할 정도로 수출 비중이 높다. 우리나라에도 무인기, 탄도탄 조기 경보 레이더 등을 수출하는 등 우리 군 및 방산 업체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카본과의 합작 회사 KAT는 IAI가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다. KAT는 탄소섬유 등 복합 소재 업체로 널리 알려진 한국카본과 IAI가 절반씩 출자해 2017년 설립한 조인트 벤처다. '팬더' 등 하이브리드 수직이착륙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걸프스트림 G280 항공기에 들어가는 주 날개 공급 계약(6000여억원 규모)도 협의 중이다. 국내 모 업체와는 B777 여객기들을 화물기로 개조하는 대규모 사업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AI는 G550 MARS2를 한국군 지상 감시 정찰기 후보 기종으로 추진하는 등 한국군 신무기 도입 사업에도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2기가 한국군에 수출된 '그린파인' 탄도탄 조기 경보 레이더는 2기가 한국에 추가 수출될 예정이다. 그린파인 레이더는 화성-14·15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 북 탄도미사일 발사를 빠짐없이 잡아내고 있다. 엘타 시스템스는 국방과학연구소(ADD), 한화시스템 등에 한국형전투기(KF-X) 첨단(AESA) 레이더 개발 지원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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