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통령 임기 후반엔 주가 상승, 한국은?

    •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

입력 2019.06.07 03:00

[WEEKLY BIZ Column]
세계 시장의 1.4% 차지하는 한국 시장… 美 패턴 따르는 추세
다만, 정치권이 나서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
험난했던 2018년 이후 세계 주식시장은 대체로 활황이라고 볼 만하다. 지난 4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불안감에 요동치던 시장이 안정되는 모양새다. 미·중 무역 전쟁이 맘에 걸리긴 하지만 세계 주식시장은 올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본다. 한국 주식시장 역시 전망은 밝다고 생각한다. 그건 미 대통령 임기가 3년 차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美 중간선거 지나며 시장 활발해져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4년마다 치러진다. 임기 2년 차에는 상·하원 '중간선거'가 있다. 2018년처럼 중간선거는 대체로 여당이 야당에 대한 우위를 잃고 교착 상태로 접어든다. 이 때문에 정부는 중요한 법안을 초반 2년 안에 해결하려 한다. 그런 폭주는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을 키워 주식시장을 위축시킨다. 1925년 이래 대통령 임기 첫해엔 전체 종목 중 58%, 두 번째 해엔 63%가 평균 이하 상승률을 보였다. 중간선거를 지나면서 양상이 달라진다. 입법 과정에서 혼란이 줄어들면서 시장은 활발해진다. 잡음은 있지만 법을 맘대로 좌우할 수 없어 정치적 적막이 이어진다.

그 덕분에 역사적으로 미 대통령 임기 3년 차에는 91% 주식이 상승했다. 3년 차에 떨어진 적도 있었는데 1939년이 유일했고 그해는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임기 3년 차 주식시장 수익률은 평균 18%에 달했다. 4년 차 역시 좋다. 평균 11.1% 수익률에 전체 종목 중 83%가 상승했다.

임기 후반부 주식시장은 좋긴 하지만 3년 차에는 교착상태에서 시작해 일찍 오르고 나중에 둔화된다. 속도는 느려질 수 있지만 수익은 여전히 난다. 4년 차에는 차기 대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퍼지면서 느리게 시작한다. 하지만 예비 선거로 최종 후보자가 2명으로 좁혀지면 불확실성이 감소하고 4년 차 후반은 다시 활성화한다. 이는 단지 평균일 뿐 완벽하게 정확한 예측이라곤 볼 수 없지만 핵심은 그 '패턴'이며 이 패턴은 반복된다.

정부 간섭 줄어들면 기업 경영에 유리

물론 회사나 국가별로 다르긴 하다. 그럼에도 소수 거대 수출 기업과 대기업이 장악하는 한국 주식시장은 이 '패턴'에 해당된다. 한국처럼 성장하는 신흥시장에서 증권업계는 정치권을 거북하게 여긴다. 정부가 너무 나서면 시장은 움츠러든다. 입법으로 규칙을 바꾸고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권한을 남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정치적 교착상태가 결과적으로 '게으른 정부'를 초래하는 것을 반긴다.

정부가 간섭을 줄이면 경영진은 미래 사업 계획을 세우는 데 외부 요인을 덜 고려해도 되기 때문에 편해진다.

일부 전문가는 한국에서 주식시장을 부양해 성장을 견인하는 경쟁력 강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가 주도하는 시장 부양은 이런 촉매제 역할을 해내기 쉽지 않다. 갑작스러운 규칙의 변화는 승자와 패자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고 주식시장을 불안하게 만든다. 주식시장은 '이상적인(ideal) 상황'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풍파를 일으키지 않으면, 주식시장은 현실적으로 가장 행복하다. 한국은 세계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한국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면 전 세계 시장에 투자해야 한다.

미·중 무역전쟁, 한국에 호재 가능성

정치인은 선거 유세에서 '승리'를 자랑하길 좋아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보다 더 승리라는 단어에 사로잡혀 있다. 중국과 무역 갈등을 빨리 손보려고 하는 행태는 놀랄 만한 일이 아닌데, 한국 수출 기업에는 큰 기폭제를 가져올 수 있다. 2020년 미 대선 결과는 예상하기 힘들다. 24명 민주당 후보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전한다.

트럼프 입장에서 긍정적인 부분은 미국은 1920년 이래 재선에 성공하지 못한 대통령은 4명뿐이라는 점이다. 허버트 후버,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조지 H.W. 부시가 그들이다. 그들은 모두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트럼프에게 불리한 건 그 자신도 이들처럼 특수한 상황에 있다는 점이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해야 이길 수 있다. 이는 쉽지 않다. 젊은이들을 투표장으로 이끌 신선한 후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분명한 것은 주가는 대통령 개성이나 정당이 어디냐가 아니라 입법 행위에 좌우된다. 대선이 진행되면서 나오는 혼란과 공격, 잡음은 무시하자. 그나마 2020년엔 혼란스러운 선거 국면은 다소 진정될 테니 말이다. 적어도 입법 활동이 잠잠하면 주식시장은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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