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2주마다 새 패션, 세계를 정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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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6.07 03:00

      [Cover Story]
      봄·여름·가을·겨울 패션쇼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 세계 1위 '자라' 스페인 본사를 가다

      96개국 7490개 매장 똑같이 진열 교체
      작년 매출 35조원 전통의 H&M 따돌려
      생산·유통·판매 모두 본사가 통제 유행 개념을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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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의류업체 자라는 정확·중앙집중·지속가능성 등 3가지 철칙을 바탕으로 세계 1위 의류업체로 성장했다. 사진은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자라 매장. /인디텍스
      세계 1위 패션의류업체 자라(ZARA) 매장에선 1주일에 2차례씩 신제품을 선보인다. 1주일 만에 다시 찾아가면 전에 봤던 옷은 거의 없고 대부분 새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1주 정도 판매 추이를 지켜보고 반응이 좋지 않으면 매장에서 바로 빼기 때문이다. 잘 팔리더라도 최대 4주까지만 상품을 놔둔다. 할인 이벤트는 1년에 두 차례로 제한한다. 그래서 자라 고객은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면 망설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지갑을 여는 경향이 있다. 자라가 세계 패션의류업계를 정복한 비결은 바로 이런 속도전에서 앞서갔기 때문이다.

      IT 기업 같은 본사 건물

      스페인 북서부 항구도시 라코루냐. 대서양과 맞닿은 이곳에서 차로 20분 정도 달리면 나오는 대지에 세계 1위 패션의류업체 자라 본사가 둥지를 틀고 있다. 본사 면적이 7만9896㎡(2만4000여평). 축구장 10개에 달하는 규모다. 단순한 디자인에 푸른 유리벽이 건물을 감싸고 있어 실리콘밸리 IT(정보기술) 기업 건물을 연상케 한다. 내부로 들어서니 아무 장식이나 알림판 없는 하얀 벽이 이어졌고 사무실은 흔한 꽃 장식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애플 매장을 방문한 느낌이었다. 그 복도로 형광색 바지에 울긋불긋한 티셔츠를 걸친 직원들이 바쁘게 오갔다. 전 세계에서 모인 직원 5000여명이 '정확(accuracy)', '중앙집중(centralization)',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3가지 철칙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자라 모기업 인디텍스(Inditex)는 자라를 비롯해 자라홈, 오이쇼, 마시모두띠, 풀앤베어, 버쉬카, 스트라디바리우스, 우테르퀘까지 8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매장 수는 96개국 7490개에 달한다. 맏형 격인 자라는 1975년 라코루냐에 첫 매장을 연 이후 44년간 96개국에 2259개 지점을 세우면서 파죽지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인디텍스의 지난해 매출은 261억4500만유로(약 34조7684억원). 수년 전까지 의류업계에서 H&M과 1~2위를 다퉜지만 지금은 매출이 35%가량 차이가 난다. 자라 독주(獨走)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명·온도·습도까지 본사서 조절

      자라는 라코루냐 본사가 두뇌이자 심장이다. 이곳에서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구매, 유통, 온라인 쇼핑몰 관리, 심지어 전 세계 매장 조명과 온도·습도 조절까지 이뤄진다. 통상 의류업체들은 봄에 가을·겨울 옷, 가을에 이듬해 봄·여름 옷 상품군을 선보이면서 패션쇼를 진행한다. 반면 자라가 계절상품을 미리 제작하는 비율은 15~25% 정도다.

      계절이 시작될 무렵에 만드는 것까지 합쳐봤자 50% 수준. 전체 중 절반은 그 계절을 지나면서 유행과 취향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보고 신속하게 디자인을 변경, JIT(Just In Time·적기 공급 생산) 방식처럼 의류를 쏟아낸다.

      이런 초고속 생산 체계 덕분에 자라 제품은 할인 염가 판매와 거리를 두고 있고, 전체적으로 평균 판매가가 정가의 85% 선을 유지한다. 60~70%인 기존 의류업계 평균보다 단연 높다.

      재고도 적다. 다른 브랜드는 생산 제품 중 17~20%가 재고로 남는 것과 비교해 자라 재고율은 10% 선이다. 헤수스 에체바리아 인디텍스 CCO(최고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는 "옷을 단지 빠르게 만드는 건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다"라면서 "더 중요한 건 고객이 원하는 옷을 정확히 만들어 빨리 배송·판매하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자라는 '패스트(fast)' 패션이 아니라 '정확한(accurate)' 패션이라는 게 이들 자부심이다. 자라는 이런 식으로 패션 산업을 제패하고 의류업의 본질을 바꾸고 있다. 고객들은 자라 제품을 소비하는 즐거움을 '자라가슴(Zaragasm)'이라는 신조어로 표현한다.

      자라 추격하는 세계 의류업체들

      인디텍스
      스페인 자라가 제왕으로 군림하는 SPA(패스트 패션) 시장은 스웨덴 H&M과 일본 유니클로가 세계 3강 체제를 이루면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자라 아성에 도전하는 업체는 H&M과 유니클로만이 아니다.

      아일랜드 프라이마크와 중국 미터스본위 같은 신흥 세력들이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삼성물산 에잇세컨즈를 필두로 이랜드의 스파오(SPAO), 신성통상의 탑텐 같은 브랜드가 호시탐탐 글로벌 진출을 노리고 있다.

      WEEKLY BIZ는 지난달 스페인 라코루냐 자라 본사를 사흘간 돌아보면서 자라가 어떻게 세계 의류 시장을 정복했는지 살펴보고, 세계 SPA업계의 현재와 미래를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