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5.24 03:00
[Cover Story] 참모란 누구인가… 전문가들이 말한다
손정의 사장 실장 시마 사토시 인터뷰
모든 프로젝트 초기엔 사장도 안절부절 참모가 중심 잡아줘야
한계까지 도전했다가 리더가 멈추라면 멈추고 또다시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좋은 참모는 예스맨·정보맨 그 이상
소프트뱅크 사장실장으로 일하던 시절 시마 사토시(嶋聡·61)는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을 만난 일이 있다. 소프트뱅크가 역점 추진하는 '수퍼그리드'(동북아 직류 고압 송전망)에 대해 상의하는 자리. 손정의 사장과 함께였다. 이멜트는 불현듯 "이 사람 밑에서 사장실장이라니 힘드시겠어요. 몇 년째입니까"라면서 시마를 위로했다. 손 사장 야심이 워낙 크다보니 이멜트 회장이 보기에도 고된 자리로 보였던 것이다.
조선일보 도쿄지국 사무실에서 만난 시마에게 WEEKLY BIZ가 던진 첫 질문 역시 '손정의 참모로 일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가'였다.
조선일보 도쿄지국 사무실에서 만난 시마에게 WEEKLY BIZ가 던진 첫 질문 역시 '손정의 참모로 일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가'였다.
동물적 감각으로 사장 비전 알아채
―손정의 참모로서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손정의는 항상 먼 미래를 내다본다. 그의 꿈에는 비약이 존재한다. 더구나 말을 먼저 뱉고 실행에 옮긴다. 자신을 몰아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의 의중을 미리 파악하고 그가 새로운 결단을 던질 때 즉각 대응할 수 있어야 했다. 손 사장은 3년에 한 번씩 관심 주제가 바뀐다. 그 사이클 절반인 1년 반쯤엔 손 사장은 이미 그다음 주제를 내다보고 있다. 2006년 입사했을 때는 휴대전화 사업에 엄청난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 이후 전력 사업, 미국 진출, IoT(사물인터넷) 등으로 관심사가 숨가쁘게 옮겨갔다. 이렇게 관심이 널뛸 때마다 참모는 그 비전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알아채고 대비해야 했다."
―이상적인 참모의 역할은.
"보스, 즉 리더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사람이다. 리더를 지근거리에서 관찰하면 본인들도 완벽한 자신감을 갖고 있지 않다. 자신감의 절반쯤은 사실 불안감이 깔려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어봐도 대답하지 못할 때도 많다. 게다가 프로젝트 초기엔 직원들이 사장이 현실감이 없다고 비판한다. 이 지점에서 참모가 나서야 한다. 과거 경험·지식을 총동원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
―인상적인 사례는 뭐가 있가.
"손 사장 숙원 사업 중 하나는 수퍼그리드다. 몽골에서 일본으로 전기를 끌어오는 엄청난 프로젝트다. 그가 이런 계획을 말했을 때 머릿속에 그림을 그렸다. 손 사장이 움직이기 전에 준비를 끝내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시진핑 주석을 만나고 다음엔 한국을 찾았다. 2012년이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얘기를 나누고,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측근, 문재인, 안철수를 다 만났다. 문재인 후보는 자기 공약에 넣고 싶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보스가 큰 꿈을 말할 때 하나씩 실행 계획을 짜주면 일반 직원들도 그 꿈이 황당무계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닫기 시작한다. 거기서 참모의 역할이 빛을 발한다."
―난관에 부딪히고 실패할 때도 있지 않나.
"물론 모든 계획을 실현할 수 있던 건 아니다. 보다폰을 인수한 후 소프트뱅크는 NTT에 맞서기 위해 NTT를 분할하자는 상세한 계획을 정부에 제안했다. 상상도 못할 발상이었다. 그러나 결국 정권 교체로 인해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경영은 전쟁처럼 목숨을 잃는 건 아니기에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아슬아슬한 상황까지 밀어붙였다가 리더가 멈추라고 하면 멈추고, 다시 한계까지 도전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게 참모의 숙명이다."
"손 사장은 예술형… 나는 논리형"
2001년 소프트뱅크가 막 ADSL 통신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통신 업계 후발 주자였던 손 사장은 정부와 NTT에 사용하지 않는 광섬유 인프라(dark fiber)를 쓰게 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 그러나 담당 부처인 총무성이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자 손 사장은 총무성에 쳐들어가 "고객들을 이 이상 기다리게 하는 건 죽기보다 괴로우니 라이터를 달라. 여기서 휘발유를 끼얹고 죽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제야 총무성은 광섬유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게 허가해줬다. 이때부터 소프트뱅크엔 '위기가 닥치면 사장님을 총무성으로 보내면 되겠다'는 농담이 곧잘 오갔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이런 벼랑 끝 전술로 위기를 돌파할 순 없는 법.
시마는 국회의원 경력을 통해 쌓은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손 사장에게 부족한 요소를 보충해주면서 참모로서 진가를 발휘했다. 시마는 "손 사장이 책상을 뒤엎으러 가기보다는 경영에 전념하면서 비전을 제시하고, 정치·경제 분야 물밑 협상을 통해 타인을 설득하는 작업은 내가 전담한다는 각오로 지내왔다"고 말했다.
―손 사장과 스타일이 달라 보인다.
"물론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손 사장은 우뇌형, 나는 좌뇌형 인간이었다. 우뇌는 예술·창작이 뛰어나고 좌뇌는 논리적인 사안을 생각할 때 쓴다고 한다. 둘 다 한국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데 손 사장은 '카라(KARA)', 나는 소녀시대 팬으로 그 역시 갈린다. 벤처기업 사장은 우뇌형 인간이 많은데, 측근에 좌뇌형 인간을 두는 게 좋다. 참모와 달리 보스는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는 유형이 좋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시각을 가미하면 꿈의 크기가 작아진다."
엘리트 아니다, 20년간 노력했다
―손정의 참모로서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손정의는 항상 먼 미래를 내다본다. 그의 꿈에는 비약이 존재한다. 더구나 말을 먼저 뱉고 실행에 옮긴다. 자신을 몰아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의 의중을 미리 파악하고 그가 새로운 결단을 던질 때 즉각 대응할 수 있어야 했다. 손 사장은 3년에 한 번씩 관심 주제가 바뀐다. 그 사이클 절반인 1년 반쯤엔 손 사장은 이미 그다음 주제를 내다보고 있다. 2006년 입사했을 때는 휴대전화 사업에 엄청난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 이후 전력 사업, 미국 진출, IoT(사물인터넷) 등으로 관심사가 숨가쁘게 옮겨갔다. 이렇게 관심이 널뛸 때마다 참모는 그 비전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알아채고 대비해야 했다."
―이상적인 참모의 역할은.
"보스, 즉 리더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사람이다. 리더를 지근거리에서 관찰하면 본인들도 완벽한 자신감을 갖고 있지 않다. 자신감의 절반쯤은 사실 불안감이 깔려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어봐도 대답하지 못할 때도 많다. 게다가 프로젝트 초기엔 직원들이 사장이 현실감이 없다고 비판한다. 이 지점에서 참모가 나서야 한다. 과거 경험·지식을 총동원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
―인상적인 사례는 뭐가 있가.
"손 사장 숙원 사업 중 하나는 수퍼그리드다. 몽골에서 일본으로 전기를 끌어오는 엄청난 프로젝트다. 그가 이런 계획을 말했을 때 머릿속에 그림을 그렸다. 손 사장이 움직이기 전에 준비를 끝내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시진핑 주석을 만나고 다음엔 한국을 찾았다. 2012년이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얘기를 나누고,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측근, 문재인, 안철수를 다 만났다. 문재인 후보는 자기 공약에 넣고 싶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보스가 큰 꿈을 말할 때 하나씩 실행 계획을 짜주면 일반 직원들도 그 꿈이 황당무계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닫기 시작한다. 거기서 참모의 역할이 빛을 발한다."
―난관에 부딪히고 실패할 때도 있지 않나.
"물론 모든 계획을 실현할 수 있던 건 아니다. 보다폰을 인수한 후 소프트뱅크는 NTT에 맞서기 위해 NTT를 분할하자는 상세한 계획을 정부에 제안했다. 상상도 못할 발상이었다. 그러나 결국 정권 교체로 인해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경영은 전쟁처럼 목숨을 잃는 건 아니기에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아슬아슬한 상황까지 밀어붙였다가 리더가 멈추라고 하면 멈추고, 다시 한계까지 도전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게 참모의 숙명이다."
"손 사장은 예술형… 나는 논리형"
2001년 소프트뱅크가 막 ADSL 통신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통신 업계 후발 주자였던 손 사장은 정부와 NTT에 사용하지 않는 광섬유 인프라(dark fiber)를 쓰게 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 그러나 담당 부처인 총무성이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자 손 사장은 총무성에 쳐들어가 "고객들을 이 이상 기다리게 하는 건 죽기보다 괴로우니 라이터를 달라. 여기서 휘발유를 끼얹고 죽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제야 총무성은 광섬유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게 허가해줬다. 이때부터 소프트뱅크엔 '위기가 닥치면 사장님을 총무성으로 보내면 되겠다'는 농담이 곧잘 오갔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이런 벼랑 끝 전술로 위기를 돌파할 순 없는 법.
시마는 국회의원 경력을 통해 쌓은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손 사장에게 부족한 요소를 보충해주면서 참모로서 진가를 발휘했다. 시마는 "손 사장이 책상을 뒤엎으러 가기보다는 경영에 전념하면서 비전을 제시하고, 정치·경제 분야 물밑 협상을 통해 타인을 설득하는 작업은 내가 전담한다는 각오로 지내왔다"고 말했다.
―손 사장과 스타일이 달라 보인다.
"물론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손 사장은 우뇌형, 나는 좌뇌형 인간이었다. 우뇌는 예술·창작이 뛰어나고 좌뇌는 논리적인 사안을 생각할 때 쓴다고 한다. 둘 다 한국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데 손 사장은 '카라(KARA)', 나는 소녀시대 팬으로 그 역시 갈린다. 벤처기업 사장은 우뇌형 인간이 많은데, 측근에 좌뇌형 인간을 두는 게 좋다. 참모와 달리 보스는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는 유형이 좋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시각을 가미하면 꿈의 크기가 작아진다."
엘리트 아니다, 20년간 노력했다
―예스맨과 좋은 참모는 어떤 차이가 있나.
"대부분 평범한 참모는 '예스맨'이다. 리더 의견을 충실하게 따라주는 참모도 사실 요긴하다. 이들의 역할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여러 정보를 수집해오는 '정보형 참모'도 있다. 훌륭한 참모는 이런 역할을 넘어서 절대 다수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과제에 직면했을 때도 돌파구를 마련해 모든 직원의 힘을 합치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
―본인이 스펙이 좋은 엘리트라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마쓰시타 정경숙을 거쳐 국회에서 쌓은 경험은 최대 무기였고, 한국인이 말하는 '좋은 스펙'이라고 볼 수도 있다. 휴대전화로 총리 대신을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여러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타고난 엘리트는 아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 좋은 참모가 되기 위해 20년간 노력을 해 온 것이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20년을 준비하면 누구나 '좋은 스펙'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롤 모델이 있다면.
"과거 이토추상사의 세지마 류조(瀨島龍三)를 닮으려 했다. 마쓰시타 정경숙 시절에 그를 직접 만난 적이 있다. 26살 때였다. 2시간 정도 '참모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들었다. 그 중에서도 '하나의 신문이라도 좋으니 깊게 읽어라.' '맘에 드는 발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가에게 고견을 물어봐라' 같은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본질을 꿰뚫는 말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능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일본을 '8억t의 연료와 식량을 수입해 8000만t의 가공품을 수출하는 가공무역 국가'라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 인수 때 물밑 작업 지휘
소프트뱅크는 2013년 미국 통신업체 스프린트 인수를 계기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시마는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해 정치인과 관료들을 두루 만나며 인수 작업 물밑 협상을 진두지휘했다.
―스프린트 인수 때 어려움은 없었나.
"지금 화웨이 사태에서도 잘 알 수 있듯이 미국 통신 사업은 국가 안보 문제가 얽힌 매우 복잡한 사업 분야다. 정부·의회의 역할이 매우 크고, 내부 연줄이 없으면 로비스트를 통해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스프린트 인수를 할 때 미국 상·하원 의원부터 일본 대사관 직원까지 아는 인맥을 총동원했다. 이런 정보를 취합해 손 사장에게 말끔한 '세컨드 오피니언'(주치의 외 다른 의사의 의견)을 보고하는 게 임무였다."
동서양 고전 탐독하는 시마 "리더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게 중요하다"… 육도삼략을 최고의 경영 참고서로 지목
시마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에게 조언을 할 때 삼국지, 군주론 등 동서양의 고전(古典)을 종종 인용했다. 참모로서 어떤 고전을 가장 유용하게 활용했는지 묻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가방 속에서 주(周)나라 강태공과 황석공이 쓴 병법서로 알려진 ‘육도삼략(六韜三略)’을 펼쳤다. 그러면서 첫 문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주장(主將)은 영웅의 마음을 얻고, 공이 있는 자에게 상록(賞祿)을 내리고, 자신의 뜻[志]을 무리[衆]에게 펼친다.’ 시마는 이 문장을 인용하면서 “리더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게 중요하다”며 “기업의 경영자도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필요할 땐 과감히 지갑을 열어젖히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참모 입장에선 삼략 중 ‘부드러운 것이 단단한 것을 이기고,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柔能制剛, 弱能勝强)’는 문장이 가장 인상 깊다고 했다. 시마는 “소프트뱅크처럼 규모가 작았던 회사가 NTT를 상대로 싸울 땐 이런 말들이 가슴에 남았다”고 말했다.
마쓰시타 정경숙 시절엔 “성공의 요체는 포기하지 않고 성공할 때까지 계속하는 것”이란 문구에 매료됐고 이를 손 사장과 함께 소프트뱅크 성장 과정 속에서 실천했다. 기업을 운영하면서는 ‘대학(大學)’에 나오는 “이익으로 이로움을 삼지 않고 의로움으로 이로움을 삼는다(不以利爲利 以義爲利也)”는 구절을 명심했다.
시마에게 마지막으로 한국 비즈니스맨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을 달라고 하자 그는 수험생 때 읽었던 고전을 다시 펼쳐보라고 권했다. 그는 “한국 비즈니즈맨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온 인재들이라 눈앞의 문제를 처리하는 순발력은 정말 뛰어나지만, 세계를 상대로 도전하려면 시야를 넓혀야 한다”면서 “역사·철학 고전을 읽고 시대정신을 파악해야 세계 유수 리더와 대화할 때 깊은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대부분 평범한 참모는 '예스맨'이다. 리더 의견을 충실하게 따라주는 참모도 사실 요긴하다. 이들의 역할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여러 정보를 수집해오는 '정보형 참모'도 있다. 훌륭한 참모는 이런 역할을 넘어서 절대 다수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과제에 직면했을 때도 돌파구를 마련해 모든 직원의 힘을 합치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
―본인이 스펙이 좋은 엘리트라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마쓰시타 정경숙을 거쳐 국회에서 쌓은 경험은 최대 무기였고, 한국인이 말하는 '좋은 스펙'이라고 볼 수도 있다. 휴대전화로 총리 대신을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여러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타고난 엘리트는 아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 좋은 참모가 되기 위해 20년간 노력을 해 온 것이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20년을 준비하면 누구나 '좋은 스펙'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롤 모델이 있다면.
"과거 이토추상사의 세지마 류조(瀨島龍三)를 닮으려 했다. 마쓰시타 정경숙 시절에 그를 직접 만난 적이 있다. 26살 때였다. 2시간 정도 '참모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들었다. 그 중에서도 '하나의 신문이라도 좋으니 깊게 읽어라.' '맘에 드는 발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가에게 고견을 물어봐라' 같은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본질을 꿰뚫는 말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능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일본을 '8억t의 연료와 식량을 수입해 8000만t의 가공품을 수출하는 가공무역 국가'라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 인수 때 물밑 작업 지휘
소프트뱅크는 2013년 미국 통신업체 스프린트 인수를 계기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시마는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해 정치인과 관료들을 두루 만나며 인수 작업 물밑 협상을 진두지휘했다.
―스프린트 인수 때 어려움은 없었나.
"지금 화웨이 사태에서도 잘 알 수 있듯이 미국 통신 사업은 국가 안보 문제가 얽힌 매우 복잡한 사업 분야다. 정부·의회의 역할이 매우 크고, 내부 연줄이 없으면 로비스트를 통해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스프린트 인수를 할 때 미국 상·하원 의원부터 일본 대사관 직원까지 아는 인맥을 총동원했다. 이런 정보를 취합해 손 사장에게 말끔한 '세컨드 오피니언'(주치의 외 다른 의사의 의견)을 보고하는 게 임무였다."
동서양 고전 탐독하는 시마 "리더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게 중요하다"… 육도삼략을 최고의 경영 참고서로 지목
시마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에게 조언을 할 때 삼국지, 군주론 등 동서양의 고전(古典)을 종종 인용했다. 참모로서 어떤 고전을 가장 유용하게 활용했는지 묻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가방 속에서 주(周)나라 강태공과 황석공이 쓴 병법서로 알려진 ‘육도삼략(六韜三略)’을 펼쳤다. 그러면서 첫 문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주장(主將)은 영웅의 마음을 얻고, 공이 있는 자에게 상록(賞祿)을 내리고, 자신의 뜻[志]을 무리[衆]에게 펼친다.’ 시마는 이 문장을 인용하면서 “리더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게 중요하다”며 “기업의 경영자도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필요할 땐 과감히 지갑을 열어젖히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참모 입장에선 삼략 중 ‘부드러운 것이 단단한 것을 이기고,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柔能制剛, 弱能勝强)’는 문장이 가장 인상 깊다고 했다. 시마는 “소프트뱅크처럼 규모가 작았던 회사가 NTT를 상대로 싸울 땐 이런 말들이 가슴에 남았다”고 말했다.
마쓰시타 정경숙 시절엔 “성공의 요체는 포기하지 않고 성공할 때까지 계속하는 것”이란 문구에 매료됐고 이를 손 사장과 함께 소프트뱅크 성장 과정 속에서 실천했다. 기업을 운영하면서는 ‘대학(大學)’에 나오는 “이익으로 이로움을 삼지 않고 의로움으로 이로움을 삼는다(不以利爲利 以義爲利也)”는 구절을 명심했다.
시마에게 마지막으로 한국 비즈니스맨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을 달라고 하자 그는 수험생 때 읽었던 고전을 다시 펼쳐보라고 권했다. 그는 “한국 비즈니즈맨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온 인재들이라 눈앞의 문제를 처리하는 순발력은 정말 뛰어나지만, 세계를 상대로 도전하려면 시야를 넓혀야 한다”면서 “역사·철학 고전을 읽고 시대정신을 파악해야 세계 유수 리더와 대화할 때 깊은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Copyright ⓒ WEEKLY BIZ. All Rights Reserved
위클리비즈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