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조언'으로 베이조스보다 연봉 20배 더 받기도

입력 2019.05.24 03:00

[Cover Story] '나는 참모다'… 리더를 빛낸 역사적 인물11명 + 4가지 유형

③그림자형: 아마존의 앤디 재시 아마존웹서비스 CEO

그림자 역할 2년 끝난 후 AWS의 CEO로 신사업 구상
아마존 '캐시카우' 클라우드를 반석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을 만든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스티브 잡스를 능가하는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로 평가받는다. 겉으로 매우 온화한 미소를 짓지만 업무에서는 매우 냉철한 베이조스는 독단적 판단보다 '그림자(shadow)'라 불리는 조언자를 곁에 두고 중요한 결정 전에 의견을 듣는다.

'그림자 조언'으로 베이조스보다 연봉 20배 더 받기도
블룸버그는 베이조스가 IT 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멘토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CEO라고 분석했다. 그림자는 베이조스 근거리에서 언제나 일대일 대면한다. 출장도 함께 가고 중요한 회의에도 참석한다. 잡다한 일을 처리하는 비서와는 다르다. 공식 명칭은 '기술 지원자' 혹은 '기술 조언자'로 불린다. 베이조스는 그림자 제도를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했다. 초기 몇 년간 이 자리는 아마존이 인수한 회사 CEO나 급속히 성장하는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서 자리를 찾던 사람들의 몫이었다.

베이조스의 첫 그림자는 1999년 아마존에 인수된 익스체인지닷컴의 CEO 스티그 레슐리였다. 레슐리는 새 사업 계획을 구상하고 2000년 아마존을 떠나려고 했는데 베이조스가 그림자 역할을 제안했다. 레슐리는 3개월간 베이조스의 그림자 역할을 했으며, 이후 아마존을 나와 매치에듀케이션 CEO가 됐다. 레슐리는 "베이조스를 따라다니며 회의에 참석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에게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실행 가능성을 점검했다"며 "짧았지만 매우 값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베이조스는 그림자를 계속 바꿨다. 레슐리에 이어 나중에 지불결제 스타트업 페이니어미를 세운 대니 세이더, 디그닷컴 전 CEO인 매트 윌리엄스 등이 거쳐 갔다.

신사업 구상의 실행 가능성 점검

2003년 아마존은 그림자 역할을 조직화했다. 아마존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임원 중 한 명인 앤디 재시(Jassy·51)는 선임자가 대부분 짧게 일하다 퇴사한 전례로 그림자 자리가 매우 불안하다고 느꼈다. 재시는 베이조스에게 이를 설명하고 그림자의 역할을 재정의했다. 베이조스의 그림자 역할이 끝난 후에도 아마존 내부에 중요한 직책을 맡는 방향으로 바꾼 것이다. 재시는 2년간 그림자 역할을 한 후 2016년 아마존웹서비스(AWS) CEO로 승진해 아마존의 '캐시카우'인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을 이끌고 있다.

아마존 실적
재시는 베이조스의 참모로 그림자 역할을 수행하는 도중인 2003년 AWS 사업을 구상했다. 온라인 유통업에 집중하던 기존 사업의 틀에서 벗어나 클라우드 시장에 도전장을 냈던 것이다. 아마존의 AWS는 대형 서버를 구축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줄여주고, 각 업체가 원하는 맞춤형 분석 데이터를 공급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일찍 사업을 시작한 덕에 클라우드 업체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선두다. 지난해 34%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해 마이크로소프트(MS)·IBM·구글 등 3개 업체를 합친 것보다 점유율이 높다.

재시는 신사업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킨 공로로 2016년 베이조스보다 20배 많은 연봉(3560만달러·약 426억원)을 받기도 했다. 재시의 이러한 성공 배경에는 베이조스의 그림자로 활동한 덕택에 베이조스의 경영 철학과 사업 방식, 아마존의 전체 사업 구조와 한계 등을 잘 파악하고 베이조스와 주파수를 잘 맞출 수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재시가 그림자 역할에 성공하고 능력을 인정받은 후 아마존 내 그림자 위상은 더 높아졌다. 아마존의 최고 의사결정 그룹인 S팀에 속한 임원까지 모두 자신만의 그림자를 둘 정도로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 그림자들 가운데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은 재시처럼 회사의 신사업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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