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자본주의 활력 회복에 포퓰리즘을 활용하라

    •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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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5.10 03:00

      [WEEKLY BIZ Column]
      수퍼스타 기업들 독과점 우려
      망치 아닌 메스로 조심스레 고쳐야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
      미국에서 대기업이 공격받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지역 반대에 부딪혀 뉴욕시 퀸스에 새로운 본사를 설립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화당 상원 의원인 린지 그레이엄은 경쟁자가 전무한 페이스북의 시장 지위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매사추세츠주 민주당 상원 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은 대형 IT 기업의 권력 남용을 막아야 한다며 페이스북의 해체를 요구했다. 이사회의 40%를 근로자에게 할당하라는 법안도 제출했다.

      이런 주장들은 자유시장 국가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논쟁은 미국이 지금 정확히 필요로 하는 것이다. 미국의 역사를 돌아보자. 경제력이 집중되는 것을 비판하며 자본주의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온 것은 자본주의 비평가들이었다.

      권력과 부적절한 동맹 우려

      경제를 지배하게 된 소수의 기업들은 필연적으로 권력과 동맹을 맺게 된다. 이름뿐인 자본주의 국가 러시아에선 민간 기업과 공공 부문의 결탁이 이미 이뤄졌다. 상품 생산과 은행 업무를 완전히 통제함으로써 크렘린의 과두 정부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경쟁을 완전 차단했다. 러시아의 이런 모습은 미국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1961년 고별 연설에서 경계했던 국가의 모습과 일치한다. 그는 연설에서 미국인들을 향해 "군 권력과 산업이 결합함으로써 부당한 영향력을 얻는 것을 막기 위해 대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국의 많은 산업은 이미 소수의 '수퍼 스타' 기업들에 지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민주적 사회주의' 운동가들과 포퓰리즘 시위자들이 아이젠하워의 경고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한다. 다만 러시아 과두정치인과 달리 미국의 수퍼 스타 기업들은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현재의 위치에 도달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들을 규제할 때 망치로 때려 부수는 것이 아니라 조심스레 메스를 들이대야 하는 이유다.

      경쟁 촉진 요구하는 포퓰리즘 낳아

      글로벌 유통망이 갖춰진 오늘날 미국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 이점과 네트워크 효과, 그리고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러리란 보장은 없다. 특히 경쟁이 없을 경우엔 더욱 그렇다. 기업가들은 항상 반경쟁적인 수단을 통해 위치를 유지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과거 주요 인터넷 회사들이 1984년 컴퓨터 사기와 남용에 관한 법률, 1998년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 등이 제정되도록 지원한 것이 그 사례다. 이 법을 통해 신규 경쟁사들이 자기네 플랫폼과 연결할 수 없게끔 했는데, 이는 사용자들이 만든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지금은 어떨까.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관세에 대한 방아쇠를 가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부와 긴밀한 기업들은 관세 정책으로 누가 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볼 것인가 따지고 관련 공무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생산성이 아니라 정부가 규정하는 지식재산권, 규제, 관세 등이 기업의 이익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칠 때 기업은 정부에 더 의존하게 된다. 그러므로 기업의 효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단 하나의 길은 경쟁뿐이다. 경쟁을 보장하고 소수의 지배를 막으려는 정부에 대한 압력은 주로 '보통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이들의 주장은 지역사회에서 민주적으로 결집된다. 권력이 없는 이들은 더 많은 경쟁과 접근성 확대를 원한다. 19세기 후반 미국의 포퓰리즘 운동과 20세기 초반의 진보 운동 역시 철도·은행 등 중요 산업의 독점에 대한 반발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런 풀뿌리 운동은 1890년 셔먼 독점 금지법, 1933년 글라스 스티걸 법, 그리고 교육과 보건 서비스, 사업 기회 등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여러 규제를 이끌어냈다. 풀뿌리 운동이 경쟁을 북돋움으로써 자본주의를 활기차게 만들고 기업이 권위주의에 빠지는 것을 피할 수 있게 했다.

      시장경제 실망하면 사회주의 유혹에

      오늘날 포퓰리즘은 다시 나타나고 있다. 최고의 일자리가 소수의 명문대학 출신만을 뽑는 수퍼 스타 기업에 집중돼 있고,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이 만들어 놓은 장애물을 피해 성장을 모색해야 하며, 소도시와 농촌이 경제활동에서 배제되면서 빚어진 결과이다. 시장경제에 대한 희망을 잃은 유권자들은 민족주의나 완전한 사회주의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는 시장과 국가 사이의 균형을 파괴할 것이고 그로써 번영과 민주주의 모두 종말을 맞을 것이다.

      올바른 대응은 혁명이 아니라 재조정이다. 포퓰리즘 지도자들의 과격한 제안을 따르지 않더라도 포퓰리즘의 비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는 활기찬 시장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