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중원의 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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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5.10 03:00

      중국 음식 배달시장서 격돌한 메이퇀과 어러머

      중국인들의 식사 문화를 바꿔 놓는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음식 배달 서비스를 하는 중국의 양대 업체 메이퇀뎬핑(美團點評)과 어러머(餓了麽)의 싸움이다. 두 회사는 작년 하반기부터 이용자들에게 경쟁적으로 음식 할인을 제공하며 '밑지는 장사'를 자처하고 있다.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출혈 경쟁을 불사하는 것이다. 덕분에 중국 주요 도시에선 음식을 직접 사먹는 것보다 메이퇀뎬핑·어러머 앱으로 배달시키는 게 돈이 덜 드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때문에 수백만명 중국인은 하루 두세 끼를 배달시켜 먹는다. 베이징에 사는 에비 린(19)씨는 "메이퇀뎬핑 앱을 이용하면 정가보다 80% 할인된 가격에 오리 요리를 시킬 수도 있고, 피자를 40% 싸게 주문할 수 있다"며 "이는 사실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고 했다.

      IT 공룡들 위협하는 메이퇀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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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양대 음식 배달 업체 메이퇀뎬핑(왼쪽)과 어러머(오른쪽) 배달원들이 거리를 달리고 있다. 중국인 3억명 이상이 이용하는 음식 배달 시장을 지키고 뺏기 위한 두 회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 / 비주얼 차이나·블룸버그
      중국의 음식 배달 전쟁은 부상하는 '신흥 IT기업' 메이퇀뎬핑과, '기존 IT 거물' 알리바바의 맞대결로 읽히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중국의 IT 산업은 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 3대 기업이 장악해왔다. 이들을 이을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기업이 메이퇀뎬핑이다. 올해 40세인 창업자 왕싱 최고경영자(CEO)는 시멘트 사업을 하는 부친을 둔 소위 '푸얼다이(富二代)'로 불리는 금수저 출신이다. 하지만 가업을 이어받지 않고 직접 창업에 나선 '촹얼다이(創二代)'의 대표격이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54) 등을 이을 새로운 중국 신흥 기업인으로 종종 언급된다.

      메이퇀뎬핑은 2015년 숙박권·항공권·영화표·식당이용권 등을 할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앱 서비스로 시작했는데, 이후 음식 배달 서비스에 집중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가입자가 4억명을 돌파했고 현재 중국 음식 배달 시장 63%를 점유하는 1위 업체다. 하루 2000만건을 배달하는 세계 최대 음식 배달 업체이기도 하다.

      메이퇀뎬핑에 도전장을 낸 어러머의 뒤에 있는 게 바로 알리바바다. 알리바바는 지난 4월 어러머를 인수하고 알리바바 부사장인 왕레이를 어러머 CEO에 앉혔다. 이후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메이퇀뎬핑 추격에 나섰다. 어러머의 시장 점유율은 37% 정도다. 알리바바가 메이퇀뎬핑의 기세를 꺾으려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메이퇀뎬핑이 성장한다면 5년 안에 8000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서비스 앱 시장에서 알리바바의 매출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메이퇀뎬핑과 알리바바가 처음부터 경쟁 관계였던 것은 아니다. 알리바바는 메이퇀뎬핑 창업 초기에 투자도 했었다. 그러나 마윈과 왕싱은 경영 방식에서의 의견 차로 결별했다. 왕싱이 메이퇀뎬핑의 독자 경영을 원했지만 알리바바는 메이퇀뎬핑을 알리바바 앱에 완전히 통합하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통합을 거부하자 알리바바는 투자를 끊었다. 왕싱 CEO는 지난 9월 한 인터뷰에서 "알리바바는 우리가 따로 무엇을 하는 것이 자신들에게서 돈을 훔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불만을 비치기도 했다.

      알리바바, '메이퇀 꺾겠다' 맹공

      알리바바와 갈라선 이후 메이퇀뎬핑은 알리바바의 최대 라이벌 업체인 텐센트와 계약을 하고 10억달러 투자를 받았다. 알리바바와 달리 텐센트는 메이퇀뎬핑의 독자 운영을 허용했다.

      메이퇀뎬핑이 텐센트의 지원을 받는 동안 어러머를 인수한 알리바바는 작년 7월 '메이퇀뎬핑 추월'을 목표로 공세를 시작했다. 왕레이 어러머 CEO는 현지 언론 차이징과의 인터뷰에서 "음식 배달 시장은 우리가 반드시 가져와야 할 시장이다. 계속 투자할 것이고, 예산에 제한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장 가치로 메이퇀뎬핑의 12배가 넘는 알리바바가 자본력 우위를 내세우며 승부에 나선 것이다. 알리바바는 3개월간 30억위안(약 5170억원)을 어러머의 마케팅 보조금으로 투입했다. 고객 확보를 위해 더 많은 음식값 할인을 제공하고 배달료 할인도 늘렸다. 알리바바의 다른 서비스 플랫폼 고객들에게 어러머 쿠폰 등을 지급하며 시너지 강화에도 나섰다.

      중국의 시장조사업체 아이미디어리서치는 "알리바바가 경쟁에 나서는 건 음식 배달 시장이 해마다 급성장하고 있는 데다가, 모바일 지불 서비스가 성장하는 데 음식 배달 서비스가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어러머 앱에선 현재 알리바바의 계열사 앤트 파이낸셜이 제공하는 알리페이를 기본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메이퇀뎬핑도 자체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만들어 결제 수단 중 하나로 이용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공세에 메이퇀뎬핑은 지난 3분기부터 매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총이윤도 작년 3분기부터 하락했다. 이에 대해 경영진은 "겨울 날씨가 평년보다 추워 배달원들에게 지불하는 금액이 늘었고, 어러머와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할인 등 보조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투자자는 향후 알리바바 승리에 베팅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메이퇀뎬핑 투자자는 왕싱 CEO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고 있다. 벤처 투자 회사인 투데이그룹 창업자는 "왕싱은 무서운 사람이다. 그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고 했다.

      메이퇀, 배달업 집중하며 반격 나서

      메이퇀뎬핑은 알리바바와의 전쟁을 위해 '실탄' 준비에 나서고 있다. 최근 자전거 공유 사업인 모바이크의 해외 사업도 중단했다. 메이퇀뎬핑은 작년 전 세계 200여 개 도시에 2억명 가입자를 가진 공유 자전거 기업인 모바이크 지분을 100% 인수했는데, 모바이크의 실적이 부진하자 신속하게 사업 축소에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영업 손실이 줄어들면서 어러머와의 핵심 싸움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메이퇀뎬핑의 큰 적자가 발목을 잡는다. 고객 유치를 위해 지난 수년간 마케팅 비용을 많이 지출한 결과다. 지난해 9월 홍콩 증시 상장 당시 42억달러를 모으며 화려하게 시작했지만, 주가도 당시 대비 20%가량 떨어진 상태다. 작년 매출이 652억2700만위안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90% 이상 늘었으나, 영업이익 적자는 전년 대비 6배 이상 증가한 1154억9300만위안에 달한다. 어러머와의 경쟁 때문에 앞으로도 한동안 손실이 줄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전문가들도 알리바바의 공격적 투자가 단기적으로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미디어리서치의 장이 컨설팅 책임자는 "음식 배달 시장에서 고객이 브랜드에 충성하기는 쉽지 않다"며 "대다수의 고객은 가장 저렴한 플랫폼, 가장 많이 할인해주는 플랫폼을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종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음식 배달 부문만 떼어놓고 보면, 메이퇀뎬핑의 지난 4분기 마진율은 13.4%로 1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났고, 매출 대비 마케팅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도 전년 동기 32.1%에서 22.9%로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이퇀뎬핑의 천사오후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리는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면서도 보조금 지급이 경쟁업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우리에게 장기적인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