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당신이 돈 주고 산 온라인 클릭, 절반은 사기다… 블록체인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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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4.26 03:00

      아닌디야 고세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세계 최대 생활용품 기업인 P&G(프록터앤드갬블)는 2017년 디지털 광고 예산에서 2억달러를 삭감했다. 디지털 광고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거래 광고 대행사도 6000개에서 2500개로 줄였다. 그럼에도 매출엔 별 영향이 없었다. 디지털 광고 영향력이 부풀려져 있다는 얘기다. 마크 프리처드 P&G 마케팅 최고책임자는 "소셜미디어나 뉴스피드에 제공되는 동영상 광고 평균 시청 시간은 실제 1.7초에 불과할 정도로 거의 의미가 없었다"면서 "디지털 플랫폼에서 주장하는 광고 효과는 과장됐다"고 말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유튜브를 위시한 디지털 플랫폼 회사들은 막대한 조회 수를 미끼로 기업들에서 광고를 대거 유치했다. TV로 말하자면 "시청률(조회 수)이 높으니 광고비를 더 내라"는 식이었다. 그런데 시청률, 즉 조회 수가 조작인 경우도 있고, 실제 상품 구매로 이어지기엔 노출 효과가 터무니없이 낮았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부 광고 대행업체가 '메스봇(Methbot·트래픽 조작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터넷 사용자가 기업 광고를 클릭한 것처럼 위장해놓고 더 높은 광고비를 챙긴 일이 발각되기도 했다. 이 사실을 파악한 기업들이 구글·유튜브 등에 항의하자 구글은 '트래픽 사기'로 피해를 본 광고주들에게 환불해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글이 정확한 액수를 밝히진 않았지만, 광고주가 애초 지불한 금액의 7~10%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전체 디지털 광고로 환산하면 광고비 연 65억달러가량이 이런 식으로 새고 있다"고 전했다. P&G는 디지털 광고비를 삭감하면서 플랫폼 회사를 상대로 디지털 광고 생태계를 정비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디지털 기술 발달로 광고 시장은 격변기를 맞은 지 오래다. 이미 디지털 광고 시장 규모는 TV·라디오를 합친 것보다 크다. 특히 모바일은 그 정점에 달한 상황. 그러나 디지털은 외부 침입에 취약하다. 이런 허점을 노린 해킹이나 바이러스를 통한 광고 사기(ad fraud)가 빈번해지는 실정이다.

      디지털 광고비 56% 중개 과정서 낭비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모바일 경제·마케팅 분야 석학으로 평가받는 아닌디야 고세(Ghose·45)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그 설루션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꼽았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이런 디지털 광고 사기를 걸러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점점 중요해지는 모바일 광고 시장을 분석하기 위해 WEEKLY BIZ는 고세 교수를 뉴욕대 연구실에서 2년 만에 다시 만났다. 연구실은 단출했고, 책상 위엔 딸 성장 과정을 사진과 함께 접는 카드로 만든 장식물이 놓여 있었다.

      ―'디지털 광고 사기'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나.

      "마케팅 효과를 수치화하기는 어렵다. 시장조사 기관 포레스터는 2016년 광고 게재 사기로 전체 디지털 광고비 중 56%가 낭비된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광고 사기 피해 규모는 향후 10년간 500억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도 예상한다. 설문조사를 보면 광고주 중 79%가 디지털 광고가 투명하게 집행되고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 특정 브랜드 소셜미디어 계정 팔로어가 수백만 명에 이르고, 유튜브 인기 광고 조회 수가 수천만 건을 웃도는데 정작 해당 제품 광고를 본 사람은 찾아볼 수 없는 기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그 배후에 '로봇'을 악용해 조회 수 사기를 감행하는 악성 광고 업체가 있다. 문제는 광고주가 진위를 가려낼 재간이 없다는 데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블록체인 기술이 마케팅 분야에 가져올 가장 큰 변화는 디지털 광고에서 '중개인'을 사라지게 한다는 점이다. 블록체인이 지닌 분산 원장 기술을 이용해 중개인을 없애는 거래 방식이 마케팅에서도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즉, 광고업계에 여러 단계로 존재하는 광고 회사가 사라지고, 광고주와 소비자가 광고를 직거래한다."

      ―광고를 직거래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광고주가 직접 소비자에게 광고 콘텐츠와 암호 화폐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이 보장하는 데이터 보안을 믿고 소비자는 폭넓은 개인 정보를 공유한다. 광고주는 그 공유된 정보를 통해 최적화된 프로모션을 노출하고, 그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가상 화폐 형태로 보상한다. 무작위로 쏟아지는 과도한 기업 광고와 이메일, 쿠폰, 문자 메시지에 시달리던 소비자도 그동안 무료로 활용되던 개인 정보 가치를 새롭게 인정받을 수 있다. 광고주 역시 개인 정보 보호법 규제를 피하고 데이터 수집 업체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가 정확한지 목적에 맞는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기업들이 과녁에 화살(dart)을 마구 던지듯 온라인·모바일 광고를 남발하는 이유도 소비자 취향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이틀 전 호텔 예약을 마쳤는데, 해당 호텔 광고가 인터넷을 검색할 때마다 자꾸 따라다니는 것과 비슷하다. 광고주와 소비자 모두 짜증나는 일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완전한 소비자 정보를 제공하면 여러 단계로 집행하던 광고비도 줄고 그만큼 소비자 혜택을 늘릴 수 있다. 당연히 브랜드 충성도는 증가한다."

      블록체인, 데이터 보안성 가장 뛰어나

      ―소비자가 그런 식으로 광범위한 개인 정보를 기업과 공유하려 할까.

      "얼핏 그러지 않을 것 같지만 실험 결과는 달랐다.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소비자에게 할인 쿠폰을 주겠다고 하면 상당수가 기꺼이 정보 제공에 동의한다. 생각보다 많은 소비자가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자기 정보를 주저하지 않고 제공했다."

      ―그러다 개인 정보 유출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그래서 블록체인이 더 주목받는다. 블록체인은 현재 데이터 보안에서 가장 높은 투명성을 보장한다. 특정 중앙 서버가 아니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각 주체가 데이터를 검증하고 보관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데이터를 위·변조하려면 중앙 서버만 뚫으면 되었지만, 블록체인 형태로 저장된 데이터는 수많은 주체가 각각 데이터 기록을 모두 바꿔야 한다. 해킹과 수정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주체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데이터 신뢰성은 더 향상된다."

      상용화는 블록체인 속도 빨라져야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상 '인플루언서 마케팅'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2017년 8월 등장한 영상 플랫폼 디튜브(D.Tube)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댓글이나 '좋아요'에 해당하는 업보트(upvote)를 많이 받으면 가상 화폐를 주는 구조이다. 동영상을 올리고 댓글을 다는 행위가 모두 블록체인 기술 기반 위에서 이뤄지다 보니 조작·위조가 불가능하다. 유튜브를 시청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봐야 하는 광고도 디튜브에는 없다. 사용자 경험을 최대로 유지하는 전략이다."

      ―블록체인 마케팅이 언제쯤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것으로 보나.

      "현재 큰 걸림돌 중 하나는 거래 속도다. 블록체인은 전 세계에 분포한 '채굴자'가 거래를 검증하는 구조라, 거래 승인에 보통 10~30초가 걸린다. 광고 거래를 승인하기엔 느리다. 밀리초(milli- second·1000분의 1초) 단위로 거래되는 현재 광고 기술에 비하면 한참 멀었다. 이 때문에 블록 하나에 거래 내용을 집약하는 방식이 고안됐는데, 이는 블록체인의 투명성을 떨어트린다. 단기적으로는 광고주가 블록체인을 실시간이 아니라 광고가 집행된 후 거래를 검증하고 승인하는 용도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