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4.26 03:00
패션 운동화 40년, 국민 브랜드가 된 비결
유행 대신 스타일슬로 패션 추구
'언제나 같은 상품' 진정성과 편안함
지루한 검은색 배제 운동화 300가지 컬러

40년간 똑같은 신발을 만들어 프랑스의 '국민 브랜드'가 된 기업이 있다. 흰색 고무 밑창을 댄 패션 운동화로 유명한 벤시몽(Bensimon)이다. 핵심 제품인 '테니스화'는 1979년 실제 프랑스 군인들이 신던 흰 테니스화에 여러 색깔을 입혀 만들었다. 지금은 프랑스 가정의 신발장에 몇 켤레씩은 있는 '국민 신발'이 됐다. 할머니, 어머니, 딸 3대가 함께 신기도 하는 브랜드다.
싸게 사서 금세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의 포화 속에서, 벤시몽은 유행 타지 않고 품질 좋은 '슬로 패션' 대표 브랜드로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서울에 첫 벤시몽 단독 매장을 연 기념으로 지난 3월 방한한 창업자 세르주 벤시몽(66)을 만났다. 그는 현재 벤시몽의 아티스틱 디렉터로서 전 제품 기획을 책임지고 있다.
①유행 대신 일관된 스타일을 추구
―한국의 20~30대도 벤시몽 운동화를 많이 신는다.
"한국에서 벤시몽은 신발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은 벤시몽의 '테니스화'만 한국에 유통됐기 때문이다. 벤시몽은 운동화뿐만 아니라 의류, 가구, 잡화, 인테리어 소품 등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올해부터 한국에서도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싸게 사서 금세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의 포화 속에서, 벤시몽은 유행 타지 않고 품질 좋은 '슬로 패션' 대표 브랜드로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서울에 첫 벤시몽 단독 매장을 연 기념으로 지난 3월 방한한 창업자 세르주 벤시몽(66)을 만났다. 그는 현재 벤시몽의 아티스틱 디렉터로서 전 제품 기획을 책임지고 있다.
①유행 대신 일관된 스타일을 추구
―한국의 20~30대도 벤시몽 운동화를 많이 신는다.
"한국에서 벤시몽은 신발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은 벤시몽의 '테니스화'만 한국에 유통됐기 때문이다. 벤시몽은 운동화뿐만 아니라 의류, 가구, 잡화, 인테리어 소품 등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올해부터 한국에서도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벤시몽은 어떤 브랜드인가.
"벤시몽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이다. 벤시몽은 1984년에 창업했고, 스테디 셀러인 테니스화는 그보다 앞선 1979년에 처음 출시했다. 테니스화는 여태껏 디자인이나 품질 면에서 달라진 점이 없다. 벤시몽은 유행을 타지 않고, 품질이 좋아 수십 년도 쓸 수 있는 '슬로 패션'을 추구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로 스페인의 자라, 스웨덴의 H&M, 일본의 유니클로 등으로 대표되는 '패스트 패션'이 돌풍을 일으켰다. 최신 유행을 즉각 반영한 옷들을 '패스트 푸드'처럼 신속·저렴하게 만들어 유통시키는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엔 의류 폐기물을 늘리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합성섬유와 화학약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비판도 받는다. 벤시몽 창업자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처럼 유행을 좇았다면 벤시몽이 40년 가까이 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왜 슬로 패션을 추구하나.
"슬로 패션의 특징은 '패션'이 아닌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것에 있다. 패션과 스타일은 대척점에 있는 개념이다. 패션은 유행에 따라 시시때때로 변화한다. 하지만 스타일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일관된 기조 같은 것이다. 브랜드는 유행을 무턱대고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고유의 스타일을 구축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제시해줄 수 있어야 오랜 기간 살아남을 수 있다.
슬로 패션이 환경을 고려하는 '지속 가능한 패션'이란 점도 중요하다. 벤시몽은 단가가 올라가더라도 환경·인체에 무해한 천연 염료와 천연 소재로 제품을 만든다. 품질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제작 과정에서 환경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운동화마다 색상이 조금씩 다른 것도 (화학 염료가 아니라) 천연 염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천연 염료를 쓰면 천을 염색할 때 흰색 고무 밑창이 변색되는 것도 막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벤시몽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이다. 벤시몽은 1984년에 창업했고, 스테디 셀러인 테니스화는 그보다 앞선 1979년에 처음 출시했다. 테니스화는 여태껏 디자인이나 품질 면에서 달라진 점이 없다. 벤시몽은 유행을 타지 않고, 품질이 좋아 수십 년도 쓸 수 있는 '슬로 패션'을 추구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로 스페인의 자라, 스웨덴의 H&M, 일본의 유니클로 등으로 대표되는 '패스트 패션'이 돌풍을 일으켰다. 최신 유행을 즉각 반영한 옷들을 '패스트 푸드'처럼 신속·저렴하게 만들어 유통시키는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엔 의류 폐기물을 늘리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합성섬유와 화학약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비판도 받는다. 벤시몽 창업자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처럼 유행을 좇았다면 벤시몽이 40년 가까이 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왜 슬로 패션을 추구하나.
"슬로 패션의 특징은 '패션'이 아닌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것에 있다. 패션과 스타일은 대척점에 있는 개념이다. 패션은 유행에 따라 시시때때로 변화한다. 하지만 스타일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일관된 기조 같은 것이다. 브랜드는 유행을 무턱대고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고유의 스타일을 구축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제시해줄 수 있어야 오랜 기간 살아남을 수 있다.
슬로 패션이 환경을 고려하는 '지속 가능한 패션'이란 점도 중요하다. 벤시몽은 단가가 올라가더라도 환경·인체에 무해한 천연 염료와 천연 소재로 제품을 만든다. 품질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제작 과정에서 환경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운동화마다 색상이 조금씩 다른 것도 (화학 염료가 아니라) 천연 염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천연 염료를 쓰면 천을 염색할 때 흰색 고무 밑창이 변색되는 것도 막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②40년간 같은 품질로 고객에 신뢰감
올해로 벤시몽 '테니스화'는 출시 40주년을 맞았다. 세르주 벤시몽이 1984년 동생 이브 벤시몽(62)과 함께 벤시몽을 창업할 수 있었던 것도 이 테니스화가 큰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테니스화가 40년 넘게 사랑받은 비결은 무엇인가.
"'언제나 같은 상품'이 주는 진정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품질이 변하지 않는 운동화'라는 믿음 말이다. 우리는 25년 넘게 루마니아의 동일한 공장에서 전통적 제작 방법을 고수하며 테니스화를 만들고 있다. 운동화 천과 밑창을 함께 가열해 일체형으로 만든 뒤 건조하는 방식이다. 염색은 프랑스의 동일한 공장에서 늘 해왔다. 납품 업체들과 장기적 관계를 통해 제품의 동일성을 지켜나가고 있다."
―동일성이 왜 고객들에게 중요한가.
"상품 품질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십여 년 전 구입해 닳도록 신었던 테니스화를 버리고 새 제품을 구입해도 옛날 테니스화와 완전히 같은 느낌을 준다는 뜻이다. 이것은 고객들에게 특별한 연결감을 준다. 어렸을 때부터 벤시몽을 신고 자란 사람들은 '벤시몽과 함께 자라났다'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벤시몽은 프랑스인들에게 감성적(emotional) 브랜드이다. 이런 연결감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준다."

③다채로운 색으로 고객 흥미 유발
―그 외에 벤시몽이 잘해올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면.
"'합리적 가격'과 '기능성' '흥미로움' 세 가지이다. 벤시몽은 합리적 가격대에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는 '합리적 명품(affordable luxury)' 브랜드를 추구한다. 테니스화는 프랑스 군용 테니스화로 만든 만큼 튼튼하고 기능성도 뛰어나다. 또한 고객의 흥미를 자극하는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고객에게 어떻게 흥미를 줄 수 있나?
"검은색은 벤시몽의 금기 사항이다. 어느 브랜드 매장을 가든 검은 옷이 정말 많다. 지루하다. 벤시몽은 다채로운 색을 사용하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모든 제품에 검은색을 쓰지 않는다. 테니스화는 최다 300여 가지 컬러로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여행에서 영감을 얻은 정열적이고 이국적인 색 조합의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④강요하지 않는 '소프트' 마케팅
벤시몽은 35국에 진출해 있다. 프랑스에 25곳, 해외에 30곳 '플래그십 스토어'를 세워 운영한다. 소비자를 만나는 홍보 거점 역할이다. 한국은 벤시몽이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매장을 세운 두 번째 나라다.
―그 외에 벤시몽이 잘해올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면.
"'합리적 가격'과 '기능성' '흥미로움' 세 가지이다. 벤시몽은 합리적 가격대에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는 '합리적 명품(affordable luxury)' 브랜드를 추구한다. 테니스화는 프랑스 군용 테니스화로 만든 만큼 튼튼하고 기능성도 뛰어나다. 또한 고객의 흥미를 자극하는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고객에게 어떻게 흥미를 줄 수 있나?
"검은색은 벤시몽의 금기 사항이다. 어느 브랜드 매장을 가든 검은 옷이 정말 많다. 지루하다. 벤시몽은 다채로운 색을 사용하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모든 제품에 검은색을 쓰지 않는다. 테니스화는 최다 300여 가지 컬러로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여행에서 영감을 얻은 정열적이고 이국적인 색 조합의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④강요하지 않는 '소프트' 마케팅
벤시몽은 35국에 진출해 있다. 프랑스에 25곳, 해외에 30곳 '플래그십 스토어'를 세워 운영한다. 소비자를 만나는 홍보 거점 역할이다. 한국은 벤시몽이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매장을 세운 두 번째 나라다.

―어떤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나.
"벤시몽이 추구하는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억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자발적으로 매장에 들어와 브랜드를 경험하길 원한다. 소프트(느슨한)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벤시몽의 정체성을 최대로 구현한 매장을 번화가에 세우고, 소비자가 찾아왔을 때 우리의 스타일과 진정성을 알리는 것이다. 벤시몽 스타일에 매료되고 제품을 써본 뒤 품질이 마음에 든다면 그 고객은 또 찾아올 것이다."
―많은 아시아 나라 중 왜 한국을 택했나.
"작년 11월 강남구 가로수길에 매장을 열었다. 개인적으로 한국 소비자들이 디자인에 대해 세련된 안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벤시몽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도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 각국 매장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은 물론 세계 소비자에게 벤시몽이 제안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다."
―패션 브랜드에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중심을 옮기는 것인가.
"집에서 사용하는 가구, 식기, 인테리어 소품 등 다양한 제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 사람이 생활 전반에서 일관된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라이프 스타일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벤시몽이 추구하는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억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자발적으로 매장에 들어와 브랜드를 경험하길 원한다. 소프트(느슨한)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벤시몽의 정체성을 최대로 구현한 매장을 번화가에 세우고, 소비자가 찾아왔을 때 우리의 스타일과 진정성을 알리는 것이다. 벤시몽 스타일에 매료되고 제품을 써본 뒤 품질이 마음에 든다면 그 고객은 또 찾아올 것이다."
―많은 아시아 나라 중 왜 한국을 택했나.
"작년 11월 강남구 가로수길에 매장을 열었다. 개인적으로 한국 소비자들이 디자인에 대해 세련된 안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벤시몽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도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 각국 매장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은 물론 세계 소비자에게 벤시몽이 제안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다."
―패션 브랜드에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중심을 옮기는 것인가.
"집에서 사용하는 가구, 식기, 인테리어 소품 등 다양한 제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 사람이 생활 전반에서 일관된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라이프 스타일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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