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분위기를 만드는 구글의 '150피트 법칙'

    • 전창록 경북경제진흥원장

입력 2019.04.26 03:00

[On the Innovation]

전창록 경북경제진흥원장
150피트(45.7m) 법칙이 있다. 회사 어디에 있든 반드시 150피트 안에 음식이 손에 닿을 수 있게 공간을 설계하라는 것이다. 이 법칙은 1940년대 미국 MIT의 '누가 당신의 친구인지 찾기' 실험과 관련이 있다. 이 실험의 결과는 현실 속 친구는 같은 생각이나 공감도 중요하지만, 자주 만날수록 친구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구글 등 실리콘밸리의 가장 혁신적인 기업들은 이 생각을 담아 직원들끼리 얼굴을 마주할 시간이 길어지도록 공간을 설계했다. 자꾸 만나면 친밀도가 높아져 문제를 공유하게 된다. 또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하다 보면 혁신이 나온다. 혁신을 만들기 위한 개방형 문화의 아이디어 중 하나가 바로 유명한 구글의 150피트의 법칙인 것이다.

'문화는 전략을 아침 식사거리로 먹어치운다'

필자가 원장으로 있는 경상북도 경제진흥원도 '왁자지껄'이라는 공간을 3월 초에 개장했다. 이 공간은 사무실 가운데에 냉장고를 두고 그 안에 과일이나 요구르트 등 건강한 음식을 채웠다. 직원들이 자주 만나 수다를 떨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직원들은 여기 와서 마음대로 음식을 꺼내 먹을 수 있다. 다만 음식을 가지고 자리로 가는 건 반칙이다. 지금까지 한 달 남짓 되는 기간에 이 공간은 직원들의 대화 장소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경영학 대가 피터 드러커는 "문화는 전략을 아침 식사거리로 먹어치운다"고 할 정도로 혁신을 위해서는 전략보다 조직의 문화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경북 경제진흥원도 '자율'과 '개방'을 중심으로 구성원들이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조직 문화 변화 실천 계획을 짰다.

실천 계획은 심리학자 매슬로의 '욕구 5단계설'에 기초해 만들어졌다. 한 조직에서 인간의 다섯 가지 욕구가 모두 충족되면 구성원이 행복감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섯 가지 각각의 욕구에 대해 한 번 이상 만족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실천 계획을 세웠다. 먼저 가장 기본적인 1단계 생존 욕구(생존) 충족을 위해 주 1회 조찬을 제공한다. 두 번째 욕구(안전) 충족을 위해 비정규직의 100%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세 번째 욕구(사회적 교류) 충족을 위해 분기 1회 스포츠 이벤트, 반기 1회 워크숍을 운영하며 상호 소통을 돕고 있다. 네 번째 욕구(타인 인정) 충족을 위해 월별과 반기별로 MVP를 선정해 상을 주고, 인사 대상의 30%는 발탁 승진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다섯 번째 욕구(자아실현) 충족을 위해 업무 개선 아이디어 공모전을 수시로 열고, 매주 수요일을 '자아실현의 날'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실천 계획들은 조직 문화 혁신의 1단계이며,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새로운 개선안이 더 나올 것이다.

기업 문화를 바꾸는 일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는 '넷플릭스의 문화: 자유와 책임'이라는 문서를 실리콘밸리에서 나온 가장 중요한 문서라고 극찬한 바 있다. 복잡한 규정, 관료적 통제 대신 책임에 기반한 높은 수준의 자율적 조직 문화가 넷플릭스 성공의 핵심 비결이라는 것이다.

변화의 방향과 속도가 예측 가능한 산술급수적 변화가 아니라, 예측이 불가능한 기하급수적 변화가 일어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 문화는 무엇일까. 자율에 기반한 기민함과 무한한 외부 공유 자원을 활용하는 개방형 혁신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넷플릭스의 핵심 경쟁력인 영화 추천 알고리즘 '시네매치'는 186국 4만팀이 참가한 '시네매치 경진대회'를 통해 만들어지지 않았던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모든 조직이 깨어 있고, 연결되어 있고, 살아 있어야 한다. 이러한 흐름을 좇는 실천 계획을 많이 개발해 조직 문화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지자체나 공기업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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