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고층빌딩 사이에 17층 료칸 세워… "대문 여는 순간 일상 탈출"

입력 2019.04.26 03:00

[Cover Story] 105년 된 료칸의 재도약… 어떻게 첨단 리조트 됐나

'호시노리조트' 가보니

호시노리조트
호시노야도쿄의 외관은 일본 전통 무늬로 만들었다. 호시노야는 고객에게 차분한 느낌을 주려 건물 외관에 검은색을 자주 사용한다. 각층마다 4개씩 총 84개의 방이 있다. / 호시노리조트
도쿄에서 열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가루이자와는 산기슭 아래 고원을 축으로 마을이 형성돼 있다. 여름에도 선선해 일본 부호들이 꼽는 대표적인 피서지다. 가루이자와역에서 다시 승용차로 15분을 달려 도착한 '호시노야 가루이자와'. 나가노현 특유의 계단식 논 형태로 물길을 만들어 놓아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호시노야 가루이자와'는 2000년대 초반 새로운 숙박 모델을 고민하던 직원들이 '압도적인 비(非)일상'을 테마로 머리를 맞대어 내놓은 첫 결과물이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그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투숙객이 프런트에서 바로 숙소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숨을 고르고 조용히 차를 한 잔 마신 후 다시 차로 1㎞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자연의 장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객실엔 TV를 없애버렸고, 해가 뜨고 지는 '자연 시계'로 시간을 파악하라는 취지에서 객실 내에 시계도 없앴다. 버섯·채소에서 멧돼지까지 거의 모든 식재료를 인근 농장에서 조달한다. 욕실에는 인공 입욕제 대신 천연 입욕제 기능을 하는 기다란 무를 놔뒀다.

호시노리조트는 이 '호시노야 가루이자와'를 도시형으로 개조한 새로운 료칸 모델 '호시노야'를 전국 곳곳에 도입하고 있다. 3년 전 도쿄 오테마치(大手町) 마천루 사이에 세운 17층짜리 료칸 '호시노야 도쿄'가 대표적이다. 오테마치는 금융·기업·언론사가 밀집한 도쿄 중심지. 보통 료칸을 한적한 시골에 전통 가옥으로 짓는 것과 달리 도쿄 도심에서 전통 료칸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역발상이 이뤄낸 작품이다.

'호시노야 도쿄'는 료칸 대문을 여는 순간부터를 '비일상의 세계'로 접어들게 만들었다. 대문을 여는 순간 노송(老松)의 향기가 투숙객을 반기며, 신발을 벗고 들어서면 마주하는 현관은 현대식 서양 디자인과 일본 전통 문화가 조화를 이룬다. 객실 내 일본 전통 의상은 서양인도 쉽게 입을 수 있도록 각종 매듭을 대폭 줄였다. 온천수로는 지하 1500m에서 퍼올린 지하수를 쓴다. 상당수 도쿄 시내 온천이 하코네 등 외지에서 퍼온 온천수를 쓰는 것과 대조적이다.

호텔과 료칸의 결정적 차이는 공용 공간이다. 호텔은 방을 떠나 복도를 나갈 때도 복장을 갖추는 게 예의다. 반면 료칸에선 집으로 따지면 격식을 따지지 않는 거실 같은 공용 공간이 있다. '호시노야 도쿄'에선 이 공간을 '오차노마 라운지'라 부른다. 투숙객이 목욕 가운 차림으로 이 라운지에서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며 과자와 맥주·녹차를 마신다.

또 다른 강점은 구석구석 배어 있는 직원들 손길이다. 가령 직원들은 온천 청소를 할 땐 샤워기를 벽을 향하도록 정리한다. 자칫 물을 틀었을 때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물이 몸에 튈지 모른다는 배려에서 나온 규칙이다. 호시노리조트 직원들은 철저하게 분업화하는 일반 호텔과 달리 '멀티플레이어'들이다. 입사하면 프런트, 식사 시중, 객실 정리를 다 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는다. 직원 한 명이 입구에서 손님을 맞아 수속을 돕고 방으로 안내한 뒤 식사 시중도 들며 온천을 떠날 때까지 챙긴다. 어떻게 하면 고객이 묵는 동안 더 편하게 쉴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나온 체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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