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버핏처럼 투자하려면 우량 기업 고르는 법부터 익혀야

    • 홍춘욱 키움증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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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4.12 03:00

      [Book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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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주식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주식 투자로 돈 벌기 쉽지 않다는 점에 공감할 것이다. 2002년 이후 코스피 연간 평균 수익률은 11.1%에 이르지만, 개인 투자자 수익률은 이에 못 미친다는 게 여러 데이터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물론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개인 투자자 수익률이란 없다. 다만 매년 거래소에서 발표하는 개인과 외국인, 그리고 기관투자자 순매수 상위 종목 수익률을 살펴보면 개인 투자자 성과를 간접적으로나마 측정할 수 있다. 개인 투자자가 부진한 성과를 거둔다면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개미 투자자가 기관보다 못한 이유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자금과 정보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데 있겠으나 이 밖에도 주식 투자에서 자주 발생하는 심리적 편향도 성과 부진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심리 편향이 바로 '자기귀인 편향(self-attribution bias)'이다. 성공하면 자기 능력 덕분이고 실패하면 운이 나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주가가 상승하면 자신의 종목 선정 실력이 뛰어난 것이고, 주가가 하락하면 의회가 법을 바꿔서라든가 연준이 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이라는 등 외부 효과 탓으로 돌리는 경향을 말한다. 이런 편향에 빠져들면 자신이 매우 뛰어난 능력자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어 매매 빈도가 많아지거나 모험적인 투자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정보 및 자본력의 부족이나 심리적인 편향 문제를 완화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익·자본 수익률 중시하며 투자해야

      펀드를 비롯한 다양한 간접투자 상품에 돈을 맡기는 게 가장 유력한 대안이겠지만, 최근에는 정량 분석 투자가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정량 분석 투자란 워런 버핏이나 피터 린치 같은 위대한 투자자들 투자 스타일을 기계적으로 복제해 투자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물론 정량 분석 투자를 실행에 옮기는 데에는 상당한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을 보면 정량 분석 투자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저자 조엘 그린블라트는 워런 버핏의 투자 전략을 쉽게 따라 할 방법을 찾다가 "우량하지 않은 기업을 염가로 사는 것보다 싸지 않더라도 우량 기업을 사는 편이 훨씬 낫다"는 버핏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어 이른바 마법 공식(Magic Formula)을 고안해냈다.

      마법 공식은 두 가지 지표에 주목하는 투자 기법으로, 첫째 지표는 이익수익률(earnings yield)이다. 예를 들어 한 주에 1만원인데, 1000원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한다면 이 회사 이익수익률은 10%다. 그린블라트는 이익수익률이 높은 종목일수록 저평가 매력이 높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익수익률이 높다고 꼭 좋은 기업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경영진이 횡령하거나 혹은 강력한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하는 등 주가가 폭락해 이익수익률이 일시적으로 높아졌을 수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린블라트는 자본수익률(return on capital)이 높은 주식에 관심을 집중한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사업을 위해 조달한 자본이 400억원인데, 이 회사가 200억원 이익을 냈다면 자본수익률은 50%다. 그린블라트는 다음 순서로 상장된 회사를 이익수익률과 자본수익률 순서로 나열해 가장 순위가 높은 기업들에 투자하라고 한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1988~2009년 마법 공식의 투자 수익률은 연평균 23.8%에 이르렀다고 한다.

      EBIT로 허점 보완 필요

      그런데 그린블라트의 전략이 한국에서도 통용될까. 강환국 저 '할 수 있다 퀀트투자'는 이런 의문을 다소 풀어준다. 그는 이 책에서 마법 공식 등 다양한 정량 투자 전략이 한국에서도 통용되는지 살펴보았다. 그는 2002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기간을 대상으로 마법 공식을 한국에 적용한 결과, 이익수익률과 자본수익률 최상위 30개 종목 연평균 수익률이 12.1%에 이른 것을 발견했다. 이는 높은 성과이지만, 문제가 있다. 이익수익률과 자본수익률이 가장 높은 100개 기업에 투자했을 때 수익률이 13.3%로 최상위 30개 종목에 투자했을 때보다 더 높은 성과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마법 공식을 미국에 적용했을 때 수익률에 비해 너무 낮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 의문을 푸는 데는 '정량 가치(Quantitative Value)'란 책이 도움을 준다. 저자 그레이와 칼라일은 마법 공식을 1964~2011년 기간 동안 실전에 적용한 결과, 연평균 수익률이 12.4%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같은 기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500지수의 성과 9.5%를 크게 넘어선 것은 사실이지만, 한눈에 보더라도 그린블라트의 계산과 격차가 크다. 그렇지만, 저자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마법 공식을 더욱 개선했다. 예를 들어 자본수익률을 계산할 때 순이익 대신 이자 및 법인세 공제 전 이익(EBIT)을 이용해 종목을 고르는 한편 회계 분식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들을 걸러냄으로써 더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입증했다.

      위에 언급한 책 3권을 읽었다고 정량분석 투자를 다 이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이들 논리 전개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정량 분석 투자가 어떤 건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그간 자신들이 선호했던 종목과 정량 분석으로 고른 기업들이 어떤 차이를 지니는지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더 나은 성과를 기록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