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무인도까지 굴러간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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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4.12 03:00

      [Cover Story] 161개국 진출, 구기용품 세계 1위 美 '윌슨' 마이크 다우즈 회장
      "혁신 계속하니 사업은 알아서 굴러가더라"

      가장 미국다운 브랜드
      "105년 불굴의 비결은 끊임없는 혁신…
      1922년 결성된 1만명 넘는 선수자문단 제품 모든 단계서 체크
      나도 일곱살 때부터 뛴 대학 테니스 선수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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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우드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한 장면. 톰 행크스가 연기한 주인공 척 놀랜드는 무인도에서 발견한 배구공에 ‘윌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말동무 삼는다. 이 공 브랜드가 윌슨이다. ‘윌슨’은 미국 영화 비평가들이 선정한 ‘최고의 무생물상’을 받기도 했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 캡처
      마이크 다우즈(53) 윌슨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운동화에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났다. 윌슨의 테니스 라켓 신제품 '클래시(Clash)' 출시에 맞춰 하루 일정으로 서울 본사를 방문한 것이다. 중국 방문을 마치고 간밤에 한국에 도착했다는 그는 다소 피곤해 보였다.

      그러나 제품 설명을 하겠다며 벌떡 일어나 라켓을 손에 쥐자 에너지가 넘쳤다. 스윙을 선보인 뒤 그는 "일곱 살 때부터 테니스를 했고 대학에서 선수로도 뛰었다"며 "윌슨에선 나처럼 선수 생활을 했던 직원들과 현직 선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제품을 만든다. '사용자가 원하는 혁신'이 만들어지는 비결"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1914년 창립한 윌슨은 올해로 105년 된 구기 용품 제조 분야의 최강자다. 161국에 진출해 있으며, 세계 테니스·야구 용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박찬호·류현진 선수를 비롯해 야구의 클레이튼 커쇼, 테니스의 로저 페더러, 세리나 윌리엄스, 니시코리 게이 등 수많은 스포츠 스타가 윌슨을 애용해왔다.

      마이크 다우즈 윌슨 회장이 서울 강남구 아머스포츠코리아 본사에서 윌슨의 신제품 테니스 라켓 ‘클래시(Clash)’로 스윙을 하고 있다. 클래시는 윌슨의 차세대 혁신 제품이다.
      마이크 다우즈 윌슨 회장이 서울 강남구 아머스포츠코리아 본사에서 윌슨의 신제품 테니스 라켓 ‘클래시(Clash)’로 스윙을 하고 있다. 클래시는 윌슨의 차세대 혁신 제품이다. /김연정 객원기자
      윌슨은 미국 소비자들이 뽑은 '가장 미국다운 브랜드 40'(포브스 선정)에 매해 이름을 올리는데, 2014년(19위)엔 맥도널드와 KFC(24위)도 제쳤을 정도다. 워낙 널리 쓰이다 보니 2000년엔 영화 '캐스트 어웨이' 출연도 했다. 무인도에 떨어진 주연 배우 톰 행크스가 배구공에 윌슨이란 이름을 붙여주는데, 이는 공 제조사가 윌슨이기 때문이었다.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찾아 제품 개발

      윌슨이 100년 넘게 강한 기업으로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다우즈 회장은 "끊임없는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이 지속된다면 사업은 알아서 굴러가게 돼 있다(business will take care of itself)"고 했다. 윌슨은 금속 프레임 테니스 라켓을 처음으로 대중에 보급하고 라켓 몸체를 두껍게 만들어 공을 치는 힘을 강화한 '와이드 보디 라켓'을 최초 개발하는 등 스포츠 용품사에 크게 기여해왔다. 최근에는 IT(정보 기술)를 결합, 센서를 넣어 움직임과 효율성 등을 데이터로 분석할 수 있는 스마트 농구공과 미식축구공도 상용화했다. 다우즈 회장이 밝힌 윌슨의 혁신 역량은 제품 연구·개발에 특화된 '혁신 센터'와 1만명이 넘는 '선수 자문단(WAS·Wilson Advisory Staff)'에서 나오고 있었다. 4645㎡ 규모의 '혁신 센터'에선 제품 디자인부터 제조, 성능 테스트까지 논스톱으로 이뤄진다. 다우즈 회장은 "이런 시설을 갖춘 것은 스포츠 용품 업계에서 윌슨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혁신이 무작정 기술 발전을 따라가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했다. '디지털 시대가 왔으니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혁신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혁신을 "충족되지 않은 요구를 찾아 판매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IT 등은 사용자의 요구를 해소하기 위한 도구 중 하나일 뿐이며, 철저히 소비자의 필요를 바탕으로 만든 변화만이 혁신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윌슨이 갖추고 있는 장치가 바로 선수 자문단이다. 1922년 운영을 시작해 현재는 전 세계 프로 선수, 아마추어 선수, 운동 코치 등 1만여 명이 자문단으로 활동하며 제품에 대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윌슨의 '혁신 아이디어'는 그들에게서 나왔다.

      스포츠 업계는 IT 동원한 혁신 전쟁터

      윌슨 실적
      건강과 여가 활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전 세계 스포츠 관련 산업은 매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스포츠 용품 시장은 2025년까지 매년 3.5%씩 성장해 9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뜨는 브랜드'와 '지는 브랜드'가 빠르게 교차한다. 나이키, 아디다스와 같은 업계 양대 산맥이라고 혁신의 소용돌이를 피해 갈 수는 없다. 자칫하면 신진 브랜드의 기세에 밀리기 십상이다. 아디다스는 미국 시장에서 언더아머에 밀려 고전했다. 나이키는 중국 시장에서 안타스포츠(Anta·安踏体育用品)의 맹추격을 뿌리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15년 안타는 중국에서 운동화를 총 4000만켤레 팔아 나이키 판매량을 웃돌았다.

      미즈노, 뉴밸런스처럼 창업 100년이 넘은 장수 스포츠 기업도 혁신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지난 100년간 쌓아온 업력을 바탕으로 새 지도를 그리고 있다. 따라잡히느냐 따라잡느냐.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혁신으로 판을 뒤집을 것이냐. 윌슨과 세계 유명 스포츠 용품 업체의 혁신 작업과 경쟁력을 WEEKLY BIZ가 해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