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베이징에선, 토종 이 커피가 미국산 저 커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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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3.29 03:00

      스타벅스가 유독 중국서 배달에 나선 까닭은

      2년도 안된 '러킨 커피'
      비싼 최고급 원두에 배달 서비스 '장착'
      베이징·선전·난징 등 스타벅스 매장수 추월

      위기 느낀 스타벅스
      "시장에 맞춰야" 울며 겨자 먹기로 배달 시장 뛰어들어

      세계 최대 커피 전문점 체인 스타벅스가 중국에서 '배달 전쟁'에 뛰어들었다. 매장 내 판매만을 고집해왔던 스타벅스가 고객이 있는 곳까지 커피를 배달해주기로 한 것이다. 스타벅스가 진출해 있는 77국 중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

      스타벅스의 이러한 행보는 1년여 전부터 중국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토종 신생 기업 러킨(luckin·瑞幸) 커피의 위협이 매섭기 때문이다. 2017년 10월 문을 연 스타트업 러킨은 커피 배달 서비스와 가격 경쟁력, 편리함 등을 앞세워 젊은 층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999년 중국 진출 이후 중국 커피 시장에서 부동 1위 자리를 지켜온 스타벅스 매장 수를 러킨이 올해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타트업 러킨에 고전하는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작년 8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산하의 O2O(온·오프라인 연계) 주문 배달 서비스 회사인 '어러머'와 손잡고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작년 2분기 매장 매출이 2% 하락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커피를 찾는 중국인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러킨 커피의 빠른 확장으로 매출 성장세가 무뎌지자 스타벅스는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스타벅스는 현재 3700매장 중 150곳에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말까지 3300여 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스타벅스를 바짝 긴장하게 하고 있는 러킨은 투자금 10억달러(약 1조1350억원)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1년 만에 매장을 1600곳 열었고 현재는 매장이 2000여 곳에 이르고 있다. 중국에 3700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벅스가 처음에 매장 1000곳을 여는 데 14년이 걸렸던 점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속도다. 미국 데이터 분석 업체인 싱크넘은 "러킨은 스타벅스 매장에서 불과 몇 m 떨어진 곳에 집중적으로 매장을 열고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며 스타벅스 고객들을 빼앗았다"고 분석했다.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는 이미 러킨의 매장 수(364)가 스타벅스(298)를 넘어선다. 광저우, 선전, 난징, 충칭 등 주요 도시에서도 앞섰다. 러킨은 올해 말까지 매장 2500 곳을 추가로 열어 중국 내 스타벅스 매장 수를 앞서겠다는 계획이다.

      러킨 성장의 비결로 여러 가지가 언급되지만 전문가들이 꼽는 첫째 비결은 바로 배달 서비스다. 러킨은 처음부터 다른 커피 체인점이 하지 않던 배달 서비스에 주력했다. 매장을 편안하고 고급스럽게 꾸며 고객이 머물도록 하는 기존 커피 체인점과는 다른 전략이다. 고객들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러킨의 앱을 설치해 온라인으로 간단하게 주문한다. 배달 주문 고객에겐 수수료로 6위안(약 1010원)을 받는데, 결제 금액이 35위안(약 5900원) 이상이거나 배달 시간이 30분을 넘어가면 배달료를 받지 않고 있다. 배달 서비스가 중심이 되면서 매장 형태도 효율적으로 구분했다. 러킨의 '엘리트'와 '릴랙스' 매장은 일반적 커피 전문점과 비슷하게 테이블과 좌석이 많다. 반면 '픽업' 매장은 테이크아웃과 배달 주문만 받기 때문에 커피 제조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만 갖추고 있다.

      중국인 배달 선호에 스타벅스도 배달

      러킨의 저렴한 커피 가격과, 메뉴 단순화로 주문을 신속·편리하게 만든 것도 스타벅스를 앞서나가는 요소다. 러킨은 아메리카노 21위안(약 3550원), 라테와 카푸치노 24위안, 기타 다른 커피는 27위안으로 세 가지 가격만 있다. 음료 크기도 딱 한 가지이다. 커피 가격은 스타벅스와 비교해 약 20% 정도 낮은 가격이다. 배달 수수료도 스타벅스는 9위안(약 1520원)이지만 러킨은 6위안으로 더 저렴하다.

      케빈 존슨 스타벅스 CEO는 지난 1월 투자자들에게 "시장과 고객 스타일 변화에 맞추는 것은 힘든 과제"라고 인정하며 "중국은 커피 산업이 성장할 잠재력이 매우 큰 나라인 만큼 적극적으로 경쟁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인 중국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배달 서비스를 위해 스타벅스는 음료가 새지 않는 배달용 뚜껑을 새로 만들었으며, 음료를 섭취하기까지 시간이 길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배달용 음료의 제조법도 따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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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스타벅스(위쪽)와 러킨커피(아래쪽) 직원이 주문받은 커피를 배달원에게 건네고 있다. 러킨이 커피 배달로 큰 인기를 끌자, 스타벅스도 작년 8월 중국에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타벅스는 배달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스타벅스가 배달로 비용을 더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스타벅스 사례는 외국 회사들이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는 데 배달 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배달 주문이 일상화된 중국에선 배달 서비스를 하지 않고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 시장조사 업체 아이미디어리서치의 '2018년 1분기 중국 온라인 배달 시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216억8000만위안(약 3조6600억원) 규모였던 중국 배달 시장은 2017년 2052억7000만위안(약 34조6500억원)으로 6년 만에 약 9.5배 성장했다. 이용자도 2011년 6300만명에서 2017년 3억500만명으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표적인 IT 기업인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배달 서비스 시장을 주도하면서 배달 서비스 플랫폼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다"고 분석하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내 요식 업체들에 배달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평가했다.

      승승장구 러킨, 스타벅스 따라잡나

      스타벅스가 올해 본격적으로 배달 서비스 확대에 나서자 중국 커피 체인 시장의 승자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러킨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첸즈야는 중국 차량 공유 서비스 유니콘 기업인 유카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출신이다. 러킨을 중국 커피 브랜드 중 최초의 유니콘 기업(설립한 지 10년 이하, 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신생 기업)으로 키워낸 주인공이다. 그는 저렴한 가격에 편리하게 커피를 즐기게 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러킨을 창업했다.

      첸즈야는 "스타벅스를 뛰어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스타벅스 못지않은 품질 좋은 커피를 만드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는 바리스타 3 명을 채용해 중국인 입맛에 맞는 새로운 커피를 개발했다. 또 스타벅스가 쓰는 원두보다 20~30% 비싼 최고급 원두를 사용하기로 했다.

      러킨의 순항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러킨은 최근 싱가포르 국부 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에서 2억달러를 투자받는 데도 성공했다. 현재 기업 가치는 22억달러로 평가받는데, 내년 상반기에 기업 가치 30억달러를 목표로 뉴욕에서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러킨을 따돌리기 위해 배달 서비스에 본격 뛰어든 스타벅스는 올해 중국에서 매장 600곳을 더 열며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배달 비용 부담 때문에 스타벅스가 중국 수익에서 타격받는 것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