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마켓, 타깃층 뚜렷하지 않아 … 홀푸드는 친환경 소비자 공략해 차별화

입력 2019.03.15 03:00

[Cover Story] 대기업 혁신의 조건… 밀려난 전통 기업들

수퍼마켓 vs. 홀푸드

비즈니스 모델은 동일하지만 홀푸드, 새로운 전략 착한 기업으로 인식
젊은층 열광적 반응 매년 10%이상 성장… 137억달러에 아마존이 사들여

피사노 교수는 대기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면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도입해보라고 조언했다. 동일한 모델을 가지고 전략만 바꿔 성공한 사례로는 유기농 수퍼마켓 체인 홀푸드(Whole Foods)를 꼽았다. 홀푸드는 대형 식료품 수퍼마켓 스톱앤드숍(Stop&shop) 등 전통 업체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유기농, 친환경 제품으로 건강과 지속 가능한 개발에 관심이 있는 중상위 소비층을 주요 타깃으로 정하며 차별화했다. 반대로 전통 식료품 수퍼마켓들은 이러한 전략 변화에 실패, 홀푸드 열풍에 밀리고 있다.

전통 수퍼마켓 스톱앤드숍(왼쪽)과 유기농 수퍼마켓 홀푸드.
전통 수퍼마켓 스톱앤드숍(왼쪽)과 유기농 수퍼마켓 홀푸드. /각 사
홀푸드는 1980년 텍사스 오스틴의 작은 식료품점으로 시작했다.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매년 10% 이상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면서 미국의 유통 업계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으로 각광받았다. 다소 비싼 가격의 상품을 구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구의 42%가 빈곤선 이하에 처해 있는 도시 디트로이트에 신규 매장을 낼 정도로 미국 전 도시에서 발을 뻗었다. 아마존은 2017년 137억달러(약 16조원)에 홀푸드를 사들였다. 아마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었다.

그렇다면 전통 식료품 수퍼마켓은 왜 혁신에 실패했을까. 피사노 교수는 홀푸드가 전통 수퍼마켓과 비즈니스 모델 면에서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수퍼마켓은 넓은 소매 공간을 매입하거나 빌려 재고에 상당한 투자를 해야 하는 구조다. 1㎡당 얼마의 매출을 내는지가 사업 성공의 핵심이다. 이 때문에 재고 회전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피사노 교수는 "홀푸드와 수퍼마켓의 차이점은 비즈니스 전략의 유무"라며 "보통의 수퍼마켓은 '모든 소비자'를 대상으로 최대한 저렴한 제품을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는데, 이렇게 타깃층이 뚜렷하지 않은 것은 전략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홀푸드가 성공한 데에는 경영자의 독특한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홀푸드의 슬로건은 '완전한 식품, 완전한 인구, 완전한 지구'다. 창업자 존 매키는 홀푸드의 경영 이론을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은 먹지 않고 살 수 없다. 기업 역시 이익을 남기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사람들 환경에 유익한 친환경 식품을 판매하면 기업도 살고 사람도 살 수 있다."

실제로 홀푸드 매장에는 비건, 글루텐프리, 유제품이 함유되지 않은 제품 등 일반 수퍼마켓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친환경 제품이 다양하다. 심지어 홀푸드에 진열된 제품들은 철저하게 동물 학대를 하지 않은 것이어야 한다. 닭, 돼지, 소 등 모든 육류는 '우리나 새장 등에 갇혀 있지 않아야 하고 다리를 뻗을 수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지켜야만 홀푸드에 납품할 수 있다.

홀푸드의 '착한 기업' 이미지는 미국 청년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조금 비싸지만, 더 건강하게, 더 윤리적인 구매를 하고 있다"는 의식을 가진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피사노 교수는 식료품 업계 이외의 다른 전통 대기업들도 홀푸드 전략을 활용해 변신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환경과 지구, 지속 가능한 개발에 관심이 있으면서, 가처분소득이 많은 소비자를 집중 겨냥해 홀푸드의 착한 기업 전략을 이용한 온라인 쇼핑몰을 연다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Cover Story

더보기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