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대여 시장 장악했던 블록버스터, 연체료 불만에 둔감해 고객 뺏겨

입력 2019.03.15 03:00

[Cover Story] 대기업 혁신의 조건… 밀려난 전통 기업들

블록버스터 vs. 넷플릭스

연체료 하루 1달러… 넷플릭스 창업자 "벌금 40달러 낸 뒤 분노해 사업 시작"
기업 가치 떨어진뒤 결국 연체료 없애자 이번엔 회전율 하락 매출 더 빠르게 추락

미국 동영상 서비스업체 넷플릭스(Netflix)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비디오 대여 체인 블록버스터(Blockbuster)는 매우 성공한 기업이었다. 1990년대 미국인의 90%가 블록버스터 매장에서 10분 거리에 산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미국 전역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상호였다. 피사노 교수는 "블록버스터는 심지어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역마다 어떤 영화를 선호하는지 분석한 최초의 기업"이라며 "고객 성향을 분석해 매장마다 재고를 다르게 했다"고 말했다.

비디오 대여점 블록버스터(왼쪽)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
비디오 대여점 블록버스터(왼쪽)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 /각 사
예컨대,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찰스타운 마을 고객이 강도 범죄와 관련된 영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드러나면, 해당 지역 매장은 다양한 액션, 스릴러 장르를 많이 구비한다. 대학가 근처 매장에는 젊은 층이 선호하는 칙릿(20대와 30대 여성이 많이 보는 소설) 장르로 선반을 채웠다.

그러나 블록버스터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바로 연체료다. 블록버스터는 비디오를 대여한 고객이 제때 반납하지 않을 때 하루에 1달러씩 비용을 내도록 했다. 블록버스터는 '신작 영화를 발 빠르게 제공한다'는 가치를 제공하는 회사였는데, 빌려간 DVD가 돌아오지 않을 경우 다른 고객들이 손해를 보기 때문에 연체료는 어쩔 수 없는 정책이었다.

피사노 교수는 "넷플릭스와 블록버스터의 케이스 스터디를 지난 몇 년간 1000명이 넘는 학생에게 강의했는데, 블록버스터에 대한 가장 큰 불만으로 모두 연체료를 꼽았다"며 "반면 넷플릭스가 좋은 이유 1위는 '연체료가 없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블록버스터에서 비디오를 빌린 뒤 하나를 연체하는 바람에 무려 40달러의 벌금을 내고 분노해 넷플릭스를 세웠다고 회상한다.

고객에게 연체료는 기업의 가치를 말살하는 행위다. 블록버스터는 결국 연체료 제도를 없애 버렸으나, 이는 더 큰 문제를 일으켰다. 첫째, 매출이 감소했다. 연체료는 블록버스터 매출의 10% 정도를 차지했었다. 둘째, 고객들이 비디오를 제때 반납하지 않기 시작했다. 이는 재고 회전율을 급감시켰고, 신작 영화를 찾지 못한 고객이 빈손으로 가게를 나서면서 더 빠르게 매출이 줄어들었다.

피사노 교수는 "온라인 DVD 배송을 시작으로 혁신한 넷플릭스가 성공적이었던 것은 블록버스터의 가장 큰 취약점을 정통으로 공격했기 때문"이라며 "가격이 저렴한 데다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넷플릭스로 고객이 이동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피사노 교수는 넷플릭스에 대해 '대기업은 혁신의 요람이 아니다'라는 정설을 뒤엎는 기업이라고 했다. "넷플릭스는 온라인 DVD 배송에서 스트리밍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때 이미 70억~100억달러 수준의 매출을 내는 거대 기업이었다. 그리고 현재 넷플릭스는 글로벌 1위 스트리밍 업체가 된 이후로 또 한 번 콘텐츠 제작자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 있다. 진정한 혁신 기업이다."

피사노 교수는 대기업이 혁신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가장 먼저 넷플릭스 얘기를 꺼낸다고 했다. 그는 "스타트업만 기존에 없던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고, 새로움을 창조한다는 전제를 무색하게 만드는 기업이 바로 넷플릭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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