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겨룰 인재 3년간 '합숙 양성'

입력 2019.03.15 03:00

[Cover Story] 규율 속에 혁신하는 대기업 경영자들
③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豊田)시의 도요타 본사에서는 매년 도요타공업학원의 졸업식이 열린다. 1938년 설립된 도요타공업학원은 도요타 생산 현장에 투입될 '기술 프로' 인재를 직접 양성하는 고등학교다. 매년 240명의 졸업생이 신차 개발·설계, 보안, 생산 설비 등 실제 도요타 생산 현장에 투입된다. 이 학교의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도요타 창업주와 경영진이 강조하는 '규율 속에서 탄생하는 혁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학생들은 3년여간의 합숙을 통해 팀워크를 익힌다. 우선 학생들은 입학하자마자 행진 연습 등 '단체 규율 훈련'부터 받는다. 이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연습을 반복하고, 주변 동료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매일 아침 운동장에서 큰 소리로 생활 수칙을 복창한다. 깨끗한 정리 정돈 습관을 길러내려 학교 주변 논밭의 청소도 연수 일정에 포함돼 있다.

절도 있는 생활 습관을 익힐 때쯤엔 현장 경력 30년이 넘는 베테랑 기술자의 지도 아래 하루에 몇 시간 넘게 쇠를 깎고 자르고, 미세한 부품을 직접 조립해본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들기 위한 모든 과정에 참여해 구슬땀을 쏟는다. 21세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다소 전근대적인 교육 방식으로도 비칠 수 있으나 지켜야 할 규율을 잘 아는 사람들이 모여 그 규율대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회사가 뛰어난 성과를 올린다는 창업 이념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행진 연습 등 단체 규율 훈련

도요타가 이처럼 인재 양성 단계에서부터 규율을 강조하는 것은 사장 한 사람의 획기적인 결정이나 시장을 단숨에 장악하는 혁신 또는 대단한 행운이 아닌 개개인의 규율과 노력이 혁신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요타 매출·영업이익
1960~80년대 도요타의 전성기를 이끈 가이젠(改善) 역시 직원들의 규율 속에서 탄생했다. 가이젠이란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쓸모없는 시간을 없앨지, 어떻게 하면 비용을 줄일지,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신기술을 개발할지 서로 의견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공장 책임자는 현장에서 이를 듣고 빠르게 개선 지시를 내렸다. 조그마한 개선은 위에서 알 수도 없고 개입할 수도 없기 때문에 공장 현장에서 결정이 내려졌고, 이런 작은 개선이 모여 원가 경쟁력을 만들어냈다.

도요타는 이러한 '규율 속 혁신' 문화를 지켜내며 아날로그 제조 기술을 정점으로 끌어올리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물론 무인 운전 기술과 전기자동차(EV)의 등장으로 회사 전략에도 큰 변화는 나타나고 있다. AI 전략을 표방하는 소프트뱅크와 연합해 이동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고, 파나소닉과 새 회사를 설립해 EV용 배터리를 제작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초에는 세계가전박람회(CES)에서 모빌리티 컴퍼니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동남아 우버로 불리는 그랩에 10억달러, 중국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에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수직 계열의 단일 자동차 회사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럼에도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회장은 매년 도요타공업학교 졸업식에 반드시 참석해 240명 남짓의 졸업생에게 일일이 졸업증을 나눠준다. 운동장에 모인 학생들의 머리에 '합격 인증' 도장을 찍어주는 등 친근감을 숨기지 않는다. 올해도 도요다 아키오 회장은 지난달 졸업식에 참석해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제조업의 형태도 변화하고 있지만, 결국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은 사람의 지혜와 노력"이라면서 "현장을 바꾸려는 기개와 능력을 닦아 AI와 경쟁하는 훌륭한 인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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