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라치 사진은 저작권 대상? 창작성 약해 인정받기 어려워

    • 채승우 사진가

입력 2019.03.15 03:00

[채승우의 Photographic] (8) 사진 저작권

채승우 사진가
채승우 사진가
작가의 작품에 대한 권리 즉, 저작권은 무조건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것일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지난달, 사진가들 특히 저널리즘과 다큐멘터리 분야 사진가들이 모여서 저작권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해마다 열리는 수원사진축제가 주최한 행사였다. 여기에 모인 사진가들은 사진가의 저작권이 충분히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저널리즘이나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은 자신이 찍은 사진을 신문이나 잡지 등에 기고하고 그 대가를 받는 사람들인데, 무단으로 복사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또 그런 무단 복제를 신고하거나 소송을 걸었을 때, 해결 과정이 힘들기만 하고 속 시원한 보상을 못 받는다고 성토했다. 사진가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신세 한탄까지 나왔다. 무엇보다 사진은 마음대로 가져다 써도 된다고 생각하는 일반 사람들 생각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네트워크 시대엔 저작권 개념도 변화

반면 토론회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초청받은 전문가들 의견은 조금 달랐다. 그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상담관과 변호사들이 참가해 토론하고 질문에 답했다. 그들은 저작권법 개념부터 다시 설명했다.

저작권법은 창작자 권리를 보호해서 창작이라는 활동을 응원하고, 문화를 더 풍성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한데, 다른 사람 창작물을 사용하는 일도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데 필요하다. 창작자 권리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작물을 잘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게 저작권법이다.

게다가 시대가 변하고 있다. 소위 디지털 시대, 네트워크 시대가 되면서 무언가를 복사하고 퍼 나르는 일이 일상이 되고, 새로운 문화가 되었다. 소셜미디어는 다른 사람 사진과 말을 복제해 옮기는 게 기본이다. 법이란 시대 흐름을 반영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장소·구도 비슷한 작품, 저작권 침해 아니다 - 마이클 케냐가 찍은 사진과 비슷한 사진을 대한항공이 광고에 사용하면서 저작권에 대한 재판이 오랫동안 진행됐다. 케냐 측이 졌다. 저작권법은 케냐의 저작물은 보호하지만, 대한항공 사진 촬영 때 장소 선정, 구도 같은 아이디어를 보호하지는 않는다고 봤다.
장소·구도 비슷한 작품, 저작권 침해 아니다 - 마이클 케냐가 찍은 사진과 비슷한 사진을 대한항공이 광고에 사용하면서 저작권에 대한 재판이 오랫동안 진행됐다. 케냐 측이 졌다. 저작권법은 케냐의 저작물은 보호하지만, 대한항공 사진 촬영 때 장소 선정, 구도 같은 아이디어를 보호하지는 않는다고 봤다.
산업 디자인은 보호대상 안돼

저작권법은 '저작물'에 대해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창작물'이라고 정의한다. 저작권법은 저작물만을 보호한다. 공산품이나 산업디자인은 저작물에 포함되지 않는다. 토론회에서 백경태 변호사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있는 그대로를 찍은 사진이 저작물인가?'에 대해 의견 차이가 있다고 했다. 회화나 음악, 소설과 달리 사진은 기계를 이용하여 대상을 있는 그대로 찍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른 장르와 비교해볼 때 독창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그런 판결이 있다.

광고 사진을 허락 없이 복제 사용해 문제가 된 경우인데, 창작자가 소송에서 졌다. 그 광고 사진이 대상을 잘 보여주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저작권으로 보호할 만한 창작물이 아니라는 판결이었다. 또 배경이나 구도, 포즈를 사진가가 결정하지 못한 채 어떤 순간에 우연히 포착한 사진들도 창작성이 약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파파라치 사진들은 그런 이유로 저작물로 인정받지 못한다.

저널리즘 사진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사진기자가 어떤 사건이나 사고 순간을 급박하게 기록할 때, 배경이나 구도, 포즈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다큐멘터리 사진이 기본적으로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고 한다는 점도 그렇다.

소셜미디어 사진도 저작권에 해당

저작권법에는 '공정한 인용'이라는 개념이 있다. 어떤 범위 안에서 다른 이의 저작물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책이 새로 나왔을 때, 그 출판을 '보도'하기 위해서 저작물을 인용해 사용할 수 있다. 또 누군가의 회화 작품을 '비평'하기 위해서는 블로그에 그 작품을 가져다 게재할 수 있다. '교육'을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다. 앞에서 보았듯 사진 저작권이 무조건 절대적으로 보호받는 건 아니다.

반면 사진가들이 좋아할 만한 판례도 있다. 대니얼 모렐(Morel)이라는 사진가는 아이티 지진이 났을 때, 당시 급박한 상황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급박한 상황이니 배경이나 구도, 포즈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사진이라 할 수 있다. 세계적인 통신사 게티이미지와 AFP는 트위터에서 모렐의 사진을 가져다가 저작권자 표시 없이 여러 언론사에 배포했다. 이 사건을 두고 소송이 벌어졌는데 게티이미지와 AFP는 트위터에 한번 올린 이미지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판결은 AFP와 게티이미지에 13억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지불하도록 했다. 다른 사람 권리를 무시한 데 대한 징벌의 의미가 있는 벌금이었다. 사진은 얼마나 어떻게 보호되어야 할까? 이 질문은 사진이 무엇인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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