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모바일업계에 아폴로 쏘아올리겠다" 日 라쿠텐의 야심

입력 2019.03.15 03:00

'비용 70% 싼 이동통신 사업' 선전포고한 미키타니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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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모바일 업계의 '아폴로 계획'이 될 겁니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Mobile World Congress). 일본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樂天) 미키타니 히로시(三木谷浩史) 회장이 자사가 시작하는 이동통신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공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온라인 상거래와 금융을 거쳐 이제 통신 사업까지 발을 뻗친 라쿠텐은 오는 10월부터 정식 통신 서비스를 시작한다. 일본에서 새로 이동통신 업체가 탄생하긴 12년 만으로, 라쿠텐은 기존 '빅3'인 NTT도코모와 소프트뱅크, KDDI와 앞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미키타니 회장은 "우리 손으로 띄운 전파로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오랫동안 꿈꿔왔다"면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전자상거래 주춤해 통신 서비스로 돌파구

라쿠텐이 통신 사업에 뛰어든 데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키타니 회장이 평소 손 회장을 경영자로서 존경했고, 라쿠텐 창업 이전 손 회장과 해외 기업 인수 작업을 함께했던 인연도 있다. 라쿠텐 창업 후에도 손 회장이 통신 사업을 적극 확대하자 미키타니 회장도 통신 쪽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오다 기회를 잡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라쿠텐이 처한 경영 환경이 통신 사업 진출 결심을 굳힌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라쿠텐은 현재 핵심 분야인 전자상거래 사업이 정체기를 맞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라쿠텐이치바)·여행(라쿠텐 트래블)을 포함한 전자상거래 부문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7.3% 감소한 138억엔. 라쿠텐이치바 시장점유율은 아마존재팬에 밀려 2위로 주저앉은 상태다. 이에 미키타니 회장은 "온라인 커머스를 결제·금융 분야와 묶어 효율성을 더 강화하겠다"는 강공책을 선언하면서 통신 사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라쿠텐의 전 세계 회원 수는 12억명. 온라인 거래 금액은 15조엔에 달한다. 일본 내에서만 라쿠텐 사이트를 통해 쇼핑이나 금융 거래를 하는 사용자는 9500만명. 일본 1위 통신 기업 NTT도코모 가입자 수 7500만명을 능가하는 규모다. 이런 탄탄한 사용자 기반을 보유한 상태에서 통신 사업을 벌인다면 신규 통신 가입자 확보가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 여기에 통신 사업에서 축적할 수 있는 각종 데이터를 본업인 전자상거래에 활용한다면 막대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클라우드를 통신에 활용해 비용 최소화

'비용 70% 싼 이동통신 사업' 선전포고한 미키타니 회장
미키타니 회장이 "앞으로는 기업이 데이터를 얼마나 보유했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한 게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이동통신 사업을 발판으로 라쿠텐의 해외 플랫폼을 확장하는 게 최종 목표"라면서 글로벌 휴대폰 기업과 사업 제휴도 검토하고 있다.

라쿠텐은 2025년까지 이동통신 사업에 6000억엔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연 3000억~6000억엔을 쏟아붓는 경쟁 통신사들보단 적은 규모. 이는 '클라우드 네트워크'라는 신기술이 있기에 가능하다. MWC에서 미키타니 회장은 "대형 기지국을 사용하는 기존 통신 사업자와 달리 우리는 클라우드 기반이라 70~80%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팀 쿡 애플 CEO는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클라우드 네트워크는 복잡한 기지국 설비 대신 통신 장애가 적고 속도가 높아 일반 기업 업무에도 널리 보급된 범용 서버와 이를 연결하는 소프트웨어로 구성된 가상 네트워크로 통신망을 구성하는 체계다. 범용 서버는 대량 생산이 가능해 기기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소프트웨어로 네트워크 제어가 가능해 운용·관리가 쉽다. 이를 토대로 라쿠텐은 후발 주자로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 LTE(4G)와 5G를 거의 동시에 상용화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기존 네트워크 장비는 LTE용과 5G용을 따로 이용해야 하지만 클라우드 네트워크는 LTE용 장비를 바로 5G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 글로벌 정보통신 기업 시스코(CISCO) 척 로빈스 CEO는 "라쿠텐은 클라우드화한 통신 네트워크를 완벽하게 갖춘 세계 최초 이동통신 사업자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제 플랫폼 통합… 상품도 직접 판매

라쿠텐은 스마트폰 결제 플랫폼 라쿠텐페이를 통신 사업과 연계하고 통합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4월부터 지주회사 '라쿠텐 페이먼트'를 신설, 라쿠텐페이와 전자머니 에디(Edy), 포인트 서비스를 통합한다. 프로야구단 라쿠텐 골든이글스 홈구장 라쿠텐생명파크 미야기, 일본 프로축구 빗셀 고베 홈구장 노에비르스타디움에 비현금 결제 시스템도 도입했다. 이 구장에선 현금으로 물건을 살 수 없다. 입장권에서 각종 상점, 관중석 식음료 판매까지 라쿠텐 간편 결제 시스템이나 신용카드만 쓸 수 있게 했다. 라쿠텐페이와 포인트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런 라쿠텐의 '캐시리스(Cashless)' 서비스를 접하게 되면 앞으로 충성 소비자가 더 늘 것이란 기대가 담겨 있다. 현재 라쿠텐의 '스마트폰 결제' 가맹점은 일본 내에서 300만 곳에 이른다.

미키타니 회장은 더 나아가 본업(전자상거래) 혁신에도 적극 나섰다. 단지 쇼핑몰 임대가 아닌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실험에 착수한 것. 2017년 12월 대형 가전 판매 전문점 빅카메라와 합작해 공동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인터넷 가전 전문 판매 사이트를 열었고, 지난 1월에는 월마트 산하 일본 대형 수퍼 체인 세이유(西友)와 인터넷 수퍼도 출범시켰다. 전자상거래에서 얻은 구매 데이터를 활용한 광고 사업도 추진하면서 지난해 일본 최대 광고 회사 덴쓰(電通)와 손을 잡았다. 배송 시스템도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미키타니 회장은 지난 2월 중국 최대 인터넷 커머스 기업 징동닷컴과 무인 배송 서비스를 제휴한다고 직접 발표했다. 라쿠텐 무인 배송 시스템에 징동의 드론과 UGV(무인 지상 배송 로봇)를 활용할 방침이다.

아마존·알리바바와 경쟁 목표

라쿠텐은 지난해 매출액 1조1014억엔을 기록, 1990년대 이후 설립된 일본 기업 중 유일하게 '1조엔 클럽'에 가입했다. 미키타니 회장은 라쿠텐을 전자상거래를 핵심으로 두고 적극적인 M&A(인수·합병)을 통해 여행과 결제·금융 등 70여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인터넷 기업으로 키웠다. 하지만 아마존·알리바바를 필두로 한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느라 피 말리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1999년 설립된 알리바바는 지난해 매출액이 4조엔이며, 아마존은 20조엔. 미키타니 회장은 라쿠텐이 미·중 거대 IT 기업과 비교될 때마다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곤 한다. 그는 지금까지 모험을 감수하고 사업을 밀어붙이는 추진력으로 라쿠텐 신화를 이끌었다. 스스로 "현재를 파괴하는 경영자"로 부를 정도로 적극적이다. 라쿠텐이 통신 사업에 손을 대면서 우려가 쏟아지자 "승산 없는 사업에 손을 댈 바보가 어디 있겠느냐"며 반문한다. 일본 내에선 라쿠텐이 도요타자동차와 소프트뱅크에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족적을 남길 차세대 주자로 성장해줄 것이란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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