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이 유일하게 남긴 오페라… 또 다른 '자유의 송가'

    • 박종호 풍월당 대표

입력 2019.03.01 03:00

[CEO 오페라] (12) 베토벤의 '피델리오'

2016년 10월 독일 베를린국립오페라 극장에서 펼쳐진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 작품 '피델리오' 공연장면.
2016년 10월 독일 베를린국립오페라 극장에서 펼쳐진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 작품 '피델리오' 공연장면. / 풍월당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은 독일 본 태생이다. 음악 공부를 하려고 당시 유럽 음악 중심 도시였던 빈으로 왔다. 그래서 그는 빈에서 활동하였고 결국 빈에 묻혔다. 베토벤이 활동하던 시절 빈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분야는 오페라였다.

그런데 빈에서 유행하던 오페라는 로시니로 대표되는 이탈리아 오페라였다. 원래 오페라는 그리스 연극을 되살리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 형태는 원래 비극이며, 내용은 인간 정신을 보여준다. 하지만 오페라가 발전하면서, 관객은 오락적인 작품을 좋아하게 됐다. 극장을 간다는 행위는 하룻저녁 쾌락과 문화적 과시를 위한 행사가 되어버렸다. 빈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베토벤은 그런 세태에 휩쓸려가지 않았다. 그는 오락적인 이탈리아 스타일 오페라에는 관심도 소질도 없었다. 동생이 "형, 이제는 우리도 이탈리아 오페라를 써서 돈 좀 벌자"고 권유한 적이 있었으나, 거절했다. 그런 그는 평생에 걸쳐서 아주 진지하게 고른 대본으로 단 한 편 오페라를 쓰게 되는데, 그게 '피델리오'다.

죄수 남편 구하려 교도소 잠입

정치범들을 수용하는 교도소에 피델리오라는 젊은 간수가 새로 들어온다. 실은 그는 레오노레라는 여자로서 불법으로 감금된 남편 플로레스탄을 구출하기 위해서 남장(男裝)을 하고 취직한 것이다. 그녀는 남편의 감방에 접근하기 위해서 열심히 근무한다. 이에 간수장 로코는 그를 좋게 보고 심지어 사윗감으로까지 생각한다.

어느 날 불법으로 감금된 죄수가 있다는 정보를 들은 법무대신이 이곳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에 당황한 교도소장은 플로레스탄을 죽여버리려 한다. 교도소장이 플로레스탄을 죽이려는 찰나, 레오노레가 앞을 가로막고 "그를 죽이려면 아내를 먼저 죽이라"고 외친다. 이때야 사람들은 그가 여자이며 레오노레란 사실을 알게 된다. 그때 법무대신이 도착하고, 플로레스탄은 가까스로 죽음을 면한다. 사태의 진상을 알게 된 법무대신은 "그를 구한 건 진실한 아내"라고 외치고, 전원이 부부의 사랑을 칭송한다.

역시 오페라에는 적응하지 못했던 베토벤은 이 작품의 상연 때마다 만족하지 못하여 여러 번 개정하여 한 오페라에 여러 판본이 남아 있다. 서곡(序曲)도 네 개나 있다. 즉 베토벤의 작품을 통틀어서 가장 산고(産苦)를 심하게 치른 작품이다. '피델리오'는 로시니 같은 오페라에 비해서 세련되지 못하고 투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작품을 통해서 베토벤은 오락적인 오페라들과 다르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걸 느낄 수 있다. 그건 첫째, 진정한 '자유'를 향한 인간의 염원이며, 둘째 부부간 '사랑'의 승리다.

피델리오 주요 음반·영상물
부부애를 통해 인간 자유를 외치다

이 작품은 초연에선 성공하지 못했으며 높은 평가를 받지도 못했다. '피델리오'는 독일어로 공연하는 징슈필(Singspiel)이라고 부르는 희가극의 장르를 사용한다. 막이 오르면 처음에는 약간 웃기는 대목도 나오고 소시민적인 욕심도 귀엽게 보여준다. 하지만 1막 후반부의 '죄수들의 합창'에서부터 자유를 갈망하는 베토벤의 사상이 등장하며, 관객들은 이제 더 이상 소박한 징슈필로 보지 않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2막이 시작되면 강렬한 영웅적 오페라의 면모를 보인다. 점점 극적으로 치닫다가 2막의 피날레로 가서는 강력한 대합창이 벌어진다. 레오노레의 신분이 드러나는 대목부터는 대단히 감동적이다. 이런 피날레는 오페라 무대에서는 보기 드문 것으로, 이것은 더 이상 오페라가 아니라 마치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 제4악장의 장대한 감동을 연상시킨다.

최근에는 '피델리오'에 대한 평가가 아주 높다. 베토벤의 많은 걸작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베토벤이 외친 자유란 무엇일까? 당시는 유럽 곳곳에서 전제주의가 무너지기 시작하고, 민주국가들이 대두되던 혁명과 낭만의 시대였다. '피델리오'에서 베토벤은 모든 인간의 정신과 육체는 관습이나 국가나 교회나 관념에 종속되지 아니하고,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을 외친다. '피델리오'는 '합창' 교향곡의 마지막에서 인류에 대한 사랑을 외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자신은 이렇게 부부애를 칭송하였지만, 정작 베토벤은 한 번도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아내도 애인도 가져보지 못했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Arts

더보기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