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여객 매년 줄어 고민했는데… 역시, 돈 되는 건 장사야!

입력 2019.03.01 03:00

'쇼핑몰 부업'에 열중하는 일본 철도회사들

'쇼핑몰 부업'에 열중하는 일본 철도회사들
도쿄에서 몹시 붐비는 교통 요지 중 하나인 신주쿠역. 하루 승하차 인원만 341만명에 달한다. 이곳에 있는 쇼핑몰 '루미네(Lumine)'는 지역 명물이다. 관광객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 잡았을 정도다. 신주쿠역 각 출구를 나설 때마다 서로 다른 루미네 4곳을 만날 수 있다. 이브생로랑과 케이트스페이드 뉴욕을 비롯한 전 세계 유명 패션 브랜드와 미국 레스토랑 사라베스 같은 다채로운 매장으로 내부를 채웠다. 루미네는 JR(일본철도)동일본이 직영하는 쇼핑몰 브랜드. JR동일본은 이 루미네 모델을 해외에 잇따라 진출시키면서 운송업에서 유통업까지 아우르는 중이다.

이처럼 일본에선 철도 회사가 본업(여객·화물 수송)을 떠나 부업(쇼핑몰 운영)에 적극 뛰어들어 승부를 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구 감소 추세가 가팔라지면서 운송업 전망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임대료 챙기다 아예 매장 차려

원래 JR동일본은 역사 유휴 공간을 유명 브랜드에 임대하고 임대료 수입만을 챙겼다. 그러나 오랫동안 유통업 동향을 관찰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살려 아예 직접 매장을 꾸미고 브랜드까지 만들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문을 연 자카르타 루미네는 외부 브랜드를 전체의 30%로 제한했다. 그리고 도쿄 무드(Tokyo Mood)콘셉트로 자체 브랜드를 개발, 전통풍 잡화와 패션 브랜드, 남성 상품군, 카페를 대거 유치했다. 300년 역사를 가진 생활 잡화 브랜드 나카가와 마사시치(中川政七商店), 일본인 디자이너들이 개발한 패션 브랜드, 일본산 안경테 '조프' 등이 입점했다. 5층 엘리베이터와 바닥 전체는 도쿄 랜드마크인 '스카이트리' 포스터로 깔았다. 수제 맥주와 아시아 퓨전 음식, 작품 전시회에서 공연까지 볼 수 있는 복합 식문화 쇼핑몰 신주쿠 사나기도 새롭게 문을 열었다. JR동일본은 이런 루미네 쇼핑몰 플랫폼을 2017년 싱가포르,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차례로 수출, 운영하고 있다.

도쿄역 지하 1층에는 쇼핑몰 그랜스타를 세웠다. 원래 1층에만 탑승구와 주요 상업 시설이 몰려 있어 지하 1층은 한산했다. 그런 지하 1층을 재개발, 직원들이 직접 분위기에 걸맞은 브랜드를 발굴해 유치하는 방식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주변 환경 맞춰 독특한 분위기로 단장

JR동일본이 선보인 또 다른 쇼핑몰 브랜드는 아트레(atré). 압권은 아키하바라역이다. 일본인에게 '게임과 만화 캐릭터의 성지'로 알려진 아키하바라역 특징을 살려 아트레 매장 안에서 슈타인즈 게이트를 비롯한 유명 애니메이션 주제가가 흘러 나오게 했다. 또 인테리어를 게임과 만화 캐릭터로 덮었다.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으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지난달에는 대만 타이베이에 아트레 직영점을 열고 일본 패션·디저트 브랜드 51개 점포를 배치했다. JR동일본 카페·사무소도 열어 일본 여행 홍보 창구로 활용한다.

우에노역 아트레는 역사 근처에 미술관과 동물원이 명소인 점을 감안해 점포에 동물 그림을 그리고, 동물 캐릭터를 새긴 도시락과 잡화·의류를 취급한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쓰치우라역 아트레는 일본 최대 규모 사이클 리조트로 꾸몄다. 쓰치우라역에서 출발하는 180㎞ 코스 사이클 도로와 더불어 사이클·스포츠용품 매장과 카페, 샤워 시설을 갖췄다.

일본식 도시락 7종 판매해 호평

JR동일본이 이처럼 '부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사업 환경 변화 때문이다. 인구 절벽에 따라 일본의 2040년 운송 수요는 2020년보다 9%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해 JR동일본은 새로운 경영 비전 '변혁 2027'을 발표하면서 철도를 비롯한 운송 사업 매출 비율을 2017년 70%에서 2027년 60%까지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신 상업 시설을 확충하겠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JR동일본은 기존 임대형 상업 시설도 아웃렛 몰과 SPA 패션, 인터넷 쇼핑몰 등 새로운 경쟁자들이 쏟아지면서 관성적 사업 운영으로는 수익 확보가 어렵다고 보고 직접 혁신에 나서고 있다. 주먹구구식이던 임대 점포 선정 과정에 전문성과 특화성을 갖췄다. 매장 관리자가 직접 희소가치가 높은 브랜드 유치에 나섰다. 철도 회사 안에 CS(고객 만족) 추진실과 연구실을 차렸다. 입점 점포를 대상으로 암행 감찰을 벌여 100점 만점에 35점 이하를 받은 점포는 점장·본부장이 교육·연수를 받도록 했다.

JR동일본은 쇼핑몰뿐 아니라 생활 서비스 전반으로 브랜드를 확장해 사업 부문도 다변화하고 있다. JR동일본 계열사인 NRE(일본 레스토랑 엔터프라이즈)는 프랑스 리옹역에 일본식 도시락 브랜드 에키벤을 선보였다.

도큐전철·세이부철도도 따라와

JR동일본이 새로운 쇼핑몰을 열고 자체 브랜드를 만들며 해외 진출까지 나서자 다른 철도 회사들도 쇼핑몰 운영에 뛰어들면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도쿄 메트로는 에치카, 민간 철도 최대 기업 도큐(東急)전철은 타마플라자라는 쇼핑몰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JR규슈는 하카타시티, 한큐전철그룹은 서일본 최대 쇼핑몰 한큐 니시노미야 가든스를 운영하고 있다. 세이부철도그룹은 지난해 에미오라는 복합 쇼핑몰 사업 추진을 발표하면서 대대적 역사 쇼핑몰 재단장에 나섰다. 역내 서점을 브랜드화해 직접 운영하는 철도 회사도 많다. JR홋카이도와 JR서일본, 도부·게이오전철 등이 관할 전철역 안에서 서점을 직접 운영하며 수익을 내고 있다.

JR동일본은 전체 매출에서 쇼핑몰이 차지하는 비중이 21.4%에 달한다. 도큐전철은 더 높다. 생활 서비스(리테일 사업) 부문이 61.5%를 차지하는데, 부동산·호텔 부문까지 합하면 비운송 부문 매출 비중은 80%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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