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배달의 불모지라 했던가… 거대한 시장 불꽃튀는 4파전

입력 2019.03.01 03:00

미국이 달라졌어요

미국에 상륙한 배달앱 열풍

미국에 상륙한 배달앱 열풍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조지메이슨대 캠퍼스에선 무릎 높이 로봇 카가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스타십테크놀로지에서 만든 음식 배달 로봇이다. 구내 피자집과 스타벅스, 던킨, 식료품점에서 배달 식료품을 싣고 시속 7㎞ 속도로 캠퍼스 곳곳을 가로지른다. 스마트폰 앱으로 주문과 배달이 이뤄지는데 로봇이 배달 지점에 멈추면 주문자가 다가와 앱으로 로봇 뚜껑을 열고 피자나 커피, 도넛을 꺼내 간다. 배달료는 1건당 1.99달러. 로봇 1대당 9㎏까지 실을 수 있다. 피자 10판 물량이라고 한다.

밀레니얼 세대·1인 가구가 주도

사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음식 배달 불모지에 가까웠다. 국토가 넓다 보니 피자나 중국음식을 제외한 대부분 식당은 배달 자체를 거부했다. 피자가게도 '3마일(약 4.8㎞)까지만 배달'이란 선전 문구를 내걸고 배달을 해주는 정도였다. 일반 가정에선 외식을 하지 않으면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와 부엌에서 직접 요리하는 게 기본 공식이었다.

미국에 상륙한 배달앱 열풍
올해 초부터 미국 조지메이슨대학교에서 배달 로봇 20대가 학생들에게 음식을 배달하기 시작했다. / 조지메이슨대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가 등장하고 1인 가구가 30%에 이를 정도로 인구 구조가 변하면서 식습관도 달라지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혼밥'에 익숙하고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배달음식이 융성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 여기에 IT 산업 발전으로 배달 효율성이 급증하면서 배달음식 시장은 날개를 달았다.

급격한 도시화에 따라 배달 거리가 줄어들고 있는 점도 배달 음식 성장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과거 미국 중산층은 도시 외곽에 넓게 퍼져 살면서 통근하는 주거 구조를 갖고 있어 배달 문화가 정착하기엔 너무 광범위했다. 그러나 대도시 집중화가 가속화하면서 이젠 평균 배달 거리가 짧아져 배달 음식 시장이 급성장하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그럽허브·우버이츠·도어대시 등 경쟁

미국에 상륙한 배달앱 열풍
고전적인 음식 배달은 식당에서 배달원이 주문을 하면 그때마다 동네를 돌며 음식을 실어나르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빅데이터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은 지도와 교통 정보 등 갖가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 배달원이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이 배달할 수 있는 최적 동선(動線)을 그려냈다. 배달에 들어가는 시간과 이동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식당 주인이 배달에서 느끼는 원가 부담을 낮춘 것이다. 최근엔 중소형 도시 외곽에서도 스마트폰 배달 앱으로 음식을 배달받는 게 가능해지는 등 눈에 띄게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 최전선에 배달앱들이 있다. 8만개 제휴 음식점에 1450만명 회원을 거느린 그럽허브(Grubhub)와 우버가 만든 우버이츠(UberEats),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도어대시(DoorDash), 샌프란시스코에 본사가 있는 포스트메이츠(Postmates)가 미국의 음식 배달 시장 혁명을 이끌고 있다. 아직까진 직접 음식점에 주문해 배달을 받는 비중이 가장 높다. 마켓포스 설문조사(복수 응답)에 따르면 온라인 음식 배달 서비스 중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건 음식점 자체 배달(53%)이었고, 다음이 그럽허브 36%, 우버이츠 31%, 도어대시 17%, 포스트메이츠 10% 순이었다.

배달료와 수수료로 수익 창출

미국에 상륙한 배달앱 열풍
그럽허브(왼쪽), 우버이츠 등 주요 배달앱 업체들은 전속 배달원을 고용해 식당의 배달을 대행해주고 있다. / 블룸버그
배달앱은 자체 배달망을 갖고 있다. 식당에서 배달료와 일정 비율 수수료를 받아 매출을 올린다. 맥도널드에서 4달러짜리 빅맥을 배달앱으로 배달시키면 배달앱 회사는 배달료(1달러)와 80센트(매출의 20%)를 맥도널드로부터 받는 식이다. 배달앱 입장에선 주문 수에 따라 매출이 늘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회원과 회원사를 늘리는 게 관건이다. 식당 처지에선 이런 금액 규모가 적지 않기 때문에 부담이나 갈수록 앱을 통해 주문하는 고객이 늘면서 앱 입점을 피해갈 수 없는 환경이다. 맥도널드를 비롯, 타코벨, 피자헛 등 주요 요식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배달앱에 입점한 상태다.

배달앱 간 첨단 기술 경쟁도 점입가경이다. 후발 주자인 포스트메이츠는 네모난 카트 모양 로버 로봇을 동네 배달에 활용할 계획이다. 우버이츠는 드론 배달을 검토 중이다. 도어대시는 GM과 손잡고 자율주행차 배달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대기업 역시 배달 기술 전선에 참전했다. 도미노피자는 포드와 자율주행차 배달 서비스 출시를 연구하고 있다.

식당들도 배달 편하게 매장 개조

배달 시장 급성장은 기존 식당 생존 전략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미 전역에서 1150개 가맹점을 운영하는 샌드위치 전문점 파이어하우스는 최근 역설적인 현상을 발견하곤 경영전략을 수정해야 했다. 매장은 텅텅 비는데 매출은 상승 곡선을 그린 것. 알고보니 배달 물량이 급증한 덕이었다. 지난해 이 회사 전체 매출에서 배달 주문이 차지한 비중은 60%에 달했다. 파이어하우스는 결국 이 추세에 맞춰 점포 면적은 20~40%가량 줄이고 내부 식당 구조는 배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변경하기로 했다.

파이어하우스뿐 아니다. 최고급 레스토랑을 제외한 상당수 식당은 비슷한 고민에 빠져있다. 맥도널드는 60억달러를 투자해 배달이나 방문 수령에 익숙하도록 매장 안팎 인테리어를 대폭 수정할 방침이다. 주차장 일부를 배달원 전용 공간으로 만들거나 모바일 주문을 한 뒤 가져가는 창구를 대폭 늘리는 내용이다. 자연히 매장 안 좌석은 줄어든다. 이제는 '배달 시대'란 선언인 셈이다.

최근엔 식당을 차릴 때 아예 손님들이 앉을 공간을 없애고 주방만 두는 이른바 '다크 키친(Dark Kitchen)'도 도시 골목에서 속속 생겨나고 있다. 배달 비용이 지금 추세대로 계속 줄어들면 다크 키친의 비중은 2030년에 전체 식당의 10%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도 나오는 실정이다.

투자은행인 UBS는 최근 '부엌이 죽는다(Is the Kitchen Dead?)'라는 보고서에서 전 세계 배달 음식 시장 규모가 현재 연간 350억달러에서 2030년에는 3650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때쯤이면 집에서 요리하는 시대는 가고 온라인이나 공유 주방에서 음식을 시켜 배달해 끼니를 때우는 형태가 일상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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