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유전자만 '싹둑' 가위 기술로 농업 굴기

입력 2019.03.01 03:00

[Cover story] [이거 농사 맞아?… 세계의 혁신기업들] (4) 농업 생명공학업체 中 '신젠타'

[이거 농사 맞아?… 세계의 혁신기업들]
중국 국유기업 켐차이나(中國化工集團)가 2017년 스위스 농업생명공학업체 신젠타를 430억달러(약 49조원)에 인수했을 때 중국 금융계에선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공방이 벌어졌다. 당시 인수 규모는 중국 기업이 외국 기업을 인수한 것 중 역대 최대 규모. 주당 가격을 시가보다 20% 이상 높게 쳐주면서 과감하게 베팅했다. 세계 최대 농생화학업체인 미국 몬산토 역시 신젠타에 눈독을 들였지만 '차이나 머니'의 위력에 밀렸다. 고가 논란에도 중국이 시진핑 주석을 비롯해 지도부까지 나서 신젠타 인수에 총력을 기울였던 건 신젠타가 미래 농업 혁명에서 상당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식량 공급이 소비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해 고민이 많았는데 신젠타가 가진 기술을 활용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중국 곡물 자급률은 82% 수준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지 면적은 세계의 9% 정도에 불과하다.

중국 인구 세계 40%… 경지는 9% 불과

신젠타가 가진 대표적인 강점 중 하나는 '유전자 가위(gene editing)' 기술이다. 유전자에 문제가 있거나 약한 유전자만 잘라내는 기술이다. 기존 유전자 변형(GMO) 기술에선 특정 기능을 강화하는 품종을 연구·개발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나는 등 후유증이 적지 않았다. 반면 유전자 가위 기술은 비교적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다. 신젠타뿐 아니라 몬산토나 다우듀폰 같은 글로벌 농화학 업체들이 이 기술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유전자 가위 기술로 가뭄에 강한 옥수수, 글루텐 없는 밀가루, 줄기에서 떼어 내기 쉬운 토마토 등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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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농업생명공학업체 신젠타가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만든 가뭄에 강한 옥수수. / 신젠타
중국 농토는 오랫동안 증산정책 일변도로 나가다 보니 작물보호제와 비료를 과다하게 사용, 토양과 수질 오염 상태가 심각하다. 여기에 인구는 계속 늘고 있어 제한된 환경에서 더 많은 수확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다. 신젠타 기술을 잘 다듬어 중국 내 농업 굴기를 이뤄내겠다는 게 중국 지도부의 복안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간쑤성과 허난성 일대에 유전자 기술 연구와 작물을 재배하는 종자과학 기술 기지를 건설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농업에 접목하는 디지털 파밍(digital farming)도 신젠타가 노리는 농업 혁명의 주된 과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농작물에 대한 빅데이터를 모아 체계적으로 관리·활용하는 내용이다. 신젠타가 지닌 대표적인 디지털 파밍 프로그램은 애그리에지(AgriEdge)로 불린다. 농장 곳곳에 센서를 설치해서 농작물이 얼마나 자랐는지, 병해충 피해가 어디에서 발생하고 있는지, 어떤 영양분이 얼마나 부족한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농장 주인은 어떤 종자나 비료를 써야 할지 판단하고, 작물 보호제를 어디에 뿌리고 어디엔 뿌리지 말아야 할지 알 수 있다. 신젠타는 미국 내 5만7000㎢ 규모 농장에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신젠타는 지난해 팜샷(FarmShots)이라는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팜샷은 위성 이미지를 받아 농장 상황을 분석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이다. 과거에도 위성 이미지나 센서 기술은 있었으나, 지금은 이런 기술을 일반 농장에서 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대중화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게 신젠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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