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한 알 딸 때 여기선 20만 알 딴다… '마법의 하우스'

입력 2019.03.01 03:00

[Cover Story] 세계를 먹여살리는 기적의 땅, 네덜란드 농업 혁명 현장을 가다

[Cover Story] 세계를 먹여살리는 기적의 땅, 네덜란드 농업 혁명 현장을 가다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헤이그 부근에 위치한 베스틀란트 온실 단지 전경. 반짝이는 유리판으로 덮인 온실 전경이 유리로 수놓은 조각보를 연상시킨다. / 블룸버그
1㎢당 3602명이 사는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 유럽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다.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를 타고 동남쪽으로 1시간30분쯤 달리면 어느 순간 사람보다 소떼가 더 많이 보인다. '운하의 도시' 암스테르담에서 느껴지던 소금기 대신 풀내음이 가득한 가운데 열차가 목적지 바헤닝언역에 다다랐다. 역 주변은 넓은 초지(草地)에 건초 더미가 드문드문 쌓여 목가(牧歌)적인 농촌 풍경을 연상시켰다. 택시를 타고 15분쯤 더 들어가니 이젠 밭과 농장이 사라지고 초대형 온실과 화학물질 탱크, 고풍스러운 대학 건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곳이 세계 최대 식품 클러스터인 '푸드밸리'. 네덜란드 식품 산업의 요람이다. 유럽 최고 농업대학으로 꼽히는 바헤닝언대와 부속 연구센터(U&R), 3개 의과대학과 대형 식품회사 70여개, 사료와 종자 개발·수출까지 담당하는 농업 관련 업체 1500여개가 몰려 있다. 네슬레, 유니레버, 하인즈, 하이네켄, 다농 등 글로벌 대형 식품 기업 연구소가 함께 둥지를 튼 오월동주(吳越同舟) 현장이기도 하다. 이 기업들이 이 지역에 투자한 금액은 3억유로(약 3800억원). 농업과 생명공학 기술 발전을 도모하는 산학(産學) 협력이 긴밀하게 이뤄진다. 네덜란드 정부 역시 2004년부터 세금 감면을 통해 유명한 외국 농식품 기업을 유치하는 등 푸드밸리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한 40% 크기에 농산물 수출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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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국토 면적이 한국의 40% 수준이지만,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농산물 수출 국가이다. 또 종자 개발, 온실 재배, 축산업 등 농업 전 분야에 걸친 기술 선진국이다. 토마토·감자·양파 수출량은 세계 1위다.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네덜란드를 '유럽의 급식소'나 '유럽의 농장'이라 부를 정도다.

좁은 국토 면적에서 오는 불리함을 식물 뿌리에 기생하는 미생물까지 파고드는 기술력과 햇볕 투과량은 월등히 높으면서 수분은 잃지 않는 온실 필름 같은 첨단 설비로 극복하고 있다. 토마토를 예로 들면 네덜란드 최신식 온실에서는 1에이커(약 4046㎡)당 토마토 200만t을 수확한다. 재래 농법을 고수해 밭에서 키운 토마토 평균 수확량이 9t인 것과 비교하면 22만배 많은 수준. 여기에 물 사용량은 기존 농법에 비해 90% 적게 들고, 항생제 사용량은 최대 60%까지 줄어든다.

농업혁명 중심엔 바헤닝언 대학

네덜란드 농업혁명의 핵심에는 바헤닝언대학이 있다. 아서 몰(Mol) 총장은 현장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연구를 바헤닝언대학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았다. 또 농업·축산업·제조업에 의학·생명공학까지 한자리에 모여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Cover Story] 세계를 먹여살리는 기적의 땅, 네덜란드 농업 혁명 현장을 가다
네덜란드에는 바헤닝언대를 중심으로 주변 8개 도시에 걸쳐 형성된 대규모 산학클러스터 푸드밸리 외에도, 베스틀란트와 아른헴 케어팜처럼 대학·기업·정부가 잘 어우러진 농업 생태계가 즐비하다. 특히 베스틀란트 지역은 6000여 동의 유리온실이 모인 세계적인 온실단지로 유리도시(glass city)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전 세계 식량 위기는 기후변화와 석유 고갈처럼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75억명 수준인 세계 인구가 꾸준히 늘면서 2050년 100억명에 다다를 것으로 추정한다. UN 식량농업기구(FAO)는 이런 추세에 맞춰 인류가 먹고살기 위해선 현재보다 70% 정도 식량 생산량이 늘어나야 한다고 경고했다. 바이오 연료와 육류 생산을 위해 소비되는 농산물량까지 고려한 수치다. 하지만 식량 생산량을 늘리는 길은 간단치 않다. 전 세계적으로 경작 가능한 땅 대부분이 이미 농경지로 쓰이고 있고, 오히려 논밭 대신 공장이나 주거 시설이 농경지를 대체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기아가 극심한 아프리카에서는 식량 자급률이 20년 전보다 떨어졌다.

WEEKLY BIZ가 인구 3만8000여명 수준으로 서울 이촌동만 한 네덜란드 작은 마을 바헤닝언을 주목하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있다. 이곳에서 대학과 기업·정부가 합심해 농·식품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 연구를 이끌면서 장차 닥칠 수 있는 식량난에 대한 해법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바헤닝언뿐만 아니다. 전 세계 각지에서 기업들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농업혁명 대열에 합류했다. 유전자 개량을 통해 종자(種子) 혁명을 꿈꾸는 중국의 신젠타, 농기계에서 IoT(사물인터넷) 혁신을 주도하는 미국의 존 디어, 드론 농업 새 지평을 개척하는 중국의 지폐이눙예, 토양 분석에서 신천지를 여는 이스라엘의 크롭엑스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기업들이 글로벌 식량 자급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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