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3.01 03:00
[Cover Story] 농업의 실리콘밸리… 바헤닝언을 가다
'농업계 하버드大' 바헤닝언대학 아서 몰 총장 인터뷰
![[Cover Story] '농업계 하버드大' 바헤닝언대학 아서 몰 총장 인터뷰](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902/28/2019022801615_0.jpg)
'네덜란드 농업 혁신의 요람'이라 여겨지는 바헤닝언대의 정식 명칭은 바헤닝언U&R이다. 농과대학(University)과 연구 기관(Research center) 기능을 합친 곳이라는 의미다. 아서 몰(Mol) 총장은 2015년부터 이 대학을 이끌고 있다. 그는 네덜란드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 대학 강단에 서고, 유엔 식량안보위원회 위원을 지낸 세계적 육종학 전문가다. 마른 체격과 가느다란 손가락, 고전적 검은 안경이 주는 첫 인상은 날카로웠지만, 그는 악수 한 번에 이내 인상을 풀고 대학 식당에서 먹은 점심 식사 이야기를 꺼내며 미소를 지었다.
바헤닝언대의 구내식당 이름은 '미래식당(Restaurant of Future)'이다. 단순히 식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식품을 고르는 소비자의 행동을 면밀히 연구하는 장소다. 미래식당에서는 소비자가 음식을 고르는 모습이 식당 곳곳에 숨겨진 카메라에 담기고, 음식을 먹는 순서와 소비 시간 같은 행동 하나하나를 전부 녹화한다. 300만유로를 투자한 이 식당의 목적은 메뉴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식당 인테리어나 메뉴 전시 방식이 식사 순서나 판매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연구하는 것.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는 기업체로 전달돼 새로운 식품 개발뿐 아니라 홀 서비스 방식 개선, 음식 포장 용량 조절 등 실전에 즉시 적용된다.
"바헤닝언대의 가장 큰 강점은 역시 현장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이죠. 농업·축산업·제조업에 의학·생명공학까지 한자리에 모인 연구 기관은 세계적으로도 드뭅니다."
몰 총장에 따르면 바헤닝언U&R에서는 특정 기술이 필요한 기업이 연구 자금의 35%를 내놓으면 네덜란드 정부가 출연한 재단에서 50%, 바헤닝언U&R 이 나머지 15%를 댄다. 기업 처지에선 3분의 1 비용으로 해당 연구를 진행할 수 있으니 지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인력 덜 드는 스마트팜 기술 집중 연구
―바헤닝언U&R에서 특히 관심 있는 기술은 무엇인가?
"인력이 덜 드는 스마트팜 기술이다. 유럽인들은 농작물을 기본적으로 '신의 선물'로 여기지만, 네덜란드산 토마토만큼은 '인간의 걸작(human masterpiece)'이라고 부른다. 전통적으로 유럽에서 토마토 주산지는 스페인이었다. 스페인 부뇰에서 열리는 토마토 던지기 행사가 얼마나 유명한가. 2000년대 들어 네덜란드가 스페인처럼 토마토 농사를 한다고 했을 때 유럽 사람 거의 모두가 비웃었다. 지금은 토마토 수출량으로 네덜란드가 스페인을 앞지른 지 오래다. 당신이 한국에서 맛본 고급 토마토도 종자는 네덜란드에서 개발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흐린 날씨, 부족한 일조량, 낮은 기온, 바닷물을 머금은 토지같이 토마토 재배에 안 맞는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1990년대부터 스마트팜 기술을 일찍부터 연구했다. 사람 힘으로도 이런 조건을 세세히 맞출 수는 있다. 대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생산량은 줄어든다. 반면 센서나 자동 설비를 이용하면 생산량이 안정된다. 2ha당 10명이 붙어야 끝냈던 일을 혼자서 할 수 있다. 여기에 더 맛있고 질병에 강한 토마토 품종이 수십 종 공급되면서 지금처럼 네덜란드 농업 경쟁력이 강해졌다."
―신기술을 적용하는 데 기존 농가의 반발 같은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
"큰 생태계 하나를 구현하려면 처음에 작은 기술을 보여주고 이렇게 하라고 일방적으로 지시해선 안 된다. 네덜란드와 바헤닝언대가 그리는 스마트팜 모습은 아주 큰 그림이다. 어느 한 농장에 스마트팜 시스템을 적용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여러 농장을 한 농장처럼 묶은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구글이나 애플이 스마트폰 구현을 위해 자신들의 생태계를 구축하자 다양한 기업들과 개인들이 앱을 만들어 이러한 생태계 확장에 공헌한 것처럼 농장 단위에서 지역 단위로, 나아가 국가 단위로 스마트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우리 목적이다. 현재 유럽연합 차원에서 수행 중인 '호라이즌(Horizon) 2020' '사물 인터넷 적용 식품·농장(IoF·Internet of Food & Farm) 2020' 프로젝트가 그 예다. 이런 미래 모습을 보여주고 설득하면 농가 대부분이 초기 투자 비용이나 새 설비 도입을 받아들였다."
"미래 농업은 환경 보존형이 될 것"
―앞으로 농업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까?
"네덜란드 농업의 중심축 중 하나는 환경 보존이다. 네덜란드 농가는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물을 아끼고,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선한다. 자연은 반드시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 사람한테 자연이 꼭 필요하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려면 특정 품종의 효율성이 월등히 낫다고 해서 비료를 과다하게 사용하거나 환경에 유해한 기계 설비를 무분별하게 써선 안 된다. 최근 일각에서는 단순히 친환경적으로 만든 농작물임을 강조해 돈을 더 벌고자 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경험상 더 먼 미래를 위해서는 자연의 순환 법칙을 거스르지 않는 절제력이 필요하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농업의 미래는 어떠한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미했던 중국의 농산물 수입량이 2000년대 중반에는 연간 100억달러 수준으로 늘더니, 지금은 600억달러대에 이르렀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품질을 확신할 수 없는 자국 농산물 대신 양질의 수입 농산물을 찾는 현상이 뚜렷해진 것이다. 제조업에 강점이 있는 한국은 농산물을 가공해 내다 파는 기술도 뛰어날 것이라고 본다. 중국과 인도에서 농산물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이때가 한국 농가에는 천재일우 기회다."
바헤닝언대의 구내식당 이름은 '미래식당(Restaurant of Future)'이다. 단순히 식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식품을 고르는 소비자의 행동을 면밀히 연구하는 장소다. 미래식당에서는 소비자가 음식을 고르는 모습이 식당 곳곳에 숨겨진 카메라에 담기고, 음식을 먹는 순서와 소비 시간 같은 행동 하나하나를 전부 녹화한다. 300만유로를 투자한 이 식당의 목적은 메뉴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식당 인테리어나 메뉴 전시 방식이 식사 순서나 판매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연구하는 것.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는 기업체로 전달돼 새로운 식품 개발뿐 아니라 홀 서비스 방식 개선, 음식 포장 용량 조절 등 실전에 즉시 적용된다.
"바헤닝언대의 가장 큰 강점은 역시 현장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이죠. 농업·축산업·제조업에 의학·생명공학까지 한자리에 모인 연구 기관은 세계적으로도 드뭅니다."
몰 총장에 따르면 바헤닝언U&R에서는 특정 기술이 필요한 기업이 연구 자금의 35%를 내놓으면 네덜란드 정부가 출연한 재단에서 50%, 바헤닝언U&R 이 나머지 15%를 댄다. 기업 처지에선 3분의 1 비용으로 해당 연구를 진행할 수 있으니 지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인력 덜 드는 스마트팜 기술 집중 연구
―바헤닝언U&R에서 특히 관심 있는 기술은 무엇인가?
"인력이 덜 드는 스마트팜 기술이다. 유럽인들은 농작물을 기본적으로 '신의 선물'로 여기지만, 네덜란드산 토마토만큼은 '인간의 걸작(human masterpiece)'이라고 부른다. 전통적으로 유럽에서 토마토 주산지는 스페인이었다. 스페인 부뇰에서 열리는 토마토 던지기 행사가 얼마나 유명한가. 2000년대 들어 네덜란드가 스페인처럼 토마토 농사를 한다고 했을 때 유럽 사람 거의 모두가 비웃었다. 지금은 토마토 수출량으로 네덜란드가 스페인을 앞지른 지 오래다. 당신이 한국에서 맛본 고급 토마토도 종자는 네덜란드에서 개발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흐린 날씨, 부족한 일조량, 낮은 기온, 바닷물을 머금은 토지같이 토마토 재배에 안 맞는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1990년대부터 스마트팜 기술을 일찍부터 연구했다. 사람 힘으로도 이런 조건을 세세히 맞출 수는 있다. 대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생산량은 줄어든다. 반면 센서나 자동 설비를 이용하면 생산량이 안정된다. 2ha당 10명이 붙어야 끝냈던 일을 혼자서 할 수 있다. 여기에 더 맛있고 질병에 강한 토마토 품종이 수십 종 공급되면서 지금처럼 네덜란드 농업 경쟁력이 강해졌다."
―신기술을 적용하는 데 기존 농가의 반발 같은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
"큰 생태계 하나를 구현하려면 처음에 작은 기술을 보여주고 이렇게 하라고 일방적으로 지시해선 안 된다. 네덜란드와 바헤닝언대가 그리는 스마트팜 모습은 아주 큰 그림이다. 어느 한 농장에 스마트팜 시스템을 적용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여러 농장을 한 농장처럼 묶은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구글이나 애플이 스마트폰 구현을 위해 자신들의 생태계를 구축하자 다양한 기업들과 개인들이 앱을 만들어 이러한 생태계 확장에 공헌한 것처럼 농장 단위에서 지역 단위로, 나아가 국가 단위로 스마트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우리 목적이다. 현재 유럽연합 차원에서 수행 중인 '호라이즌(Horizon) 2020' '사물 인터넷 적용 식품·농장(IoF·Internet of Food & Farm) 2020' 프로젝트가 그 예다. 이런 미래 모습을 보여주고 설득하면 농가 대부분이 초기 투자 비용이나 새 설비 도입을 받아들였다."
"미래 농업은 환경 보존형이 될 것"
―앞으로 농업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까?
"네덜란드 농업의 중심축 중 하나는 환경 보존이다. 네덜란드 농가는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물을 아끼고,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선한다. 자연은 반드시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 사람한테 자연이 꼭 필요하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려면 특정 품종의 효율성이 월등히 낫다고 해서 비료를 과다하게 사용하거나 환경에 유해한 기계 설비를 무분별하게 써선 안 된다. 최근 일각에서는 단순히 친환경적으로 만든 농작물임을 강조해 돈을 더 벌고자 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경험상 더 먼 미래를 위해서는 자연의 순환 법칙을 거스르지 않는 절제력이 필요하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농업의 미래는 어떠한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미했던 중국의 농산물 수입량이 2000년대 중반에는 연간 100억달러 수준으로 늘더니, 지금은 600억달러대에 이르렀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품질을 확신할 수 없는 자국 농산물 대신 양질의 수입 농산물을 찾는 현상이 뚜렷해진 것이다. 제조업에 강점이 있는 한국은 농산물을 가공해 내다 파는 기술도 뛰어날 것이라고 본다. 중국과 인도에서 농산물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이때가 한국 농가에는 천재일우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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