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유럽연합 정당들이여, 단결하라!

    • 조지 소로스 소로스 펀드 회장

입력 2019.02.15 03:00

[WEEKLY BIZ Column]

조지 소로스 소로스 펀드 회장
유럽이 잠이 든 채 망각 속으로 걸어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깨어나야 한다. 깨어나지 못하면 EU(유럽연합)는 1991년 소련처럼 될지 모른다. 현재 유럽을 이끄는 지도자와 시민들 모두 지금이 '혁명적 순간'이란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결과도 오리무중이다.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 괜찮을거란 낙관은 위험하다. 갑자기 균형이 무너지면서 파국에 이르는 광경을 수없이 봐왔다.

5월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는 그래서 중요한 변곡점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번 선거에선 유럽 통합에 반대하는 '반(反)유럽' 세력이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연합 기본 원칙을 위반하는 회원국을 규제하는 법적 수단이 거의 없고, 오래전 맺은 조약을 수정하는 건 이젠 불가능에 가깝다. 유럽 대부분 국가가 채택하는 정당 제도는 친유럽 세력보다 반유럽 세력에 유리하다.

유럽연합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에서는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CDU)과 기독사회당(CSU)이 연정을 이뤄 통치했다. 그런데 지난해 바이에른주(州) 선거에서 참패했다. 앞으로 동맹을 계속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와중에 극우 정당 AfD(독일을 위한 대안)가 선전하면서 바이에른주 의회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CDU·CSU 연립정부는 AfD가 선전하는 한 친유럽 정책을 펼치기 어렵다. 그나마 독일 녹색당이 선전하고 있는 게 위안이다.

영국과 이탈리아도 처지는 다르지 않다. 영국에서는 전통의 노동당과 보수당 모두 앞으로 수십년간 복잡한 브렉시트(Brexit) 문제를 푸느라 골치를 앓을 것이다. 노동당 코빈 대표와 보수당 메이 총리 협력 관계는 당내 반발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EU가 2017년 '더블린 조약'을 강제한 게 치명적이었다. 난민이 처음 발을 디딘 국가에 망명신청을 해야한다는 내용인데 이에 따라 지중해를 통해 쏟아지는 난민을 받아들이다 자국민들 반감을 사 EU를 반대하는 극우 세력들에게 권력을 내주고 말았다. 프랑스·폴란드·스웨덴도 비슷하다.

친유럽 정당들은 각 국가 상황보다 유럽 전체를 우선 순위로 두지 않는 한 5월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기 어렵다. 안팎의 적들로부터 하나의 유럽을 지켜내려면 잠에서 깨어나 눈앞에 닥친 위협을 파악해야 한다. 시민들에게 유럽연합이 지켜온 가치가 뭔지 알리는 데 전념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하나의 유럽이라는 꿈은 악몽이 될지 모른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View & Outlook

더보기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