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타고 흙을 쌓아 산을 만든 사나이

    •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장

입력 2019.02.15 03:00

서진영의 동서고금 경영학 (8) 제프 베이조스의 전략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장
세계 1위 부자가 누군지에 대한 관심은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한동안 자리를 지킬 거라 의심받지 않던 세계 1위 부자가 지난해 24년 만에 바뀌었다. 2018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Bezos) 최고경영자(CEO)가 보유 자산 1600억달러를 기록하며 970억달러에 그친 마이크로소프트(MS) 빌 게이츠 창업자를 제치고 미국 최고 부호에 등극했다. 2019년에 들어서자 이번엔 아마존 시가총액이 7967억8000만달러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넘어서 1위에 올랐다. 1997년 증시 상장 이후 22년 만이다.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텃밭인 전자상거래에서 2018년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절반가량 점유하고 있다. 또 전체 매출 90%가량을 소매 판매를 통해 올리고 있다. 아마존 온라인 판매량은 사무용품 전문점 스테이플스(Staples)와 할인점 월마트(Walmart)를 포함한 최대 경쟁 업체 12곳 판매량을 전부 합친 것보다도 더 많다. 클라우드 서비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연간 매출 230억달러로 공공 클라우드 시장의 4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의 최선두를 장식하고 있는 아마존의 성공 요인은 뭘까?

①선즉제인(先則制人) : 선점

첫째 비결은 선즉제인(先則制人)이다. '사기(史記)'에 나오는 '먼저 착수하면 남을 제압할 수 있고, 나중에 하면 남에게 제압을 당한다(先則制人 後則 爲人所制)'는 뜻이다.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남보다 앞서 하면 유리함을 말한다.

베이조스는 1986년 프린스턴대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하고, 1994년 월스트리트 헤지펀드 회사 데이비드 E 쇼 컴퍼니에서 일하다 인터넷 규모가 1년 사이 2300배 성장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10억원 연봉을 받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시애틀로 이주해 아마존을 창업한다. 세계 최초로 직접 서점에 가지 않아도 책을 구매할 수 있게 만든 아마존은 1995년에서 2000년까지 매해 20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온라인 서점과 쇼핑몰 시장을 선점하게 된다.

선즉제인은 퍼스트무버 효과(first-mover advantage)와 상통한다. 신제품이나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를 가지고 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기업이 얻는 혜택으로, 선도적 인상을 각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장 선점에 유리하다.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창의적인 선도자가 가지는 효과이다.

선점 효과를 가지기 위해서 필요한 건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의 용기다. 펭귄들은 먹잇감을 구하러 바다에 뛰어들어야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바다표범 같은 바다 포식자들이 두려워 모두가 머뭇거리고만 있다. 이때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들어 다른 펭귄들도 뒤따라 뛰어들도록 이끄는 펭귄을 퍼스트 펭귄이라고 한다. 베이조스는 자신이 퍼스트 펭귄이 될 수 있었던 이유로 '후회 최소화'의 법칙을 이야기한다. '인생의 노년에 지난날을 돌아봤을 때, 어느 쪽을 택해야 덜 후회할까?'라는 질문으로 미래에 대한 선택을 내린 것이다.

베이조스는 생각했다. '도전하지 않으면 분명히 후회한다.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도전해보고 후회하는 건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도전하지 않는 후회는 되돌릴 수 없다.' 그는 "선구자가 더 좋은 제품을 만든다고 확신한다. 선구자는 자신을 설레게 만드는, 가치 넘치는 일을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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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유현호
②적토성산(積土成山) : 거래

'순자(荀子)'에 나오는 이 말은 '흙을 쌓아 산을 이룬다. 작은 물건도 많이 모이면 상상도 못할 만큼 커진다'는 뜻이다. 순자는 '흙을 쌓아 산을 만들면 그곳에서 비와 바람이 일고, 물을 모아 연못을 만들면 그곳에서 교룡이 생긴다(積土成山 風雨興焉 積水成淵 蛟龍生焉)', '반 걸음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서는 천 리에 도달할 수 없고, 작은 물줄기가 모이지 않고서는 강이나 바다를 이룰 수 없다(故不積步 無以致千里 不積小流 無以成江海)'고 했다.

기업을 창업하거나 신규 사업을 시작할 때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크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시장이라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베조스가 조금씩 쌓아 나간 것은 제품의 종류였다.

처음 아마존을 만들 때는 '책' 분야 한 종류였다. 당시 자주 안 팔리는 서적들은 소매 서점들 입장에서 악성 재고에 불과했지만,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 입장에서는 그 분야 책을 강렬히 원하는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베스트 상품이었다. 또 서점이 멀거나 특별한 책을 찾는 사람들에게 아마존은 둘도 없는 존재로 각인되며 조금씩 판매되는 책 종류가 늘고 성장을 이어나갔다. 이후 아마존은 인접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해 책과 가장 비슷한 시장인 CD, 비디오로 첫 확장을 이루었고, 현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상품을 취급하는 만물상이 되었다.

베이조스가 아마존 창업 당시 냅킨에 적었다는 비즈니스 모델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그는 선택할 수 있는 상품 구성을 늘리면, 즉 많은 종류 상품을 취급해 고객 입장에서 선택지가 많아지면 고객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적고 있다. 이어 만족도가 높아지면 트래픽이 증가해, 아마존닷컴에 사람이 모여든다. 고객이 모이게 되면 아마존에서 물건을 팔고 싶어 하는 판매자도 따라 모인다. 이로써 고객의 선택지는 점점 더 많아지고 만족도는 높아진다. 이를 아마존의 성장 주기로 회전시킨다는 것이 베이조스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③승풍선영(乘風先影) : 물류

바람을 타고 그림자를 앞선다는 뜻의 승풍선영은 자신의 그림자보다도 빨리 달리는 대단히 신속한 모습을 말한다. 아마존은 2013년에 이미 무인 항공기 '드론'을 통해 당일 배송 전략을 수립한다. 하지만 드론으로 날아가는 것보다 훨씬 빠른 것이 사람들이 주문하기도 전에 상품을 출하하는 서비스이다. 아마존은 이를 '예상 배송(Anticipatory Shipping)'이라는 이름으로 특허까지 출원했다. 고객이 관심을 가지고 온라인상에서 상품을 열람한 시간이나 과거의 구입 이력 등을 바탕으로 구매 가능성을 예측하여, 고객이 주문하지 않더라도 미리 고객 주소지 부근으로 상품을 배송함으로써 신속함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런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빅데이터 분석이다. 예를 들어 한 달 전 인터넷에서 커피머신을 산 고객이 앞으로 무엇을 사게 될까 예상해보자. 당연히 원두 커피일 것이다. 그런데 그 고객이 여러 원두 커피 종류를 검색하다가 그중 하나인 헤이즐넛을 집중해서 읽고 장바구니에 담아 둔다면, 미래에 구입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지 않을까? 과거 구매 성향 데이터를 통해 구매 확률이 높다고 분석되면, 아마존에서 미리 그 고객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물류 창고로 이 헤이즐넛 원두를 배송해두는 것이다.

이후 고객이 원두커피 결제 버튼을 클릭하기만 하면, 30분 내에 배송 기사가 원두커피를 들고 고객의 집 벨을 누르게 된다. 제프 베이조스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인류의 가장 귀중한 자원은 '시간'이라는 20세기 후반의 이론을 지금도 따르고 있다. 돈과 시간을 절약해준다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모두가 좋아할 것이다."

마우스 한 번 클릭하는 것으로 구매 절차가 끝나는 '원클릭' 서비스와 구입한 물건이 당일에 배송되는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도 속도라는 물류의 맥락을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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