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인공지능이 수만개 납품업체 관리… 알아서 입찰 요청하고 견적 비교까지

    • 마르코 모다 맥킨지 한국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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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1.25 03:00

      글로벌 기업들은 어떻게 원자재 구입비 줄이나?

      컴퓨터 프로그램이 모든 공급업체에 견적 요청서 보내 견적서 비교해 보고 업체 선정 도와
      원자재 가격 추적 구매 가격과 비교계 약 시기도 최적화
      공급업체 많거나 품목 많을 때 효과 비용 약 10% 절감도

      마르코 모다 맥킨지 한국사무
      마르코 모다 맥킨지 한국사무 소 파트너
      스위스 특수 화학 업체 클라리언트(Clariant)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구매, 공급망, 마케팅, 영업, 인적 자원 관리, 제조 등 기업의 모든 부문을 연결시키는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독일 화학업체 바스프(BASF)는 디지털 구매 솔루션 회사인 SAP아리바와 IBM 왓슨 인공지능 시스템을 이용해 8만여개 납품 업체를 평가하고 관리한다. 새 프로젝트가 생기면 전자 견적 요청 시스템을 통해 모든 공급업체에서 견적을 받아 관성적으로 같은 공급자에게만 의존하는 걸 막고 있다.

      독일 화학 업체를 비롯해 전 세계 화학·에너지·제철·광산 분야 선두 제조 업체들이 원자재 구매 분야에서 디지털 혁신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원가 절감이 절실한데, 첨단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하면 원자재 구입비를 큰 폭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한국 제조업체들은 아직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제조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원자재 구매 부문은 아직 전근대적인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맥킨지가 전 세계 1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구매 역량을 평가한 '글로벌 구매 역량(GPE)' 조사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구매 역량은 2.2점으로 글로벌 평균(2.6점)이나 선두 제조 업체 평균(3.4점)보다 낮다. 이 격차를 좁힌다면 국내 업체도 원가 경쟁력을 상당히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Q1 원자재 구매 분야 혁신이 왜 중요한가?

      원자재 및 간접 재료 구매 비용은 매출의 20~80%를 차지하고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도 오랫동안 중요성이 간과돼 왔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전략적인 구매'에 집중해왔다. 예컨대 카테고리 전략을 수립하거나 협상 방법을 연구하고 구매 담당자들이 기업 전략을 잘 따르고 있는지 관리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업계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이러한 전통적인 방법보다 엄선된 디지털 솔루션을 잘 활용하는 것이 더욱 큰 효과를 냈다. 제조 업체의 경우 지출(전체 매출의 50%)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8~12%가량 절감한다면 이자 및 세전 이익(EBIT)을 4~6%포인트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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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화학 기업 BASF에서 한 프로그래머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테스트하고 있다. BASF는 디지털 기술과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구매 과정을 더욱 효율적으로 혁신하고 있다. /BASF
      Q2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쓰나?

      전 세계 사업장 및 공장의 전반적 지출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해당 지출 비용 데이터와 외부 지표 및 벤치마크를 접목해 패턴을 파악한다. 그래서 새로운 비용 절감 기회를 찾는다.

      대표적인 분야로 MRO(유지·보수·운영) 부품 구매를 꼽을 수 있다. 한 글로벌 제철 회사는 유사 부품 분석, 규격 비교, 공급 업체 분석을 할 수 있는 각종 디지털 알고리즘을 적용해 불과 8주 만에 해당 분야에서 약 10%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유지 보수 서비스의 경우 관리자가 태블릿이나 PC를 통해 협력 업체 연락과 비용 관리를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유지 보수 작업의 적정 원가를 산출해 여러 협력 업체가 제안한 견적을 비교 분석하는 데 잣대로 쓸 수 있다. 이렇게 해서 한 업체는 유지 보수 비용을 40%나 줄였다.

      원자재 구매의 경우 실시간 원자재 가격 정보와 구매 가격을 비교해 바가지 쓰지 않는 계약이 가능하도록 한다. 또 원자재 조건 변화에 따라 고객과 계약을 재협상해야 할 적정 시기가 언제인지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과거에는 구매자들이 최신 시장 동향을 일일이 확인해야 해 매우 번거로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정보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이 많다. 이 애플리케이션에서 발송하는 메시지에 따라 바로 행동하면 돼 매우 편리해졌다.

      Q3 어떤 기업들이 원자재 구매 분야의 디지털화로 가장 큰 혜택을 받나?

      구매 규모가 너무 작거나, 공급 업체 수가 너무 많은 등 대면 협상 비용이 지나치게 높은 분야에 유용하다. 예를 들어, 이런 기업들은 전자 견적 요청 시스템을 활용해 여러 공급 업체로부터 받은 견적을 쉽게 통합 관리할 수 있다. 또 전자 경매를 통해 다수의 공급 업체가 실시간으로 경쟁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한 글로벌 선도 화학 업체의 경우 다양한 전자 주문·제안·요청 프로그램을 활용해 그동안 간과해 왔던 한 부문에서 최대 20%의 구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혁신 및 제조 부서와 협력해, 수백 곳의 공급 업체로부터 받은 수천 개의 구매품에 대한 견적 작업을 통합해 손쉽게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한 유럽 다국적 기업의 경우 로봇이 인공지능 기반 자연어처리 기술(NLP)을 활용해 주문 사항에 따라 특정 그룹의 공급 업체들을 연결시킨다. 이후 구매 시스템이 자동으로 입찰 요청을 발송하면 로봇이 견적을 비교한다. 비교한 견적서를 내부 구매자들에게 통지해 어떤 견적을 채택할지 결정하도록 돕는다.

      글로벌 대표 화학업체 실적
      Q4 디지털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을 새로 갖추어야 하나?

      구매 작업의 56%는 현존 기술을 활용해 자동화될 수 있다. 벤더 선정 및 협상 작업의 47%, 주문 발주 및 수령 작업은 88%, 대금 지급 작업은 93% 자동화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시스템을 활용하면 구매 발주서 생성부터 송장 조정까지 다양한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다. 미국의 한 원자재 기업은 구매부터 지급에 이르는 프로세스에 대해 자동화 진단을 수행해 1~2%의 지출을 절감할 기회를 발견했다.

      Q5 디지털 시스템이 효과 나타내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개최된 콘퍼런스에서 바스프의 한 임원은 조악한 프로세스에 새로운 기술을 더하면 값비싼 조악한 프로세스가 탄생할 뿐, 실질적인 재무 및 프로세스 관련 개선은 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 구매 프로세스의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하는 방법은 단 하나다. 구매 과정 전반에 걸쳐 사용자 경험 중심으로 혁신하는 것이다. 구매에 관여하는 사용자들이 완전히 디지털화된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편리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화가 절실한 핵심 분야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한 유럽 광산 기업의 경우 당초 본사의 매니저들에게 맞는 디지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행해 보니 정작 이 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은 납품 업체 직원들이었다. 그들의 사용자 경험을 디지털 시스템에 반영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디지털화가 필요한 사용자 유형이 결정된 후에는 디자이너, 기술 전문가, 구매 및 제조, 영업 부문이 다 함께 참여하는 워크숍을 개최해야 한다. 워크숍에서 해당 사용자가 경험한 프로세스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어느 지점에서 불편 사항이 발생하는지 알아내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현실적으로 쓸모 있는 디지털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조직 구성원의 헌신과 최고 경영진의 지지, 견고한 계획이 존재할 때, 디지털화는 12~16주 후 첫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2~5년 후에는 8~12%의 비용 감축이라는 큰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