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멀쩡했던 아일랜드·스페인·아이슬란드 경제가 휘청인 이유는?… 해외자본 유입돼 생긴 부동산 거품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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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1.25 03:00

      [Cover Story] 글로벌 부동산 '버블의 공포'
      부동산 버블의 역사

      인구가 증가하거나 주택 구매자의 소득이 늘어 구매력이 향상되면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대규모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갑작스레 몰려 집값이 소득보다 빠르게 치솟으면 부동산 버블(거품)이 생기면서 경제에 큰 후유증을 남긴다.

      1980년대 후반 일본의 '가미카제 버블'은 부동산 거품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1985년 플라자 합의로 미국과 일본 정부가 엔화 가치를 갑작스레 끌어올리는 데 합의하면서 일본 부동산에 거품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쌓인 막대한 무역 흑자와 엔고 덕택에 해외에서 몰려온 투기 자본이 4~5년에 걸쳐 일본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 거품의 붕괴 이후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20년'에 접어들었다.

      2007년 미국의 부동산 시장 붕괴는 전 세계를 뒤흔들어놨다. 2000년 IT(정보통신) 버블 붕괴 이후 갈 곳 없던 자금은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집값이 오름세를 타자 미국 은행들은 저(低)신용자에게도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을 마구 퍼줬다.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믿고 매매가격 이상으로 대출해주는 은행도 나타났다. 돈질을 하자 부동산 가격은 회오리바람처럼 치솟았다. 글로벌 대형 은행들은 부동산 담보대출을 기초 자산으로 삼아 파생금융 상품을 만들어 전 세계 금융시장에 뿌렸다. 그러나 2007년 주택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이자와 원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대출자가 늘어나자 부동산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기초 자산(부동산 담보대출)이 망가지자 그 위에 쌓아올렸던 마천루(파생금융 상품)는 순식간에 붕괴했다. 세계 금융 중심지에서 시작된 대폭발은 굉음을 울리며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베어스턴스와 리먼 브러더스 같은 투자은행들이 순식간에 망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글로벌 자금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아 위기 극복에 5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일부 유럽 국가도 2000년대 초반 유로화 출범과 함께 통화량이 급격하게 늘면서 부동산 거품 붕괴를 겪었다. 아일랜드는 2000년대 초반 부동산 거품으로 경제가 롤러코스터를 탔던 대표적인 국가다. 1999년 유로화의 등장은 아일랜드 부동산 거품을 부추겼다. 당시 유럽중앙은행(ECB)이 침체 상태에 있던 독일 경제를 살리려 금리를 급격하게 내렸던 게 화근이었다. 아일랜드는 경기 호황으로 금리를 올려야 할 상황이었음에도 유로존(유로화 사용하는 유럽연합 16개 회원국) 국가였기 때문에 ECB 정책하에 있었다. 그 결과 2007년 아일랜드에선 영국보다 50%나 더 많은 막대한 주택이 건설됐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집값이 50~60% 폭락했고, 건설업자들에게 빌려준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그 후유증을 회복하는 데 수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

      아이슬란드와 스페인 역시 아일랜드와 마찬가지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구가하던 와중에 해외 자본 유입 등으로 통화량이 급격하게 늘어나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두 국가 모두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고, 건설·주택업계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연체율 상승으로 부실이 심각해지는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에서야 가까스로 손실을 메웠다. 부동산 거품의 붕괴가 금융권으로 전염된 탓에 10년 가까이 전체 실물경제가 휘청거렸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