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카트마다 태블릿… 바코드 대고 담아 출구로 나오면 영수증 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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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1.25 03:00

      日 첫 심야 무인 마트 '트라이얼퀵' 가보니

      30㎝ 간격 AI카메라 200여대 천장 설치 도난 막고 고객 분석
      운영비 40% 낮춰기 존 할인마트보다 가격 20~70% 싸
      직원 있는 낮에도 손님 10명 중 7명 무인계산 카트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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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첫 심야 무인 마트 트라이얼퀵에서 70대 쇼핑객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상품진열대의 통로 천장에 인공지능(AI)카메라가 빼곡히 매달려 있다. /하미리 인턴기자
      일본 후쿠오카 공항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15분간 달리면 나오는 후쿠오카 베드타운 오노조(大野城)시. 2차선 도로가 가로지르는 한적한 주택가에 지난달 일본 최초로 무인 마트 트라이얼퀵(Trial Quick)이 문을 열었다. 서(西)일본 지역 유통 강자 트라이얼컴퍼니가 운영한다. 최첨단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도입해 야간에 매장 직원 없이 운영하는'24시간 수퍼마켓'이다.

      일본에서는 일부 편의점이나 기차역 내 소형 매점 10여곳이 무인 매장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트라이얼퀵처럼 중대형 '무인 마트'가 등장하기는 처음이다. 트라이얼퀵은 매장 면적이 940㎡로 편의점보단 크지만 대형 할인점보단 작은 수퍼마켓 규모다.

      오랜 기간 소비 침체를 겪은 일본은 판매가를 낮추기 위해 전기료가 많이 드는 냉동고를 치우는 대형 마트가 생겨날 정도로 유통업계 경쟁이 치열하다. 단순 과시용으로 '무인 마트'를 운영하기엔 녹록지 않은 여건. 첨단 기업이 아닌 전통 유통 기업 트라이얼컴퍼니가 실전에서 '무인 마트'를 간판 전략으로 내세우자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5시까지 직원 없어

      카트마다 태블릿… 바코드 대고 담아 출구로 나오면 영수증 출력
      트라이얼퀵 매장에는 원래 계산원이 없다. 낮에는 보조직원 1~2명만 상주한다. 그러나 이조차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는 무인 마트로 바뀐다. 시계가 오후 10시를 가리키면 직원들이 철수하고 문이 잠긴다. 그때부턴 고객이 스마트폰이나 전용 회원카드로 직접 문을 열고 들어와 스스로 결제까지 하는 구조로 변한다.

      매장 앞에는 운동장만큼 널찍한 주차장이 있다. 입구로 들어서자 기존 수퍼마켓과는 자뭇 다른 광경이 펼쳐진다. 쇼핑 카트마다 큼지막한 태블릿이 달려 있는 것. 천장과 상품 진열대 곳곳엔 200여대 인공지능(AI) 카메라가 촘촘하게 달려 있었다. 각종 첨단 기술 장비가 쇼핑객을 에워싸는 셈이다.

      쇼핑 카트에는 바코드 인식기와 태블릿이 붙어 있다. 작동 방법은 어렵지 않다. 일단 이 카트를 사용하려면 우선 회원 전용 스마트폰 앱이나 회원 카드가 필요하다. 카드에 돈을 충전해야 카트에 부착된 태블릿을 통해 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원 가입을 위해 입구 옆 탁자에서 태블릿으로 3분 만에 회원 카드를 등록하고 갖고 있던 현금카드를 이용해 회원카드에 금액을 충전했다. 그다음 회원카드를 카트에 부착된 바코드 인식기에 갖다 대자 태블릿 단말기에 충전한 금액과 함께 쇼핑 안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다음부턴 간단하다. 사려는 상품을 집어들어 바코드를 인식기에 찍고 '계산' 버튼을 누르면 결제가 끝난다. 물건을 살 때마다 상품명, 개수, 가격이 순서대로 태블릿 화면에 뜬다. 구입 상품과 금액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쇼핑을 마치면 그냥 카트를 밀고 계산대를 통과하면 된다. 영수증은 계산대를 통과할 때 자동으로 발행된다. 이후엔 계산대 옆에 비치된 쇼핑 봉투에 물건을 옮겨 담아야 한다. 아직 특수 카트를 주차장까지 가져가진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사람·사물 움직임 감지

      이 매장의 또 다른 특징은 곳곳에 촘촘하게 설치한 AI 카메라다. 천장 곳곳에 매달린 AI 카메라는 '감시자' 역할이다. 다만 천장이 기존 매장보다 높아 갑갑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냉장·냉동식품과 상품 진열대에 30㎝ 간격으로 AI 카메라를 설치했다. 이들 카메라엔 사람과 사물 움직임을 감지하고 위치에 따라 시선을 움직이는 이미지·모션 센서도 장착했다. 도난 방지뿐 아니라 고객 데이터 수집에도 활용한다. 고객 성별과 연령도 실시간으로 분석, 제품 진열 방식과 배치, 재고 관리에도 활용한다.

      아직 무인 카트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객을 위해 출입구 옆에 일반 무인 계산대도 10대 갖췄다. 실수로 상품이 바코드에 여러 번 찍혀 오류가 나면 단말기 취소 버튼을 누르면 된다. 바코드가 없는 낱개 과일이나 채소 등은 단말기에 표기된 '바코드가 없는 상품'에서 다시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운영비 40% 절감…올해 10곳 추가

      트라이얼컴퍼니
      트라이얼이 점포 무인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인건비 절감 때문이다.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며 야간 방문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인력 부족으로 야간 상주 직원을 채용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초기 투자 비용은 적지 않지만 점포 무인화로 운영 비용을 40% 낮출 수 있다고 트라이얼은 설명한다.

      인건비를 줄이다 보니 대부분 상품 가격이 기존 할인마트보다 20~70% 더 저렴하다고 한다. 또 신선식품부터 초밥류를 포함한 각종 도시락, 반찬류, 빵, 주류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상품을 갖추고 있다. 특가 상품 안내는 종이 전단과 쿠폰을 없애고 진열대 사이 설치한 대형 모니터에서 즉각 찾아볼 수 있다.

      무인 기술에 대한 고객들 거부감도 서서히 적어지고 있다. 직원이 상주하는 평일 낮에도 무인카트를 놓아두는데 방문객 10명 중 7명이 무인 카트를 사용했다. 70대 남성은 "광고를 보고 궁금해서 와봤다"면서 "시대가 변한 만큼 무인 마트 사용에도 익숙해져야겠다"고 말했다. 고령층도 도움 없이 손수 쇼핑하고 결제하는 데 거부감이 적다는 얘기다. 점심 시간엔 간편 식사 코너에 직장인들이 북적였다. 카트를 갖고 도시락을 사서 계산한 다음 호젓하게 방해받지 않고 '혼밥'을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다.

      기자가 찾았을 때 마침 현장을 둘러보던 트라이얼 성장전략본부 스도 가즈시씨는 "오노조시를 시작으로 일본에서도 혁신적인 무인 마트가 유행처럼 번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라이얼은 올해도 무인 점포 10곳을 추가 출점한 뒤 장기적으로 야간만큼은 모든 점포를 '무인 점포'로 바꾸는 게 목표다. 나라키노 히토시 트라이얼 회장은 "소매업은 노동집약 산업이어서 인력 부족은 바로 경영난으로 직결된다"며 "머지않아 유통업계 전체로 이같은 무인마트 형태가 광범위하게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