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아파트 많이 짓는데 서울 집값 오른 것은 맞벌이 늘었기 때문"

    • 홍춘욱 키움증권 상무

입력 2019.01.25 03:00

[Cover Story] 글로벌 부동산 '버블의 공포'
국내외 부동산 시장 어디로 가나

홍춘욱 키움증권 상무
홍춘욱 키움증권 상무
2018년 부동산 시장은 예상 밖으로 강세였다. 정부가 그 전해 '8·2대책'을 통해 강력한 억제 대책을 내놓았지만 보란 듯이 집값이 뛰었다. 서울은 아파트 상승률만 보면 2007년 이후 가장 높았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직접적인 이유는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진 데 있다. 경기도만 해도 지난 3년간 평균 아파트 입주 물량이 12만8000가구로 2005~2018년 연평균 9만 가구와 비교할 때 적지 않았다. 반면 서울은 지난 3년간 평균 3만 가구, 2005~2018년 연평균 3만6000가구에 미치지 못했다. 서울과 경기 입주 물량에 차이가 나는 건 지을 땅이 없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서울 주택은 287만 가구로 거의 포화 상태다. 새로 집을 지으려면 재건축이나 재개발 말고는 뾰족한 수단이 없다. 그런데 재건축 재개발은 사업 진행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더구나 정부 규제가 자주 바뀌면서 서울 신축 아파트 공급은 점점 희소해진다.

맞벌이 부부, 직장 가까운 서울 선호

그럼 '상대적으로 신축 아파트 공급이 많은 경기도로 이주해가면 되지 않나'라는 의문이 생긴다. 그런데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공학박사)은 2016년부터 본격화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원인을 '맞벌이 확대'에서 찾는다. 맞벌이 부부는 양육 문제 때문에 장거리 출퇴근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 직주근접(職住近接)이 필수다. 결국 대부분 직장이 서울인 이들에게 수도권 외곽 지역에 아무리 주택을 공급해본들 만족스럽지 않다. 최근 OECD 주요국 통근시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하루 평균 40분으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길었다. 일본이 38분, 미국은 28분, 독일은 20분에 불과했다. 직장인들이 괜히 "항상 시간이 쫓긴다"고 호소하는 게 아니다. 결과적으로 서울 주택 가격 상승세를 꺾으려면 서울과 그 인접 지역에 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게 최고다.

'12·19 대책' 상승세 저지에 역부족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2·19 대책'은 요약하면, 총 15만5000가구 규모 3기 신도시를 건설하고, GTX-A와 신안산선 조기 착공을 통해 광역교통망을 확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대책은 한계가 있다. '3기 신도시' 중 서울에 공급되는 물량은 그렇게 많지 않을 뿐 아니라, 광역교통망 확충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2015년 완공 예정이었던 '월드컵대교'는 '카타르월드컵 대교'로 통한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이 열릴 때나 개통될 거라는 비아냥이다. 이렇듯 사회 인프라 건설은 계획보다 늦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12·19 대책'에 포함된 교통망 확충 대책에서 실제로 예비타당성 평가를 통과해 진척되고 있는 건 운정신도시와 수서역을 연결하는 GTX-A에 불과하다. 그런데 GTX-A는 3기 신도시 건설 예정 지역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 직접 연관이 있는 GTX-C는 이제 예비타당성을 통과한 상태로 2021년 착공이 목표인 수준이다. '12·19 대책' 목표대로 2021년부터 주택 공급이 이뤄지더라도 해당 지역 주민들은 상당 기간 '출퇴근 지옥'을 피해갈 수 없다. 서울 집값 상승을 저지하기엔 역부족인 셈이다.

상승세 탄력은 둔화될 전망

구조적으론 이런데 2018년 10월부터 주택 가격 상승 탄력은 둔화됐다. 주택 시장도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수요·공급에 의해 좌우된다.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고, 또 수요가 부진하면 가격 조정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지난해 10월부터 주가가 급락하고 수출 탄력마저 약화된 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주택 시장 조정이 좀 더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다. 왜냐하면 서울과 수도권에 자리 잡은 금융·반도체·화학·정유 기업 임금 상승 탄력이 앞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조선·자동차·기계 등 이른바 '남동해안벨트' 주력 수출산업이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한 건 지방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라 할 수 있다. 물론 경남과 충남, 경기 남부처럼 아직 공급 과잉이 심한 지역도 있어 전방위적인 반등보다는 차별화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별 부동산 가격 추이
저금리 장기화도 상승의 한 요인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조정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2019년 하반기부터는 부동산 시장 조정이 마무리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왜냐면 공급 부족이 점점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 가능성이 커진 점도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60세 이상 노인 가구가 부동산 보유 비중을 끝없이 확대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노인 인구가 부동산 투자, 특히 주거 목적 이외 부동산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는 사상 초유 저금리 상황 때문이다. 3억원을 예금해도 연이자가 6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대 수익이나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을 노리려는 움직임이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불안 요인도 존재한다. 해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며 반도체·금융·화학 등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는 주요 대기업 실적이 둔화될 경우, 수도권 부동산 시장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의지가 약화되는 가운데 금융시장 변동성도 진정되고 있는 만큼 현재까지 그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부동산은 국가별로 차이 뚜렷

해외 부동산 시장은 불투명하다. 최근 10년간 소득 대비 가장 많이 상승한 나라들에 대해서는 주의하는 게 좋다. 반대로 소득 대비 상승률이 부진하면서 금리 하락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나라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서 집계하는 세계 주요국 부동산 가격, 그리고 IMF에서 제공하는 각국 1인당 GDP를 가지고 '버블 인덱스'를 추정하면 홍콩과 캐나다 그리고 뉴질랜드 등 '중국계 자금' 유입에 힘입어 급등했던 나라 부동산 가격이 소득에 비해 고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유럽 재정 위기 이후 큰 폭의 가격 조정을 경험했던 아일랜드와 스페인 등 이른바 PIGs 국가들은 버블이 꽤 빠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생활비가 싸서 은퇴 이민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주택 가격 면에서는 매력이 다소 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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