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통합과 분열, 갈림길에 선 세계경제… 글로벌 상생 리더십 필요

    • 김병철 앨라배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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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1.25 03:00

      全美경제학회 탐방기

      김병철 앨라배마대 교수
      매년 새해 첫 번째 주말 전 세계 내로라하는 경제학자와 경제계 주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그 행사는 전미경제학회(AEA) 연례 학회.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4~6일(현지 시각) 미국 애틀랜타시에서 경제계 거물들이 토론과 주제별 논문 발표를 하고, 경제학 박사 학위 소지자들은 구직 활동을 했다. 연인원 1만3000여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첫날인 4일 가장 주목을 받은 세션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벤 버냉키와 재닛 옐런 두 전직 의장이 제롬 파월 현 의장과 가진 공동 인터뷰였다.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예상과 달리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겠다"는 '비둘기파' 신호를 보내 금융시장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오후에는 케빈 해싯 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이 '세금정책과 경제' 세션에 나서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은 제로"라는 낙관론을 설파했다.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준비 미흡

      그러나 이보다는 세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더 높았다. 둘째 날엔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삼총사'였던 버냉키 전 의장,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 그리고 팀 가이트너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금융 위기 10주년을 뒤돌아보는 공동 인터뷰를 가졌다. 폴슨 전 장관은 중국 경제 둔화가 주는 불확실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명 모두 공통적으로 미국이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해 리더십을 발휘할 때라고 의견을 모았다. 학회 기간 중 저명한 경제학자들 인터뷰도 곳곳에서 진행됐다. 201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함께 연준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난 것이 아닐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데이비드 립턴 IMF 수석부총재 입을 빌려 세계 주요국이 다가오는 경기 침체에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립턴은 1997년 IMF 외환 위기 당시 미국 재무부 국제금융 담당 차관보로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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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닛 옐런(가운데) 전 연준 의장이 제롬 파월(왼쪽) 현 의장, 벤 버냉키 전 의장과 함께 지난 4일(현지 시각)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특별 세션에서 내년 경제 전망과 정부 정책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블룸버그
      세계경제 통합의 흐름, 파편화 저항에

      립턴 부총재는 '글로벌 경제의 미래: 통합이냐 분열이냐' 세션의 사회를 맡았다. 2019년 세계경제를 전망하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가 미·중 무역 분쟁인 만큼, 관심이 커 인파가 몰렸다. 이 세션 패널은 애덤 포즌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 황이핑 베이징대 교수, 크리스틴 포브스 MIT 교수, 제이 샘버 조지워싱턴대 교수로 이뤄졌다.

      립턴 부총재는 글로벌 경제 통합과 분열에 관한 토론을 위해 크게 세 가지 소주제, 즉 국제무역, 글로벌 금융시장, 기술의 국제 교류를 제시했다. 1시간 45분간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주요 내용을 나름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패널들은 최근에 강하게 부각되는 보호무역주의와 세계경제가 파편화되는 이유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의견들은 대략 이렇다. 글로벌 경제 통합으로 다양한 제품을 더 낮은 값에 살 수 있다는 일반적인 편익에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실제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이 물건을 이 가격에 살 수 있는 건 국제무역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걸 기대하긴 어렵다. 반면 국제무역 때문에 사라지는 업종의 기업들, 그리고 직장을 잃는 노동자들 고통은 선명하게 다가온다.

      정치적인 쟁점이 되면서 언론 주목도 받는다. 무역으로 인해 손해를 입는 경제주체들이 무역으로 인해 혜택을 누리는 경제주체들로부터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이런 이유들이 뒤섞여 글로벌 경제 통합 흐름이 강해질수록 보호무역주의가 반작용으로 더 강하게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개방 때문에 단기성 투기 자금인 '핫머니'가 흘러들어 가면서 이머징(신흥국) 금융시장이 흔들린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금융시장 개방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근거가 없지 않다.

      토론 과정에서 나온 한 가지 흥미로운 지적은 '오늘날 상품과 서비스 교류는 데이터 교류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중국 정부는 자국에서 생산된 물품과 서비스에서 나오는 데이터의 최종 소유자 역할을 하는데, 해외에서 중국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는 소비자의 개인 정보에도 중국 정부 접근이 가능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다른 문화와 제도권 간 글로벌 경제 통합에 대해 다양한 우려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황이핑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 관점에서 글로벌 경제 통합에 기대와 우려를 개진했다. 시장 개방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도와 경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반면, 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의 경제성장과 성공 원동력 중 하나는 중국 정부가 주도권을 가지고 속도를 조절해가면서 글로벌 경제체제에 흡수되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부 압력에 의해 시장을 개방한다면 중국 정부가 원하는 속도를 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특유의 산업 부양 정책, 즉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투자 관련한 대출을 저금리로 지원하는 방식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는 게 자체 평가다. 이 때문에 이런 정책을 일시에 포기하는 건 반드시 바람직하진 않다고 강조했다.

      통합·분열 모두 마찰음 불가피

      패널들은 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파열음이 다른 지역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전 세계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명제를 다시 확인했다. 중국 경제에 충격이 온다면 글로벌 경제에도 적잖은 파급을 미친다는 얘기다.

      그리고 글로벌 경제 통합은 통합 과정에서도 이런저런 갈등 요인을 만들어 내지만, 통합을 줄여가는 과정, 즉 파편화 과정에서도 많은 마찰음을 만들어 낸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설명이 나왔다. 유럽이 경제적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많은 난관을 넘어야 했는데, 최근 브렉시트 논란은 한 국가가 통합된 시스템에서 빠져나가는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2019년 전미경제학회는 미국 경기에 대한 진단도 극과 극으로 나뉘는가 하면, 미·중 무역 갈등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양하게 갈렸다. 그 과정에 나온 통찰력이 결국 현실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