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중국, 세계경제 위해 내수 진작에 나서라

    • 짐 오닐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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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1.25 03:00

      [WEEKLY BIZ Column]

      짐 오닐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소장
      짐 오닐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소장
      지난 10년간 세계 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중국 중산층의 구매력 향상이었다. 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중국이 줄곧 '자리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이 지금보다 저축을 더 많이 하는 대신 소비를 줄이고, 반대로 중국은 저축을 줄이는 대신 소비를 늘려야 한다고 말이다. 지난해까지는 분명 이러한 현상이 뚜렷했다.

      이달 초 애플은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2019년 1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애플 제품인 아이폰과 맥, 아이패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를 원인으로 들었다. 일부 IT(정보기술) 애널리스트들은 애플 내부의 조직 역동성이 떨어진 것도 이번 전망치 하향 조정의 요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애플이 이번에 내놓은 향후 실적 전망치를 보면 중국인들의 소비 증가세가 둔화가 향후 애플의 실적을 결정하는 더 중요하고 결정적인 원인인 듯하다.

      中 국내소비, GDP 대비 35%에 불과

      중국 내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은 현재 진행형인 미·중 무역전쟁보다 더 우려스럽다. 미국의 무역 정책이나 다른 외부적인 요소들이 중국인들의 소비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인 소비 감소 문제의 뿌리는 중국 경제 모델 그 자체에 자리 잡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10년간의 변화들을 분석해보자.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국내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5.6%였다. 전체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하는 미국은 물론, 세계 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매우 낮은 편이다. 중국의 내수 소비 규모는 2조2000억달러로 미국(10조5000억달러)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전반적으로 높았다는 점은 소비 비중이 작다는 우려를 희석시켰던 요소였다. 중국 경제와 내수 소비가 지금 수준으로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2020년까지 소비자 지출은 지금보다 2조달러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 소비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중국 소비자들이 세계 경제에서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는 뜻이다.

      2020년 이후 10년간의 경제 시나리오를 예측해보자. 2021~2030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8%대를 유지하면서 전체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대까지 확대된다고 가정해 보자. 소비자 지출 규모가 18조4000억달러까지 증가하며, 미국의 소비를 뛰어넘게 된다.

      중국 소비 대신할 만한 신흥국 없어

      그런데 2019년이 막 시작된 지금 시점에서 의문점이 하나 떠오른다. 만약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않으면 세계 경제는 어떻게 될까. 애플의 예상대로 중국인의 소비가 둔화될 경우 미국 소비자가 향후 10년간 세계 경제의 유일한 엔진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 어렵다면 다른 나라가 이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부분적으로라도 이 역할을 해줄 나라가 있을까.

      필자가 지난 40년간 경제학계에서 배운 점은 절대 미국을 저평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꾸준히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 지출, 물가상승률, 높은 조달 비용, 저축에 대한 압박 등 여러 요소에 따라 소비가 휘청인다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게다가 세계 경제 입장에서도 미국 소비자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과 같다. 최소 향후 10년 동안은 세계 소비 시장에서 중국의 자리를 대체할 나라가 마땅치 않다. 인도를 포함해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와 같은 신흥국은 지금으로부터 20년 후쯤 세계 경제에서 미국과 중국이 담당하던 역할을 일부 나눠 가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규모만 놓고 보면 지금의 중국 소비에 맞먹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호적제도 등 개혁 필요

      그렇다면 중국의 소비가 '부활'할 가능성은 없을까. 필자는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재정 지원에 나서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동시에 주민 등록 제도인 '후커우(戶口·호적)' 제도도 개혁해야 한다. 강력한 이주 제한 제도 탓에 지방의 노동자들이 도시로 이주해 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러 개혁 조치로 중국 경제의 안전성이 강화되면 중국 소비자들은 더 적게 저축하고 더 많이 지출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정책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게 불가능하다면 모두가 더 나빠지는 길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