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서서히 빠질까 갑자기 터질까… 글로벌 부동산 '버블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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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1.25 03:00

      [Cover Story] 닷컴·부동산 거품 붕괴 예언 적중, 실러 예일대 교수 "전염병 창궐에는 국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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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김현국
      1930년 완공 이후 미 뉴욕 맨해튼 랜드마크를 이뤘던 77층짜리 크라이슬러빌딩. 이 건물은 2008년 UAE 국부펀드 아부다비투자공사(ADIC)가 8억달러에 매입했으나 최근 매물로 나왔다. 이뿐 아니다. 닥치는 대로 미 대도시 부동산을 사들였던 중국 큰손들도 잇따라 건물을 시장에 던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0년 동안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은 호황을 이뤘다. 부동산 버블(거품)이라는 진단이 많다. 단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뉴욕·런던·베이징·도쿄를 비롯한 세계 주요 도시 부동산 가격이 내리막길에 접어들 기미를 보이고 있다. '버블 붕괴' 후폭풍에 대한 악몽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돈 풀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은 미국·유럽연합·일본 등 선진국의 돈 풀기 정책 덕택에 작년 상반기까지 그야말로 호황을 누려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시중에 풀린 수조달러의 막대한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미국·중국은 물론 호주와 캐나다·한국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렸다. 미국 주택 가격은 2012년 2월 이후 6년 동안 50% 넘게 올랐다. 미국 경제가 호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보다 40% 더 높은 수치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2012년 이후 6년간 부동산 시장 상승세가 "'역사적인(historical)' 수준"이라며 "이런 상승세는 살아생전 다시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실러 교수는 2000년 '닷컴 버블' 붕괴와 2005년 미국 부동산 시장 거품 붕괴를 예측해 경제학계에서 '예언자'로 통한다. 자산 거품 붕괴를 역사적으로 분석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1980년대 고안한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는 여전히 미국 실물경제 정책을 주도하는 지표로 쓰일 만큼 경제학계와 금융계에서 존경받는 부동산 전문가이다.

      그는 "투기 심리는 비누 거품처럼 커지다가 펑 터져 없어지지 않는다"면서 "잠시 줄어들었다가 다시 부풀어 오른다"고 설명했다. 실러 교수는 이를 거품이 아니라 '전염병(plague)'이라고 불렀다. 독감 같은 전염병은 잠시 잦아들었다가도 환경이 바뀌면 또 갑자기 창궐한다. 부동산 버블도 마찬가지란 얘기다. 미국뿐 아니라 신흥국 부동산 버블도 우려하고 있었다. 실러 교수는 "일부 신흥 국가에서는 꾸준히 주택 붐을 보이고 있는데 전례 없는 가격 상승은 반드시 폭락을 가지고 온다"면서 "이는 시장 심리의 전염성 문제라 이르냐, 조금 늦게 오냐에 차이가 있을 뿐 국경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불패' 中·홍콩서도 위기 징후

      최근 들어 버블이 꺼지는 듯한 징후가 나타나는 이유는 경기 불황에 따른 소득 감소 우려에다 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부동산 수요층 구매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국을 포함한 신흥 국가 역시 곧 비슷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도 나온다. 20년간 호황으로 '불패 신화'를 이어온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 부동산 시장 역시 이상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올해 세계경제 둔화 우려가 높은 가운데 대표적 실물 자산인 부동산마저 꺾일 경우 글로벌 경기 하강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경고마저 등장했다. 일본 같은 경우는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시계획 전문가 노자와 지에 동양대 교수는 "일본은 2003년부터 10년간 매년 1만5000㏊ 면적이 새로운 '거주지'로 재탄생했다"면서 "도쿄 인구도 2030년에는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일본 전체 인구가 감소하면 부동산 시장 자체가 축소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다만 이런 부동산 위축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2008년과 같은 심각한 경제 위기가 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맥킨지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저렴한 주택에 대한 선택 폭을 줄이고 가계 부담 증가, 이동성 감소, 불평등 증가 등 과거와 다른 새로운 이슈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러 교수는 "미국처럼 경제 규모가 큰 국가에서 부동산 버블은 기본적으로 사회심리학적 현상이기 때문에 정책적인 방식만으로는 완전한 통제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함부로 규제 조치를 내놓으면 대중이 버블에 공포를 느껴 버블 붕괴를 촉발하고, 반대로 현명하지 못한 부양 조치를 내놓으면 대중의 낙관적 기대 심리가 커져 버블이 심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