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상어 가족의 당찬 꿈 "라이온 킹 삼킬 거예요"

입력 2019.01.25 03:00

빌보드 차트 오른 아기상어 노래 '핑크퐁'

세계 음악계를 좌지우지하는 미국 노래 순위 빌보드 차트. 마룬5, 아리아나 그란데, 크리스 브라운을 비롯한 쟁쟁한 글로벌 뮤지션들 사이에서 1월 12일자 32위에 한국 노래가 하나 올랐다. 영어로 개사하긴 했지만 원래 한국산 토종 작품. 싸이나 BTS(방탄소년단)가 아니라 아동 교육 콘텐츠업체 스마트스터디에서 만든 '아기상어(Baby Shark)'다. 아이를 가진 가정은 물론, 성인들도 한두 번쯤 들어봤음 직한 그 노래다. "아기 상어 뚜 루루 뚜루 귀여운 뚜 루루 뚜루 바닷속 뚜 루루 뚜루 아기 상어!"로 시작해서 같은 가사와 멜로디, 리듬이 엄마 상어, 아빠·할머니·할아버지 상어로 계속 이어진다. 단순하고 귀에 꽂히는 후렴구(hook)를 장착한 데다 따라 부르기 쉬워 2015년 선보인 이후 유튜브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그 열풍이 빌보드 차트까지 상륙한 것이다. 디지털 음원 만으로 빌보드 음악순위에 진입할 수 있었던 건 빌보드가 순위 산정 방식에 유튜브 조회 수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기 상어 유튜브 조회 수는 1월 현재 22억회로 유튜브 동영상 역대 조회 순위 22위에 올라 있다. 싸이 '강남스타일'이 6위(35억회)다. 아기상어를 포함해 스마트스터디가 제작한 콘텐츠 전체의 유튜브 조회 수는 120억회를 돌파했다. 아기상어 다음으로는 '몽키 바나나 송'이 3억2000만회를 넘겼다. 덕분에 스마트스터디 실적도 상승 곡선이다. 2015년 94억원에서 지난해는 370억원으로 4배 가량 급증했다.

아기 상어(Baby Shark)’ 노래에 맞춰 아이들이 율동을 하는 동영상. /스마트스터디
①아이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게

김현중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아기 상어' 인기 비결을 3가지로 꼽는다. ①디지털 콘텐츠에 더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등장 ②엔터테인먼트 요소에 더 신경을 기울인 콘텐츠 ③유튜브라는 더 열린 플랫폼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 3가지가 핵심 요소라는 건 분명하다. 여기에 스마트스터디는 하나를 더 보탠다. 이승규 스마트스터디 공동창업자이자 현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사실 그동안 미취학 아동용 콘텐츠 시장에선 고만고만한 제품이 별다른 혁신 없이 경쟁하는 구도였다"면서 "교육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면 새롭게 관심을 일으킬 수 있겠다고 봤다"고 말했다. 유아 교육은 놀이처럼 재미있는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아이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를 통해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이런 경험을 다양하게 확장하는 데 집중한다. 이게 스마트스터디 핵심 코드다.

②엄마가 권할 만한 교육 효과 가미

여기서 또 하나 더. 아이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재미를 추구하지만 '엄마 시선'을 소홀히 해선 낭패다. 결국 지갑을 여는 건 엄마 몫이기 때문. 그래서 무작정 재미에만 치중하다 보면 실패한다. 엄마들이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도록 제작 과정에서 교육적인 내용을 최대한 강조한다. 굳이 따지자면 재미 7·의미 3이다. 그냥 동물들 모습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기린은 목이 길어 다리를 벌리고 물을 마신다든지, 상어는 물고기를 잡아먹고 산다는 식으로 현실 생태환경을 반영한다. 캐릭터 모양은 너무 요란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평범하지도 않게 마련한다.

'엄마 시선'에 대한 배려는 콘텐츠 길이에서도 나타난다. 스마트스터디가 내놓은 각종 동물 관련 동영상 콘텐츠는 4000여편에 달하는데 길이가 보통 1분이고, 길어야 5분이다. 가능하면 짧게 만든다. 아이들이 스마트스터디 동영상을 보면서 즐기다 엄마가 중단시키고 싶을 때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20~30분 길이는 중간에 아이를 말리기 어렵다. 1~5분이면 잠깐만 기다리면 된다. 제품을 베타테스트할 때는 아이를 둔 직원들이 참여해 반응을 본다. 최정은 스마트스터디 이사는 "우리 아이가 보고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뭔가 잘못됐다는 신호"라면서 "집에서 실험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말레이시아 원 우타마 쇼핑몰에서 펼쳐진 핑크퐁 공연(오른쪽)과 아기상어가 32위에 오른 빌보드 차트./스마트스터디
③핑크색으로 이미지 차별화

'아기 상어'가 워낙 유명해져서 상어가 간판인 줄 오해할 수 있지만 사실 스마트스터디 콘텐츠 아이콘은 '핑크퐁'이란 분홍색 여우다. 아기상어는 그 핑크퐁 내 동물 동요 상품군 중 하나다. 이 분홍 여우는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사막 여우 이미지를 변용했다. 핑크퐁 가슴에 노란 별이 달린 것도 '어린왕자' 여우를 상징하는 요소다.

분홍은 사실 여자아이 전용이란 인식 때문에 지금까지 캐릭터 상품에서 대표색으로는 꺼려왔던 색이다. 그러나 일단 ①아무도 안 쓰니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차별화 ②강한 육식 동물 이미지를 중화하는 친근감이란 점에서 과감하게 채택했다. 아직까진 성공적이란 평가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곰이나 사자, 상어 같은 육식 동물을 좋아하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핑크색이 무서운 인상을 중화하는 효과가 있죠."

핑크퐁 캐릭터 동요·동화 콘텐츠는 20여명에 이르는 내부 콘텐츠팀을 거쳐 나온다. "일단 많이 만드는 게 핵심"이란 설명이다. 가사는 물론, 내용과 율동까지 점검하는 담당 직원을 둔다. 해외판을 낼 때는 반드시 현지 거주 경험이 있는 직원을 통해 정서나 세부 묘사에 어색한 부분이 없는지 걸러낸다.

④원소스 멀티유스로 제품군 다양화

핑크퐁은 단지 디지털 공간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인형과 책, 장난감, 가방, 애니메이션, 뮤지컬, 식음료까지 '일석백조(一石百鳥)'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use) 전법을 충실하게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9월과 11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펼친 핑크퐁 실외 공연에선 입장권만 2만장을 팔았다. 두바이와 필리핀에서 가진 공연에서도 수천여명 현지 어린이·학부모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 올해는 야심작으로 준비한 TV용 장편 애니메이션 '핑크퐁 원더스타'를 공중파를 통해 틀 예정이다.

⑤외부 업체와 제휴선 확대

콘텐츠 외연 확장을 할 때 외부 업체와 적극적으로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협업)을 통해 해결한다. 현재 스마트스터디 매출은 디지털 콘텐츠와 게임, 오프라인 상품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국내보다 해외 매출 비중이 더 높다. 해외 실적이 절반을 넘는다.

스마트스터디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만든 게임업체 블리자드와 '아기 멀록(개구리)'이란 영상 콘텐츠를 만들었다. 건자재업체 KCC와는 층간소음 예방 차원에서 '사뿐걸음송'이란 노래도 만들었다. 집에서 사뿐사뿐 조심해서 걷자는 내용이다. "아이들에게 뛰지 마라, 조심히 걸으라고 얘기해도 큰 효과가 없다. 차라리 친구들이 얘기하거나 즐겨부르는 노래에서 나오면 그걸 따라 한다"는 취지다.

LG생활건강과 손잡고 기저귀, 치약, 칫솔, 물티슈를 내놓았다. 파리바게뜨와는 케이크를 사면 핑크퐁 귀마개를 주는 마케팅 제휴도 하고 있다.

국내외 라이선스 제품이 1000개를 넘으며, 동남아에서만 라이선스 제휴업체가 2017년 3곳에서 지난해 30곳으로 10배 늘었다. 넷플릭스에 핑크퐁 관련 콘텐츠를 띄우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김민석 스마트스터디 대표는 "에듀(edu·교육)보다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가깝다"면서 "대교·웅진이 아니라 픽사나 디즈니 같은 회사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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